송인경 교도 / 풍암교당
송인경 교도 / 풍암교당

[원불교신문=송인경 교도]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강의는 물론 다수인이 모여 할 수 있는 활동이 거의 힘들게 됐다. 거의 비대면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올해는 일부 대면수업을 하니 숨통이 티는 것 같아 행복할 뿐이다. 

몇 년 전부터 학교에서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신청되어 선정된 팀을 운영 중이다. 팀명은 ‘Angel-In-I’이고 현재 12기까지 배출했다. 선정이 되면 학기 내에 16시간을 운영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새내기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팀을 구성해 진행하는 것은 무리였기에 지도교수로서 처음 기획 당시 어떤 내용을 담아 학교 적응과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게 해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한 학기 지날 때마다 이 프로그램에 학생들에게 많은 지식을 주기보다는 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이고, 교육과정에서 다뤄지지 않는 부분을 담으면 좋겠다고 판단됐다. 예비간호사로서 갖추어야 할 품성을 갖게 해주고 싶었고, 하고자 하는 ‘간호학’ 진출 분야에 대해 탐색해 스스로 진로를 찾아가도록 해주고 싶었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인성을 바르게 해줄 수 있는 교육 미스트를 뿌리듯 살짝 스며들게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깊게 들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될 수는 없겠지만.

초기 프로그램 운영 당시 광주전남교구에 삼동회 소속 청소년 교화 담당 교무님과 인연이 되어 학기마다 의뢰를 하게 됐는데 의뢰에 흔쾌히 응해주셨다. 

교무님이시니 무조건적으로 믿고 알아서 운영하시라고 맡기기는 했지만, 사실 잘 알지 못하는 교무님이었기에 걱정이 된 건 사실이다. 요즘 20대들은 자신의 주장이 극히 강하고 종교가 다양한 대학생들에게 원불교 성직자가 강의를 한다는 것이 종교 가입에 대한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에 원불교의 색채가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거부감이 없어야 할 것 같아 이 부분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했다. 해마다 상황에 따라 1회차 2시간씩 4시간 내로 운영했고, 프로그램 내용은 조금씩 다르게 운영됐다. 

자신을 성찰하고 감사하며, 타인을 바라보는 다양한 마음을 다루는 시간에서는 자신의 다른 모습을 알아가며 사랑할 수 있는 마음,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온몸을 부대끼며 화합해 신뢰감을 형성해야 하는 고무줄 게임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풀어헤치며 건물 한 층이 떠들썩하게 학우들과 깔깔대며 땀을 흘리며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듯하였다.

학기마다 프로그램 마지막에 이뤄지는 평가에 “어떤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이 남는지요?”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무님과 함께 했던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왜 나는 원불교를 오픈하려 하지 않았을까. 원불교에 다닌다고 말하면서도 당당하게 교무님이라고 소개하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내 마음에서는 ‘교화’라는 명목 아래 교무님을 섭외한 것이 맞는데, 이러한 양가감정이 생겼다. 어느 해부터인가 당당하게 원불교 성직자임을 밝히고 프로그램을 시작하니 더욱 교도임이 자랑스러워졌다.
‘내가 하려는 교화는 무엇일까? 이게 맞는 걸까’ 라는 성찰을 해 본다. 원불교 교도로서 입교를 하게 하는 것도 교화겠지만, 원불교에 몸담고 있는 재가출가 교도들의 정의구현을 위한 진솔한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인정하게 만들어 가는 게 바로 교화의 첫걸음이 아닐까.

/풍암교당

[2021년 8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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