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공부·특신급 10계문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계문을 공부하는 마음 
법신불 사은님. 성불제중을 서원한 특신급이지만, 때로 이런저런 욕심에 이끌려 비단같이 꾸미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부끄럽고 천록을 막는 줄을 알아 이제부터는 담박하고 진실된 말만을 하고자 하니, 호렴하여 주시옵소서. 일심으로 비옵나이다.

 

 

비단같이 꾸미는 말이란
각산 신도형 종사님은 이 계문에 대해 “온당하지 못한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밖으로 감언이설이나 교언영색은 절대로 말라는 것이니 마음속에 없는 것을 입으로만 아름답게 꾸미지 말라는 것이다. 순박하고 실다운 말을 하라”라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30계문 중 말과 관련한 조항은 모두 6조항입니다. 보통급 ‘악한 말을 말며’, 특신급 ‘다른 사람의 과실을 말하지 말며, 두 사람이 아울러 말하지 말며, 비단같이 꾸미는 말을 하지 말며’ 법마상전급 ‘한 입으로 두 말하지 말며, 망녕된 말을 하지 말며’입니다.


저는 사회초년생 때는 ‘비단같이 꾸미는 말’을 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그때 멀뚱멀뚱 상사나 동료에게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지만, 어떤 동료들을 보면 나름의 계획과 지략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환심도 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 같았거든요. 그걸 보고 ‘아, 사회생활은 저렇게 하는 거구나’ 싶었던 거지요. 회식 자리에서 상사 기분 좋게 하는 아부성 멘트는 좀 오글거리지만, 사실 그때 상사의 표정을 보면 싫어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더욱이 조직의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 멋지게 포장하거나, 회사의 이익을 위해 상대에게 매력적인 제안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능력을 인정받습니다.


물론 예의를 갖추거나 사회생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기름칠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요. 일반적으로 예의를 갖추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 반갑고 다정하게 응대하는 것, 상대를 배려하여 위안과 용기를 주는 것은 범계는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에서는 지나치게 칭찬과 인정을 쏟고 뒤에서는 불평하는 것, 나의 이익을 위해 환심을 사려는 말은 범계가 될 것 같습니다.

 

 

나의 비단같은 말 
직장생활 17년 차, 돌아보면 범계인 줄도 모르고 비단같이 꾸미는 말을 꽤 많이 해왔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앞에서 말을 잘 꾸며 주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고 인정을 받는 사람이 부러웠고, 저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에게는 상대의 인정을 받고 싶어 눈치를 보는 마음이 있습니다. 상대의 환심을 사려고 하니 그가 불편하면 못 참고, 속과는 다르게 듣기 좋은 말을 하게 되지요.

예를 들어, 음식점에 갔을 때 맛이 없었던 경우, 나오면서 주인에게 잘 먹었습니다 정도의 인사만 하고 나오면 되는데, 상대의 일시적 기분을 맞추려고 “맛있게 먹었어요”라고 속마음과는 다른 소리를 하는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왜 그랬을까요. 마음공부를 한다는 사람으로서 딱한 음식점 주인에게 야박하게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속에 없는 소릴 해버렸으니 원만한 말도 아니요, 지나치게 꾸민 비단같은 말일 뿐입니다. 

 

 

나도 말을 잘하고 싶다 
말을 잘하려면, 먼저 공부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때에 따라 적절하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참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강한 사람에게 아첨하지 않고, 약한 사람을 무시하지 않고, 편하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이득을 따라 간교하게 꾸며내지도 않고 매양 진실된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해야 할 말과 행동을 원만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말 한마디만 제대로 하려 해도 수양력, 연구력, 취사력의 삼대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참 욕심이 많습니다. 내 스타일대로 편한대로 살려는 게 아니라, 복과 혜를 두루 갖춰 진급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인격적으로 성숙해 행동도 말도 부처님처럼 멋지게 하고 싶고, 능력도 키워서 복도 많이 짓고 싶어요. 


그게 수도인의 삶이겠지요. 일반인들은 나를 변화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환경을 탓하지만, 수도인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어떻게 복과 혜를 지어 나갈지를 생각하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대종사님은 새 시대의 수도인은 현실에서 떠나 모든 욕심을 버리는 이가 아니라 하셨습니다. 오히려 욕심을 키울 것이며, 현실 속에서 적극적으로 진급이 되고 은혜를 입어가면서, 일원의 위력을 얻고 일원의 체성에 합하도록까지 서원하는 이라고 하셨습니다. 


과거의 저는 말을 어떻게 할 줄을 몰라 부끄러운 일도 있었고 실수도 많이 했었지요. 이제부터 일원상법어에서 입을 사용할 때 쓰라고 주신 원상을 대조해 가면서 공부하다보면, 저도 매양 중도에 맞고 은혜가 되는 말을 해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내 삶을 돌아봅시다

1. 대종사께서 비단같이 꾸미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2. 나는 비단같이 꾸미는 말을 하는 편입니까? 
3.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바꿔 나가겠습니까?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예전』 통례편 제7장 언어와 응대 
- 제2절 말하는 법

2. 말은 매양 처지와 장소와 때를 잘 살펴서, 각각 그 경우에 망녕(忘佞)됨이 없게 할 것이요.
3. 말은 매양 진실 정직하게 하고 간교한 수단으로써 거짓을 꾸미지 말 것이요.

 

『정산종사법어』 근실편 7장
정산종사는 사람이 부정한 짓에 비단으로 꾸며서 싼다고 해도 그 냄새가 밖으로 나타난다며, 비단같이 꾸미는 행위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불조요경』 업보차별경 31장
속으로는 불량한 마음을 품으면서 밖으로는 비단같이 꾸미는 말을 많이 하면, 항상 그 몸 주위에 초목이 빽빽하고  가시가 많이 돋친 수풀이 많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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