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

원불교소태산기념관 앞에서 진행된 생명존중 자살 예방을 위한 캠페인.
원불교소태산기념관 앞에서 진행된 생명존중 자살 예방을 위한 캠페인.
임성희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 부소장
임성희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 부소장

 

“도움을 청하고 싶은데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몰라서 새장 안에 마음을 가두어버렸어요!”
살사프로젝트 상담과정에서 한 내담자가 새장 안에 갇힌 새 모양의 소품을 모래상자에 놓으며 했던 말이다. 살사프로젝트는 서울시와 4대 종단이 2015년부터 우리나라의 심각한 자살문제를 해결하고자 실시하고 있는 ‘살(자)사(랑하자) 자살예방프로젝트’를 의미하며 원불교에서는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가 함께 해 왔다. 내담자는 남편의 오랜 투병생활에 이은 사망 후 지적장애와 ADHD를 앓고 있는 두 아들을 양육하면서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 사회적으로도 고립되어 생활하면서 신체화 증상 및 정신증적 증상들을 보이고 있었다.


첫 만남에서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며 눈을 마주치지 못하던 내담자는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받았던 학대이야기와 남편의 투병생활 중에 겪었던 고통과 남편 사망 이후 아픈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받아온 스트레스, 자살충동과 이와 관련된 환청, 환상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극심한 우울감과 분노감으로 아이들에게 발작적으로 화를 내고는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풀이되고 있는 중이었다. 모래상자 치료를 통해 정서를 표현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갖도록 해 발작적 분노 표출을 줄이는 것과 자살충동을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상담을 시작했다. 


내담자는 모래상자 치료를 통해 극도의 공허감과 우울감, 정신의 빈곤상태를 표현했고 특히 현재 상황에 대한 분노와 외로움, 무망감 등을 호소했다. 내담자는 상담과정을 통해 분노를 발작적으로 폭발시키고 그 후에 기억하지 못하는 문제에서는 벗어났다고 진술했고, 상담 초기에 가졌던 심한 대인관계 스트레스와 사회적 관계 회피문제도 앞으로는 피하지 않고 남들과 대화하고 교류하고 싶다는 뜻도 비쳤다. 더 나아가 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진술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돼 다니던 교회의 결혼식과 단합대회에도 참가했다. 매일 새벽기도와 동네를 산책하면서 운동하는 등 생활상의 변화도 나타났다. 죽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죽어야 한다고 귀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릴 때면 큰 소리로 찬송가를 부르거나 기도할 수 있게 됐다. 


모래상자치료를 통해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무의식적 갈등을 의식화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나 아직은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수용하기보다 부정하고 거부하며 원망, 분노하고 있는 단계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프로그램 계획상 상담은 종결됐다. 장기간에 걸친 약물치료와 상담이 필요한 내담자이기 때문에 상담을 종결하며 지역사회 사례관리 네트워크를 통해서 사례관리와 지속적인 상담 제공을 요청했다. 살사 상담은 종결했으나 종결회기에 이제 누구에게 내 이야기를 하느냐며 서운해하는 내담자에게 많이 미안했고 마음이 무거웠다.

 

“요즘 저의 삶이 왜 이리 실타래처럼 꼬여서 행복하지 않을까요?”
“전공을 살려서 원하는 분야에 취업하기 위해 관련 학위와 각종 자격증, 공모전, 연수 등 많은 준비를 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아 전공과 관련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곳에 취업이 될 때까지 어떤 마음으로 버텨야 할까요? 지금 일하는 곳에서 어떻게 해야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친구들 모이면 누구는 얼마 벌었다 하고 누구는 떨어져서 죽겠다 하고 근데 대개 다 떨어진 것 같아요. 진짜 돈 벌려면 비트코인 하는 게 맞는지 안 하는 게 맞는지, 어떻게 월급을 모아서 집을 살 수 있겠어요. 이젠 집은 넘사벽이에요. 저도 남들처럼 살려고 주식이라도 해볼까 싶은데 신부님도 저와 같은 처지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퇴근하면 동료들과 한잔하거나 친구들과 미팅도 하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일찍 집에 오게 되고 가족들이나 부모님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지고 게임에만 열중하면서 잠도 많이 부족해지니까 삶이 우울해지고 무력해지는 것 같아요. 이러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신앙생활 잘하면 복 받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저와는 상관없는 삶인 것 같습니다. 요즘 저의 삶이 왜 이리 실타래처럼 꼬여서 힘이 들고 행복하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이 힘든 시기가 지나고 제 인생에도 행복한 날들이 찾아올까요?”


