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제 교수
남성제 교수

[원불교신문=남성제 교수] 원기106년 4월 28일 대각개교절 경축식에서 법신불 전에 봉정된 개정증보판 『원불교전서』는 7월 중순 제248회 임시수위단회에서의 회수·폐기 결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백지화됐다. 초기에는 심각한 오탈자와 윤문이 문제가 되었지만 이후 편찬과정에서 수위단회의 의결을 누락하거나 대중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크게 이슈화됐다. 이에 원불교미래포럼을 필두로 하여 교단의 의사결정체계와 소통시스템에 대한 혁신 및 최종결정기관인 수위단회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긴급 출가교화단 총단회와 임시 수위단회를 통해 대책을 논의했으며 그 과정에서 전산종법사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했다가 거둬들이기도 했으며, 수위단회의 무책임한 태도를 성토하며 원불교미래포럼 소속 교무들이 사퇴를 표명하기도 했다. 결국 8월 12일 제251회 임시수위단회에서 <원기 106년 제3대 제3회 후기 수위단원 총사퇴와 그에 따른 선거 특별규정>의 특별법을 제정했고, 수위단원이 개정증보판 『원불교전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는 것으로 결의했다. 

경전의 회수·폐기, 교정원장 사퇴, 종법사의 사의 표명 및 철회, 교무의 사퇴 표명. 엄청난 초유의 일들이 한꺼번에 발생할 정도로 이번 사건의 파장은 매우 컸으며 교단운영에 대한 재가출가 교도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개정증보판 『원불교전서』의 편수과정에 참여하거나 관심을 가졌던 재가출가 교도들의 분노와 실망을 이해한다. 우리 법과 회상과 스승에 대한 굳건한 신심이 있었기에 절차에 맞게 합리적으로 진행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종교가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 편수 발간과정에서도 절차와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거기에 더해 그간 쌓여왔던 교단운영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큰 파장을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수위단회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남으로써 100여 일에 걸친 개정증보판 『원불교전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교단운영체계를 혁신하여 시대화·생활화·대중화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교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바탕으로 교단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낸 재가출가 교도들 덕분에 교단운영체계 혁신의 전기가 마련됐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9월 29일에 있을 수위단회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교단운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 교단 혁신을 원만히 완수하는 것이다. 

비록 개정증보판 『원불교전서』 사태의 처리과정에서 파장이 있기는 했지만 전산종법사를 비롯한 모든 수위단원의 마음도 교단을 위하는 한마음이라 생각한다. 서로 생각하는 길이 달랐을 뿐 목적지는 성불제중의 한 가지이다. 원불교 홈페이지에 게시한 온라인 입장문에서 동지들이 영생의 서원인 교무직을 내려놓는 것에 대해 가슴 아파하며 다시 복귀하기를 바라는 심정이 절절히 와닿았다. 

정산종사는 “우리 동지들은 늘 서로 애호하고 돕고 받들며, 어떠한 허물이 있다 할지라도 감싸주고 용서하고 이끌어 주어서, 한 가지 이 대업에 동심 합력하여야 우리의 교운이 무궁하리라”고 했다. 이제는 과거의 잘잘못을 떠나 서로의 본의만을 생각하고, 서로 감싸주고 화합하며 교단의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해가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투명한 교단, 교단 4대를 힘차게 열어가는 결복교단을 만들기 위해 재가출가 교도가 한 마음으로 합심 합력하는 것만 생각할 때이다.

/강원대학교·춘천교당

[2021년 8월 23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