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공부 · 특신급 10계문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계문을 공부하는 마음 
법신불 사은이시여! 특신급 수계자로서 요구되는 신용을 잘 지키려면 마음의 힘이 필요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책임과 서원을 충실히 실천할 수 있도록 호렴하여 주시옵고, 그 과정 자체를 은혜로 느낄 수 있는 새로움을 주소서.

 

신용없지 말라 하신 이유
‘신용을 잘 지켜라’라고 하지 않고 ‘신용없지 말라’고 하신 이유는 특신급 수계자로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강하게 주의를 주시는 것입니다. 각산 신도형 종사님은 계문의 대의를 ‘대인관계에서나 스스로에게나 진리에게 약속한 것을 어기지 말라는 것이다’라고 하시면서, 신용이 없는 사람은 매사에 성공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남을 지도할 자격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특신급에서 반드시 신용을 지키는 모습이 전제돼야, 지도인으로서 불지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신용이란 무엇일까요? 언뜻 신용카드가 떠오릅니다. 나의 갚을 능력을 신용하여 발급되는 신용카드의 사용이 결국 빚이 되는 것처럼, 지켜야 할 신용이 생긴다는 것은 결국 의무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약속하거나 서원하지 않은 사람은 신용 없을 일도 없습니다. 그냥 훌훌 걸리는 바 없이 하고 싶은 대로만 살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자 대중들과 약속하고, 진리 전에 서원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해야 할 일, 지켜야 할 약속과 서원이 생깁니다. 


대종사님은 결코 너 혼자서만 자유롭게 잘 살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미 사은의 큰 은혜를 입었으니 어서 역량을 키워서 나름의 역할과 책임을 이행하며 진리와 사회에 보은하라고 하셨습니다. 어린이가 커서 어른이 되는 것처럼, 어서 중생들이 믿고 의지할 만한 철든 불보살이 되어 중생제도에 힘을 보태라 하셨습니다. 


사실 어느 누구도, 지켜야 할 신용 한오라기 없이 살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사회인으로 살아간다고 할 때, 나의 위치는 반드시 신용에 의해 생깁니다. 회사에서는 나를 신용하여 월급을 주며 일을 맡기고, 교당에서는 교도의 의무를 기대하고, 가정에서는 믿음직한 아내, 엄마, 딸,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만약 내가 의무를 소홀히 하고 일탈한다면, 그들은 혼란과 상처를 입을 것이고 회사에서는 징계를 받거나 파면당할 것입니다. 


때로 나는 이런 상황이 빚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 또한 그들이 지켜주는 신용이 있기에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내가 음식을 먹거나 건물에 들어가는 것도 결국 식료품회사나 건설회사를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결국 사은을 통해 서로를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신용을 지키려면 그만한 힘이 있어야
청년시절에는 자존감이 낮아서 신용을 잘 지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주어지는 의무나 약속이 너무 부담됐던 기억이 납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다면 에너지가 생길 것인데, 귀찮으니까 화장 대충 찍어 바르고 지각을 합니다. 그러고 난 왜 이렇게 자기관리를 못 할까 자책합니다. 


확실히 자신에게 마음의 힘이 없다면 너무 채찍질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금 쉬면서 너그럽게 봐 주어야죠. 똑같이 괴로운 일도 자신 있는 이에게는 좋은 밑거름이 되나, 약한 이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됩니다. 남의 눈만을 의식한 과도한 신용요구가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자신이 지킬 만한 정도의 신용의 힘(신용수준)을 잘 알고, 점차 신용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삼십 계문이 단계별로 있는 것과 같은 원리죠. 마음의 힘을 키워서 그만한 자신이 있을 때 대중이나 진리 전에 약속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호언장담보다는 “제가 간절한 마음은 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힘닿는 데까지는 해보겠습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그러니 훈타원 양도신 선진님께서 출가하시면서 죽는 한이 있어도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하실 때는 얼마나 큰 결심이셨겠는가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청년 때부터 마음속으로 우리 대종사님 제자로만 이 세상을 살겠다고 서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가끔 정신을 다른 데 빼앗겨서 언제 그런 서원을 했냐는 듯이 행동을 합니다. 기운이 떨어질 때는 만사가 귀찮아져서 서원이고 나발이고 꼼짝하기도 싫고요. 제 수준을 잘 아시는 진리께서 알면서도 봐주시고, 따뜻하게 다독여 주심을 느낍니다. 이 또한 공부 과정이니 다시 다잡고 걸어가면 되겠지요. 

 

지금 내가 꼭 지켜야 하는 신용은
저는 교당 법회에 지각을 자주 합니다. 10시 법회에 꼭 5분을 지각합니다. 아들 챙기느라 그렇다는 것은 핑계고요. 일요일 아침식사를 정리하며 이것 하나만 더 치우자고 하면서 딱 5분 지각할 시간에 나오는 것입니다. 조금 늦어도 되겠지 하는 마음과 오래되어 굳은 습관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 번만 챙기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어렵더라구요. 그런데 참 다행인 것은, 저에게 청년 때보다 마음의 힘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자책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 부족한 습관들은 자연스럽게 마음의 힘이 더 생기면서 차근차근 채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반드시 잘 될 것입니다. 그래도 다음 주부터 교당 법회엔 10분 전에 꼭 도착하도록 유념하겠습니다.

 

내 삶을 돌아봅시다

1. 대종사께서 신용없지 말라는 계문을 주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2. 나는 신용을 어긴 일이 있습니까?
3. 신용을 어기는 일이 자주 있다면, 어떻게 고쳐나가겠습니까?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정전』 수행편 제9장 심고와 기도
심고와 기도하는 서원에 위반이 되고 보면 도리어 사은의 위력으로써 죄벌이 있으니, 명심하여 거짓된 심고와 기도를 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정전』 수행편 제13장 최초법어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으로 ‘지도 받는 사람에게 신용을 잃지 말라’ 하셨습니다.

 

『예전』 통례편 제18장 염치와 신의
신의는 모든 사물을 대할 때 신용과 대의를 잃지 않는 것이니 인간 예의의 기본이라 하셨습니다.

 

『정산종사법어』 무본편 1장 
처세의 근본은 신용이요 권리 명예 이욕 등은 그 끝이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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