서울시와 종교계가 함께하는 청년자살예방 열린 포럼에서 청년들이 각 종단을 대표한 발표자들에게 했던 질문들이다. 이번 열린포럼은 ‘청년의 삶, 종교를 잇고 생명을 잇다’라는 주제로 4대 종단과 서울시민, 자살유족, 자살예방전문기관 등이 청년들이 현실에서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에 머리를 맞대고 함께 답을 찾아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특히 올해 포럼이 청년을 주제로 한 이유는 코로나의 장기화 속에 청년의 자살시도 및 자살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기준 20대의 자살생각은 22.52%, 30대 21.91%로 다른 연령에 비해 가장 높은 자살생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우울 위험군 조사에서도 20~30대는 우울군이 약 30% 정도로 전 연령군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21년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건복지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포럼은 각 종단의 발표자들이 위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토크쇼 형식으로 유튜브를 통해 중계됐고 청년들이 실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령에 대한 정보를 비롯해 복지정보(채용, 주거, 심리지원 등) 자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서울시와 4대 종단이 함께 하는 살자사랑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살사프로젝트에서는 자살 위험군과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상담서비스를 비롯해 자살자의 해탈천도와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해원상생 생명존중 특별 천도법회’도 해마다 열고 있다. 2018년부터는 매년 이슈가 되는 자살예방정책이나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각 종단의 의견을 공유하는 화합의 장으로서 ‘열린 포럼’을 4년째 진행해왔다. 


이 밖에도 해당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는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에서는 종교리더들 대상의 ‘자살예방 전문 교육’과 자살시도자 및 자살유족, 자살예방 실무자, 시민들의 정신건강 증진과 치유를 위한 ‘특화프로그램’도 매년 실시했다. 2016년~2019년에는 군장병들을 대상으로 생명존중 특화프로그램을 실시했으며, 코로나로 어려웠던 지난해에도 원광유린복지관과 잠실교당, 은덕문화원에서 선명상과 마음공부, 모래상자 체험작업을 실시해 생명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일깨우는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은덕문화원에서 특화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청년은 “마음의 편안함을 찾아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좋았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참가 시간을 평가했고, 유린복지관에서 참여한 어르신은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 점, 즉 ‘나는 불행하고 바보처럼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심리상담 결과 행복하게 즐겁게 보람 있게 생을 보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어요”라는 말씀으로 특화프로그램 참가의 소감을 밝혔다.


또한 살사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생명존중 자살예방을 위한 캠페인’이 원불교소태산기념관 등 여러 곳에서 실시됐다. 캠페인을 통해 ‘생을 포기하고 싶을 때 위험에서 벗어나는 7가지 방법’,‘자살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자신의 우울 및 스트레스를 자가진단 해볼 수 있는 자가 진단지, 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과 전화번호를 안내하는 자료 등을 배포했다. 지나가던 한 시민은 “원불교에서 이런 활동도 하는군요”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 또 다른 분은 “요즘 마음이 참 힘들어서 이거 해 볼게요”라고 말하며 자료를 받아가기도 하는 등 많은 분이 캠페인에 관심을 보이며 참여했다.


이렇게 서울시와 4대종단이 자살예방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함께 하고 있지만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2010~11년 자살자가 증가했던 예로 볼 때 코로나 이후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이 다시 오지 않도록 종교계에서도 심각한 자살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함께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오늘도 위태로운 삶의 한 자락을 붙들고 애써 견디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빛이 닿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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