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오 남춘천교당 교도
김선오 남춘천교당 교도

[원불교신문=권원준 기자] 강원교구 재가출가 교도들은 요즘 상시훈련에 한창이다. 매일 아침 저녁 열리는 선방, 여름 겨울에 진행되는 훈련, 봄 가을 열리는 마음학교까지 물 샐 틈 없는 공부로 정진적공을 잇고 있다. 그중 한 교도가 교구와 교당에서 진행하는 과정을 빠짐없이 챙기며 자신을 성장시키고 있다. 바로 오타원 김선오(65·悟陀圓 金禪悟) 남춘천교당 교도다. 


교당으로 인도한 소중한 인연
그를 만나기 위해 남춘천교당으로 향했다. 서기태 교무(남춘천교당)와 김 교도가 미소로 반갑게 맞이한다. “제가 오늘 신문사 인터뷰 간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어머니께서 ‘네가 뭘 공부를 잘한다고…’라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부끄럽습니다.” 그녀는 어머니처럼 열심히 수행해서 훌륭한 법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춘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머니를 통해 원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외할머니께서 남춘천교당에 다니셨습니다. 어머니는 외할머니께 힘이 되어 드리기 위해, 그리고 돌아가시면 교당에서 제사를 지내드리기 위해 외할머니와 함께 남춘천교당에 나가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인연은 자연스레 김 교도에게 이어졌다. 하지만 처음 만난 원불교는 그녀에게 너무나 생소한 나머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당시 남춘천교당의 김법진 교무가 매주 전화해 그를 챙겼지만, 교당에 가기 싫은 마음에 핑계를 대며 나가질 않았다. “매주 그렇게 하다 보니 너무 죄송했어요. 그래서 청년회를 나가게 됐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물질이 개벽 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개교표어에 마음을 빼앗기게 됐습니다.” 
 

상시훈련은 나의 힘
그녀는 강직한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천성이 착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에게 원불교 교리는 가깝게 느껴졌다. 교당에 다닌 후로 대종사의 가르침을 조금씩 실천해 나갔다. 옳지 않은 행동은 하지 않고 늘 근검절약하며 검소하게 살았다. “남춘천교당에 다녀가신 교무님들은 저에겐 감사한 인연입니다. 특히 이선묵 교무님이 제가 열심히 마음공부 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신경 써 알려주셔 더욱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그를 한 단계 더 성숙시켜 준 것이 바로 강원교구에서 진행하는 상시훈련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을 하나씩 참석하다 보니 마음 쓰는 법을 알 것 같다고 말하는 그. “마음이 보이면서 온전·생각·취사를 수시로 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저도 제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사람들도 제가 하는 생각이나 행동을 보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줍니다.” 

5월 7일부터 줌에 접속해 새벽엔 좌선과 기도를 저녁엔 염불과 기도를 하고 있다. 좋지 않았던 건강이 회복되면서 춘천교당에서 전반기 3개월간 진행했던 마음공부도 쉬지 않고 다녔다.

그 결과 두 가지 큰 소득을 얻었다. 하나는 자립심이 생기며 마음의 국한이 넓어진 것이다. “제가 고3 때까지 어머니가 머리를 땋아주셨습니다. 저고리를 만드는 학교 숙제도 어머니께서 해주셨죠. 자립심이 부족해 제 자신을 챙기는 것도 가족을 챙기는 것도 잘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상시훈련을 하고 난 후부터는 자립심과 함께 주위를 둘러보는 마음이 생겨났다. 교무를 챙기는 것은 물론 일요법회의 차량 봉사를 시작해 교도들까지 챙기는 마음마저 낼 수 있었다. 또 하나 물질을 부려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탄소 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자동차 타지 않기, 전기제품 사용 줄이기, 비닐 및 일회용품 쓰지 않기, 용기 가져가 두부 사기,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다니며 길가에 쓰레기 줍기 등 사소한 것 하나라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실천하고 있습니다.” 상시훈련은 안으로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했고 밖으로 자신을 넘어 보다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막혀있던 것들을 
풀고나니 
제 자신이 살아생전에 
천도받은 것 같습니다

감사일기와 일원상서원문 
상시훈련과 함께 시작한 감사일기 기재는 그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평상시 생각이나 행동이 너무 딱 부러진 나머지 불의를 행하는 사람, 신용 없는 사람을 싫어했다. 그 사람과 부딪치는 것조차 싫어 그 사람의 집 앞도 지나질 않았다. 하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수개월 동안 감사일기를 쓰다 보니 미운 사람들이 없어졌다. 미워서 만나지도 않았던 사람도 지금은 자주 만나고 있다. 또 지금은 예전에 미처 보이지 않던 그 사람의 좋은 점만 보인다. “죽기 전에 풀고 싶었는데 막혀있던 것들을 풀고 나니 제 자신이 살아생전 천도 받은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정진하는 것이 있다. 지금 여기 깨어있는 마음을 챙기기 위해 일원상서원문을 암송하는 것이다. 처음엔 아침심고 시간에 한두 번 암송했다. “신타원(김혜성 종사)님께서 하루에 80번씩 외우셨다고 말씀하신 것을 들었습니다. 처음엔 과연 그게 될까? 의문이었죠. 그래서 저도 길을 걸을 때도 챙기고, 산에 오르면서 챙기고, 일상 속에서 계속 챙기다 보니 20~30번도 챙겨지고 많이 할 때는 하루에 120여 번까지 했습니다.” 자기 전 최후 일념으로 챙긴 일원상서원문은 다음 날 아침 자연스레 최초 일념이 돼 일원상 서원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했다. 일원상서원문 암송으로 잡념은 사라지고 머리는 맑아졌다. 지혜가 샘 솟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김 교도는 감사일기 기재로 세상과의 소통을, 일원상서원문 암송으로 자신과의 소통을 이으며 자신을 성장시키고 있었다.

요즘엔 그는 역대 종법사, 스승님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을 읽고 있다. 최근 박청수 교무의 책을 읽으며 무아봉공을 실현하는 그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말하는 그. 책을 읽는 내내 닮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국제구호개발 NGO인 ‘월드쉐어’에 가입해 국제구호사업에 참여했다. “이제는 교당의 주인뿐만이 아니라 원불교 어느 곳에서도 주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도 커지고 넉넉해졌다. 시방삼계가 오가의 소유란 말을 이제야 조금 알 듯하다. 예전엔 책만 경전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보이는 것 모두가 산 경전이란 걸 깨달았다. 

“저의 서원은 대종사님의 알뜰제자가 되어 성불제중, 제생의세를 이루는 것입니다. 이를위해 서기태 교무님, 강원교구 여러교무님과 함께 정기·상시훈련으로 마음공부를 잘  하겠습니다.” 감사일기, 일원상서원문 암송, 좌선, 염불, 기도, 상시훈련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올 한해. 김 교도에게 원기106년은 큰 선물이지 않았을까? 

[2021년 8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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