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의 설계는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가 이미 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설계도대로 실행하고 현실에 구현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면 우리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교단을 혁신하며 대응할 일이다. 이제 『원불교전서』 사태로 확인된 교단 혁신에 관한 열망을 교단 발전의 긍정적 에너지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 번 일을 계기로 출범 준비 중인 수위단회 산하 ‘교단혁신특위’(가칭. 이하 ‘특위’)와 관련해 몇 가지 조언을 전한다.

첫째, 혁신의 목적과 비전은 소태산이 꿈꾼 ‘참 문명 세상’, ‘광대무량한 낙원’에 기초해야 한다. 교화의 양적 성장이나 갈등의 봉합 같은 당면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다간 궁극적 지향을 놓칠 수 있다. 선후본말을 혼동하지 말고 순서를 잡아 나아가야 할 것이다. 『대종경』 서품에 담긴 소태산의 조선불교혁신론에는 소태산이 이루고자 한 교단의 방향이 온전히 담겨있다. 교단이 의사결정을 할 때는 여기에 대조해 의심 없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둘째, 혁신의 범위는 포괄적이어야 한다. 소위 권력 구조 개편 같은 교헌의 일부 내용만을 바꾸는 것으로 교단이 새로워질 수 없다. 원불교가 주세 회상으로 발전하려면 제도 혁신과 더불어 구성원의 정신과 생활이 거듭나는 총체적 혁신이 추진돼야 하고 개헌도 그 틀 안에서 논의돼야 한다. 

셋째, 혁신의 시한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특위의 활동 기한을 1년으로 잡자는 주장이 있지만 근본적 혁신을 하기에는 불가능한 시한이다. 기성세대와 신세대, 재가와 출가, 총부와 현장이 충분히 소통하고 의견을 모으려면 실무적으로 서두른다 해도 최소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알찬 준비의 시간이 있을 때 혁신은 강한 추동력으로 광범위한 영역에서 실행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혁신 기구의 정비도 중요하다. 현재 교단3대 평가는 교정원 기획실에서, 교단4대 설계는 수위단회 산하 정책연구소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특위’가 설치된다면 업무의 중첩과 관할 조직의 괴리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특위’의 법적 위상과 권한이 선결돼야 하고 교정원을 비롯한 교단 구성원의 전폭적 협조와 지원이 있어야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우리 교단의 역사는 100년 남짓하다. 제도와 법률도 아직은 불비할 수밖에 없고 더 나은 길을 찾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교단의 주법이고 수위단회의 단장인 전산종법사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재단법인 원불교의 이사장인 교정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교단은 후속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한 의견이 갈리며 거친 언사로 서로에게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내는 모습은 매우 우려스럽다. 비뚤어진 쇠뿔을 바로잡다가 소를 죽이고 만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서원반조, 목적반조의 시간을 가져 보자. 

[2021년 8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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