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

유린원광종합복지관 명상시간.
유린원광종합복지관 명상시간.
분당 하얀마을복지회관 명상시간.
분당 하얀마을복지회관 명상시간.
박승혜 상담연구원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동안양교당
박승혜 상담연구원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동안양교당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의 상담연구원으로 활동 중 분당의 하얀마을복지회관 어르신과 서울시 중랑구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 봉사자를 대상으로 명상을 지도했다. 원불교 교도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이라 명상을 해본 경험이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명상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관심과 흥미가 없으면 참여도도 떨어지고 짧은 시간에 명상의 효과를 거두기는 대단히 어렵다. 더구나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불편한 분들이 많아서 기존 방식대로 오랜 시간 좌정을 유지하는 것은 무리여서 앉아있는 명상보다는 약간의 움직임이 있는 명상법을 택했다. 가벼운 음악에 맞춰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거나 온몸을 자유롭게 터는 듯한 동작을 10분 정도 지속한 후, 멈추고 몸에 주의를 기울여 어떤 부위에서 어떤 느낌이 감지되는지 살피고 5분 정도 감상을 나누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두세 번 반복했다. 몸의 상태에 따라서 넘어지지 않도록 벽을 짚고 하거나 앉아서 해도 되지만, 남을 의식하거나 특별히 멋있게 하려고 하지 말고 몸과 대화하는 기분으로 하도록 당부했다.

 

 

몸 - 지금, 여기 있는 존재에 집중하기
약간의 움직임 후 갑자기 멈추면 온몸의 진동, 저릿저릿함, 열감, 뚫리는 느낌, 심장의 고동 등이 좀 더 선명하게 감지된다. 마음을 몸에 집중하면 오롯하게 현재에 머물게 되니 훌륭한 명상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생각은 순식간에 과거나 미래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지만 몸은 오직 ‘지금, 여기’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명상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움직임 명상에서는 알아차림과 이완의 효과를 많이 거둘 수 있다. 단기간 연습으로 명상의 효과를 보는 것은 쉽지 않지만 몇몇 참여자들은 다음과 같이 감상을 말했다. 

 

▶명상을 처음 접하게 되어 반가웠다.
▶명상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은 아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몸에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에는 다른 생각이 별로 나지 않는다.
▶저녁 식사 후 남편과 개울가를 걸으며 번잡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하게 됐다.
▶무심코 지나가는 시간에 좀 더 마음을 챙기는 연습을 하게 됐다.

 

사실 우리 몸은 가장 훌륭한 수행의 도구이며 수단이다. 예전에는 종교단체에 따라 몸을 혹사하는 고행을 수행의 방법으로 삼기도 했으나, 인지가 발달한 지금은 몸을 구석구석 바라보고 느끼고 단련하는 것이 표준이 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명상의 주류로 자리 잡은 마음챙김 수행에서도 ‘바디 스캔'이 한 부분을 차지해 몸의 각 부위를 순서대로 주의를 옮겨가며 아무런 판단 없이 알아차리는 연습을 한다. 부처님도 깨달음의 기본 단계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알아차리고, 놓치지 말고, 잔잔하게 하라는, 몸을 통한 호흡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움직이는 명상뿐 아니라 좌식 명상에서도 몸을 살피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지금 이 순간  양미간을 찡그리고 있는지, 이를 앙다물고 있는지, 턱을 위로 치켜들고 있는지, 어깨를 웅크리거나 힘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고 긴장을 내려놓는다. 미세한 숨의 들락거림, 팔이 묵직해짐, 손이 따뜻해짐, 입에 침이 고임을 느끼고 어쩐지 가슴이 조이는 듯함, 목에 무언가 걸린 듯함, 머리가 뜨거워짐 등도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린다. 숨을 깊이 들이쉴 때 횡격막이 내려가며 배 아래 쪽에 생기는 팽창감, 척추를 따라 흐르는 시원한 기운, 코에서 막 빠져나오는 공기의 따뜻함도 감지한다. 내 몸속에 끊임없이 맥박을 분출해내는 심장의 위치도 느껴본다. 내 몸이 점유하고 있는 우주의 공간도 알아차리고 내 몸을 떠받치는 지구의 기운도 느껴본다.

 

내 몸의 응어리 살피기
우리 몸 약 37조 개의 세포가 만들어내는 에너지 작용은 어마어마하며 그것이 곧 나의 몸이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이 거대한 에너지 발전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잘 먹고 씻고 치장하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몸 세포 구석구석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정보가 오가는지 조용하고 차분하게 귀 기울여 보아야 한다. 어떤 응어리가 뭉쳐서 끈적이는 껌 딱지처럼 붙어있는지, 눈의 맹점처럼 발견되지 않고 숨어있는지 촘촘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응어리는 세상에 태어나서 자라고 살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상처와 원망과 회한들이 딱딱한 에너지로 굳은 경우가 많다. 응어리를 제 때에 녹여내지 않으면 땅에 박힌 돌부리처럼 시시때때로 우리를 걸려 넘어지게 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안정감 있게 사랑을 받으며 자라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주위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며 자신의 뜻을 분명히 표현하고 지혜와 통찰력을 갖추고 산다면, 그것은 참으로 이상적인 삶이며 몸 어느 구석에도 응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삶은 희귀하며 대부분 개인의 삶의 궤적과 사연에 따라 몸의 각 부위에 응어리가 생긴다. 사람들은 크고 작은 응어리의 존재를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면서 일생동안 고통과 무지 속에 살고 있다. 

 

 

후회, 걱정, 불안, 두려움 많은 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
법문에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가 있다. 나는 ‘원망생활’이 단순히 ‘불평을 품고 미워함’만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과거를 못마땅해하는 후회, 자신의 미래를 못 미더워하는 걱정, 불안, 두려움 등도 비교적 순한 모습을 띠고 있는 원망심의 사촌들이다. 자기 자신을 질책하고 의심하고 비하하는 마음은 타인을 원망하는 것 이상으로 큰 해독을 끼친다. 이러한 그림자 마음이 몸집을 불리고 몸 구석구석에 똬리를 틀면 딱딱한 응어리가 되어 에너지 흐름이 막히고 삶은 어둡고 무거워진다. 


그러나 그림자 마음을 갑자기 감사심으로 돌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야 한다는 당위성에 매달려 꿰어맞춘다면 우리 삶은 생생한 활기와 자유로움을 잃어버리고 무기력해진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을 다독여주면서 가벼운 움직임과 멈춤, 깊고 잔잔한 호흡으로 몸에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하면 감춰졌던 응어리를 찾을 수 있다. 응어리의 존재를 인정하고, 회피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응어리의 사연을 잘 들어주고 사랑스럽게 보듬어주면 응어리는 봄눈처럼 녹아나고 감사, 사랑, 친절, 안심의 감정이 솟아난다.


이런 긍정적이고 고양된 감정은 심장이 강력한 ‘자기장’을 생산해내도록 하며, 자기장은 맥박을 통해 몸 구석구석의 세포로 퍼져 나가고 몸 주변에도 자기장을 형성한다. 자기장은 몸 밖 200미터 장소에서도 자기계라고 하는 정교한 탐지기로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과학이 몸을 통해 마음 상태까지 속속들이 측정하는 시대가 왔으니 앞으로 더욱 몸의 세포와 에너지와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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