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윤관명] 앞서 집단사고(Groupthink)의 폐해를 얘기했다. 엘리트 집단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이유가 집단사고라면,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위대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강하고 지혜로운 리더가 선두에 서서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끌던 시대는 지나고, 구성원들 각자가 가진 정보와 지혜를 이끌어내어 공동의 목적을 위해 협력하는 시대가 왔다. 

일반적으로 조직구성원들은 내부에서 공유된 정보의 영향을 받는다. 중요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면 조직은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사실을 알고 있는 개인이 어떤 이유에서 정보를 숨긴다면 구성원은 결국 손실을 나눠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정보를 가진 사람이 조직의 리더이거나 중심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의외로 조직의 주변부에 있어 누구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가 문제를 해결할 키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우리는 평상시 그에게 묻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집단지성을 이끄는 리더는 그들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만든다. 

그렇다면 리더가 조직의 집단사고를 피하고 집단지성을 발현시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집단사고에 대처하기 위해서 의사결정의 순간에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해야 한다. 특히 정부기관이나 종교단체가 가지고 있는 권위주의와 서열에 따른 순종주의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탐구심 많은 자기침묵의 성향’을 가져야 한다.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나 처음부터 명확하게 얘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리더가 의사결정단계에서 의도를 명확하게 밝히면 대부분은 리더의 결정을 칭송할 것이며, 다른 의견를 가진 구성원들은 침묵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창의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 집단지성을 지향하는 리더의 모범사례로 GM(제너럴모터스)을 세계제일의 기업으로 발전시킨 알프레드 슬론 회장을 꼽는다. 그는 반대의견에 감정이 섞인 비판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비판적 의견을 말할 권리를 모두에게 상기시켰다. 슬론 회장은 그룹 내 개인적 결속력을 갖는 것을 경계했다. 자칫 편가르기가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이다. 

다음으로 리더는 의사결정에 있어 사안을 다각도로 평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집단지성을 이끈다. 한 명 이상의 구성원에게 ‘건설적인 비판자(Devil’s Advocate)’ 역할을 부여한다. 또는 외부 전문가 인사를 참여시켜 새로운 관점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은 조직의 편향된 시각을 객관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이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 집단의 모두에게 집단사고를 경계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집단사고의 원인과 징후 그리고 결과에 대해 모두가 숙지하도록 한다. 모든 조직은 자신들만의 관습과 관행이 있다. 거기에 매몰되면 새로운 환경에 대처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 리더는 구성원 간 의견 일치를 강요하는 집단사고 현상을 방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뛰어난 리더는 ‘만장일치’를 경계해야 한다. 

성과가 좋은 팀의 리더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다양성과 개방성을 증폭시킨다. 우선 조직이 가진 정보를 구성원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리더그룹이 아닌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위기를 만났을 때 집단지성의 저력은 드러난다. 조직의 위기를 해결할 답은 밖에 있지 않다. 그 조직을 잘 아는 구성원들의 머리와 가슴속에 답은 이미 존재한다. 다만 구성원들이 가진 소중한 의견들을 어떻게 최종의사결정 자리까지 이끌어 올 것인가는 리더의 몫이다.

[2021년 8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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