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세진 기자] 최근 학령인구(6세~21세)가 사상 최저라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 959만 명이었던 학령인구는 10년 만에 763.8만 명으로 감소했다. 무려 약 200만 명이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초·중·고·대학교는 인원을 감축하고 시설을 줄이고 있다. 중앙총부가 있는 익산도 마찬가지다. 익산시 전체인구가 줄어들며 자연히 학령인구 감소도 더욱 가속돼 교육기관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교육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실력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학교가 있다. 매년 좋은 성적으로 각자가 꿈꾸는 대학 진학을 이루며 도학과 과학을 함께 가르치는 학교. 바로 원광여자고등학교다.
 

원불교 개교이념을 구현해 문명사회건설의 주역을 양성 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원광여고.
원불교 개교이념을 구현해 문명사회건설의 주역을 양성 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원광여고.

원광여고 1960년 개교
원광여자고등학교(이하 원광여고)는 원불교 개교이념을 구현하고 과학과 도학의 병진교육을 실천해 문명사회건설의 주역을 양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다. 원광여고는 1960년 원광여자상업고등학교(초대교장 박장식)로 개교했다. 1967년 원광여자종합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꿨으며 1978년 창인동에서 모현동 현 위치로 이전했다. 이후 1990년 원광여자상업고등학교(현 원광정보예술고등학교)와 분리돼 1991년부터 원광여자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1996년 학급 증설 인가를 받아 현재 24학급, 2021년 졸업생 누계 20,072명으로 익산의 교육을 책임지는 대표학교로 성장했다.


명문 사학 위상 지켜
원광여고에 들어서면 활기찬 분위기와 함께 교육에 대한 엄숙한 느낌이 공존한다. 학교의 분위기는 결국 교사와 학생들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교육으로 이야기한다. 얼마나 교사들이 열정적으로 가르치는가, 얼마나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열의를 보이는가가 그 학교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최근 원광여고의 대학 진학률은 지방 학교로는 보기에 드문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5년간 서울대 7명, 의대, 치대, 한의학 계열 42명, 연고대 35명, 서울 주요 대학 180여 명, 교육대학 60여 명 등 전국에 내로라하는 학교들과 견주어 손색이 없다. 수도권에 집중된 교육 자원과 지역 간 교육환경 격차 속에서 명문 사학의 위치를 지켜나가며 학생들을 좋은 대학으로 인도한다는 것은 익산이라는 작은 지방 소도시에서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비단 학생 본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교사들의 열정이 함께 녹아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로 선정된 원광여고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로 선정된 원광여고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교법정신 발하는 교립학교
김희중(법명 관중) 원광여고 교장은 교사와 학생, 그리고 관리자가 한마음으로 나아가는 비결을 원불교의 교법으로 이야기한다. 원기72년 원광고등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하며 입교한 그는 현재 어양교당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김 교장은 “과거처럼 윗사람과 아랫사람으로 나누고 권위를 내세우는 시대가 아니다”며 “교장과 교사, 교사와 학생들의 관계에서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고 느껴야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천하지 않는 리더십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솔선하고 움직여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지고 따라와 주는 것이다. 기본과 원칙을 충실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원광여자고등학교는 교육청으로부터 공립학교처럼 투명하다는 칭찬을 듣는다. 공과 사를 정확히 나누고, 사적인 영역에서는 정을 나누며 공적인 영역에서는 칼같이 지키는 교법정신이 이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원불교의 미래
올해 원광여고에서 세 명의 학생이 전무출신에 지원했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유혹과 편안함을 뒤로 한 채, 자기 삶의 의미를 찾고 타인을 위한 삶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 시대에 원불교의 교법을 찾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원광여고가 원불교의 미래임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원광여고에서 교화를 담당하고 있는 김수현 교무는 학교의 모든 활동이 바로 과학과 도학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강조하며 함께하는 교사들의 합력 덕에 교화에 전념하고 있다며 겸손을 표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김 교무는 원광여자고등학교 홈페이지를 이용해 인성교육을 실시해 온라인 공동생일잔치(대각개교절), 마스크 패치 나누기, 5행시 짓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교화의 끈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직접 만나는 수업뿐만 아니라 명상 나레이션 대회, 기후 활동 캠페인으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원불교 동아리인 ‘보은회’도 코로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운영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가는 학생법회’, ‘경종 ASMR 프로그램’ 등을 제작했다. 1학년 186명 중 80여 명이 원불교 동아리 신청서를 낼 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원광여고에서 온 힘을 기울여 교화를 이끌어가는 김 교무의 모습에는 소명의식을 느낄 수 있다.


시대 흐름에 발맞춰
교육환경이 변화하고 학생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는 매년 극적으로 변화하기에 똑같은 방식을 고수할 수 없다. 원광여고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올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로 선정돼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공간 혁신, 그린 학교, 스마트 교실, 복합화를 요소로 미래형 학교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익산시 소재 중고등학교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됐고, 이번 기회를 통해 온라인 교육 체제를 구축해 전라북도를 권역으로 하는 온라인 수업 시스템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수준에 맞춰 다양한 교과를 선정하고 그것을 학교 교사가 모두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오프라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온라인 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유연한 학습공간과 다양한 교육과정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2025년에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를 2023년도부터는 준비학교로 선정되어 교육과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처럼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듣고 학점을 모아서 대학에서 원하는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학습이다. 원광여고는 2018학년도부터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실시해오고 있으며 익산 유일의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거점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김희중 교장.
김희중 교장.

김희중 교장은 믿음을 강조했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며 함께 나아가는 상생의 학교를 꿈꾸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최근 교육은 티칭이 아니라 코칭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단정짓지 않고 믿어주는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폴 김 교수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제력을 얻어가는 교육이 중요한데 어른들이 자신도 못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꿈꾸는 교육은 믿음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교법으로 인성을 기르고 믿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원광여고야말로 미래 시대에 필요한 참다운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교육은 내일이 목표가 아니라 30년 뒤의 목표를 위한 것이라 했다. 교립학교가 꿈꾸고 있는 다음 세대의 찬란한 미래를 기대해 본다.

[2021년 8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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