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스스로 이겨내게 해주는 한의학적 생활건강법

김종진(종열) 교무
김종진(종열) 교무

 

얼마 전 미국 마이애미에서 12층 건물이 5초 만에 붕괴되어 99명의 생사가 불명이 되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판 삼풍백화점 사건인 셈인데 세계가 깜짝 놀랐다. 백년 된 건물을 리모델링 해 쓰곤 하는 미국에서 겨우 40년 된 이 아파트가 노후화돼서 무너졌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2,30년 전부터 매년 건물이 2mm씩 주저앉고 있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매우 적은 양이기는 하나, 다른 건물들은 움직이지 않았는데 유독 이 아파트 지반만 가라앉았으므로 이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콘크리트 외벽에 금이 가고 물이 새는 등의 신호도 꾸준히 있었다. 


뺨에 붉은색이 짙던 40대 여성은 심장이식을 권고받을 정도로 심한, 치료되지 않는 심장비대증 환자였다. 인삼이 많이 들어간 소음인 보기약을 쓰자 이분의 붉은 안색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6개월 후 병원에서 이식 수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얼굴에 검은빛이 많이 돌던 40대 소양인 여성에게 산부인과 검진을 보냈더니 큰 자궁근종이 있었다. 안색이 윤기 없는 흰색인 마른 태음인은 대개 폐질환을 많이 갖고 있었다. 이는 모두 필자의 진료경험이다.


40년의 시간을 1분 영상으로 압축한다면 건물이 천천히 주저앉다가 한순간 무너지는 과정이 한눈에 보였을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무려 40년 동안 천천히 일어났기 때문에 쉽게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 질병이 생기는 과정도 이와 같다.
한 나라가 그 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군대와 경찰과 정보 조직을 갖추고 있듯, 우리 몸도 강력한 방어조직과 정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웬만한 세균, 바이러스나 유해 물질의 침입은 소리 없이 제거하거나 배출해버릴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같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별문제 없이 지나가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내부시스템이 약해져 몸이 균형을 잃으면 안색의 변화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히 암은 내부시스템이 붕괴 수준으로 망가졌을 때 온다. 건물이 붕괴되기 전에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내듯, 우리 몸도 다양한 신호를 보낸다. 안색은 그중 가장 살피기 쉬우면서도 중요한 신호이다. 그래서 2천 년 전 황제내경에서는 안색에 따라 문제를 점검해 봐야 할 장기를 구체적으로 적어놓았다. 예를 들어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붉은색, 폐에 문제가 생기면 흰색이 얼굴을 지배한다. 또 같은 붉은색이라도 그 부위가 이마인지, 뺨인지 턱인지에 따라 문제가 달라진다고 봤다.


소양인의 얼굴색은 맑고 옅고 담담한 것이 좋다. 소양인 중 속열증이 심한 사람은 대개 얼굴이 붉다. 혈기를 자주 얼굴로 끌어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이 붉은색이 심해지면 속열이 심해져 생기는 피부병, 류머티스, 여러 가지 기능항진증 등 질병들이 나타난다. 수승화강의 생리작용이 균형을 잃은 것을 조기에 바로잡지 않아서이다. 이 상태가 심해져 어느 장기 하나가 망가지며 얼굴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검붉은 색을 거쳐 검은색에 가까워지면 죽음이 멀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소음인은 안색에 붉은 기운이 있으면 좋다. 위장의 소화력이 충만한 증거가 된다. 태음인의 안색은 소양인과 반대로 기름진 것이 좋다. 폐기운이 충만할 때 대사가 활성화되어 분비물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체질에 따라 건강색이 다르고, 인종과 환경과 유전에 따라서 갖고 태어난 안색이 다르므로 현재의 안색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젊고 건강할 때의 안색을 기준으로 변화를 살펴야 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부위별 안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안면진단기를 개발해 기업을 통해 보급 중이다. 한방병원에 갈 때마다 이 진단기로 안색자료를 축적해 놓으면 큰 병의 예측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파스퇴르가 세균을 발견한 이후 의학은 현대인에게 질병의 원인이 세균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심어줬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다른 의학자는 질병의 원인이 생리 균형의 깨짐에 있다고 주장했고, 이러한 관점이 현대생리학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생리의 균형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데 안색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임상에 확고히 연결시킨 의학은 한의학이다. 그래서 첨단기술이 발전한 현대에도 한의학의 가치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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