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단원 총사퇴라는 교단 초유의 위기 속에 원기106년 법인절 기념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산종법사는 새 전서 사태에 대한 사과와 함께 원만한 수습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루빨리 교단의 혼란이 종식되고 전 교도가 화합해서 교단 미래를 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특히 현장에서 교법을 지키며 교화하는 교무들과 신성으로 공부·사업에 매진하는 교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수위단원 선거 날짜가 9월 29일로 확정된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유념해야 할 말씀이다. 

이번 사태의 수습책으로 제시된 수위단원 총사퇴와 3년 임기의 선거가 과연 적절한 해결책이었는지, 사태 수습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일들이 적법하고 적합했는지 등은 차후에 논해야 할 것이다. 자칫 또 다른 시비를 불러올 수 있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교단적 수습책에 마음을 모으고 합력하는 것이다. 각자의 서원을 반조하고 공부심을 챙기며 향후 교단을 이끌어갈 수위단원 선출에 사 없는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일찍이 소태산 대종사는 십인 일단(十人一團)의 단 조직 방법을 제정하고 ‘이 법은 오직 한 스승의 가르침으로 모든 사람을 고루 훈련할 빠른 방법이니, 몇 억만의 많은 수라도 가히 지도할 수 있으나 그 공력은 항상 아홉 사람에게만 드리면 되는 간이한 조직이니라’며 교화단의 의미를 설파했다. 그리고 목숨을 건 법인기도로 진리의 관문을 통과한 9인 단원들에게 창생 구제의 책임을 새롭게 부여했다. 

정산종사는 수위단 선서식에서 ‘단이란 뭉쳐서 하나 된다는 말이니, 우리가 잘 뭉쳐야 이 단의 원리에 계합되어, 하늘의 기운 하나가 무위이화 자동적으로 우주 만유를 생성하듯이 우리의 정성 하나가 새로운 도덕으로 만생을 제도할 것’이라 밝히며 ‘일국의 주인 되기도 힘들거든 시방의 주인 되기가 과연 어떠하리요. 시방의 주인은 낱으로 나누인 마음으로는 되지 못하나니, 얼굴로 주인 되는 것도 아니요 지식으로 주인 되는 것도 아니라, 낱 없는 마음, 사 없는 마음으로 주인이 되나니라’고 설했다. 이상은 고상하되 실천은 쉽지 않음을 강조한 것이다. 두 법문 모두 교도라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거듭해서 읽고 마음에 새겨 보감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법인절 기념식에서 전산종법사가 설법한 이소성대(以小成大), 일심합력(一心合力), 사무여한(死無餘恨)의 정신은 우리 교단의 창립정신이다. 이 정신이 있어서 교단이 창립되었고 앞으로의 교단도 이 정신이 있어야 발전 가능하다. 수위단원들의 제1 덕목 또한 마찬가지다. 어쩌면 우리 교단은 지금 수위단원 선거의 진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 법인정신과 창립정신을 되살리려는 몸살을 앓는 중인지도 모른다.

[2021년 8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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