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1961년 예루살렘의 재판장에 선 아이히만.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에 앞장선 아이히만은 재판장에서 자신은 법을 지키는 시민이었고, 국가 명령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이었일 뿐이었다고 항변했다.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전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히만에 대한 분석 작업을 했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진짜 죄는 유대인을 수용소로 운반한 것이 아니라 무사유라고 말했다. 아이히만은 국가라는 조직에 충실히 복종했지만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결과를 미치게 될지 사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아이히만의 죄.
대법원 전원 합의체가 세월호 선장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선박 침몰 등 대형 인명사고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확정된 것이다. 선장의 죄목은 극히 무겁지만 간단하다. 무엇이 옳은지 철저하게 무관심했던 것. 무엇을 해야 마땅할지 전혀 사유하지 않은 것이다.
『원불교전서』개정 증보판 사태. 새전서 봉고 후 한 달여 만에 결정된 전량 회수와 환불 공지(5월 25일). 제247회 긴급 임시수위단회(6월 8일) 새전서 발행의 문제점과 후속조치 논의, 미래포럼 영모전 광장 참회기도와 유튜브 ‘골뱅이tv’ 채널 생중계(7월 5일~13일), 제248회 임시수위단회(7월13일~14일) 새전서 발행과정의 적법성 결과 감찰원 보고, 긴급 총단회(7월 19일), 제250회 긴급 임시수위단회(7월 22일) 수위단원 사임계 철회. 이 과정에서 ‘셀프 사면’, 전산종법사 사퇴 번복, 교정원장 임명, 수위단회 양 중앙단원 교체 등 말 못할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했던 두 달여의 시간은 끝이 아니다. 9일 현재 미래포럼에 참여했던 8명을 포함 13명의 교무들이 교무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중앙총부 정문에서 ‘사퇴한 교무들이 돌아올 때까지’ 진행하겠다는 개인 참회기도도 일주일을 넘기고 있다. 뜻을 같이하는 재가교도들의 연대 움직임도 가볍지않다. 『원불교전서』개정 증보판 사태 수습 실마리가 갈수록 더 엉켜가는 모양새다.
아이히만은 재판 과정 내내 자신은 일평생 법을 어긴 적도 없고 남을 해치는 것엔 아무 관심도 없으며 그저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상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말은 변명이 될 수 없다. 명령이라도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은 죄를 지은 것과 같다. 그의 죄는 ‘사유의 불능성’에 있다.” 아이히만이 교수형이 되고 나서 한나 아렌트가 한 말이다.
아렌트는 시대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멈춰서 생각하고, 우리가 무슨 행위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을 해야 할지 마땅히 사유해야 할 지금이다.
[2021년 8월 9일자]
우리 교단이 대산종법사 중반기 이후에 주로 신앙(실제는 기도)을 강조하고
정작 수행을 등한시해 온 결과가 요즘과 같은 교단위기사태를 불러왔습니다.
"사람만 믿지 말고 그 법을 믿을 것이요" 라고 한 솔성요론 제1조엔
교단 초창기 당시 대종사님에 대한 신앙이 들어가 있습니다.
소태산님, 정산님이 떠나시고 난 현재 우리 교단에서는
"사람 보다는 그 법을 믿을 것이요"
라고 해야 더 합당할 것입니다.
종교에 있어서 사람에 대한 신앙은 일시적, 방편적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