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스스로 이겨내게 해주는 한의학적 생활건강법

김종진(종열) 교무 / 전 한국 한의학 연구원장

 

 

50대 초반 무릎이 아파 병원에 가니 연골이 파열됐다며 수술을 권했다. 수술을 하고 나면 축구를 못 하게 될 것 같아 다른 방법을 찾다가 한 물리치료사를 만나 자가운동법 두 가지를 배웠다. 매일 아침저녁 그 운동을 하자 석 달 후 무릎 통증이 사라졌다. 나는 지금은 테니스를 치고 있다. 물론 무릎 수술은 받은 적이 없다.


우리는 아프면 병원에 간다. 검사해서 병명이 나오면 약을 먹거나 수술을 한다. 환자는 의사가 처방해준 대로만 하면 된다. 거기에 약간의 주의 사항 정도는 있으나 치료는 거의 약과 의사의 기술로 이뤄진다. 철저히 타력에 의존하는 의학이다. 


하지만 한의학은 그렇지 않았다. 큰 병이 들면 자신의 삶을 반성하라 했다. 질병은 삶의 신호등이라는 것이다. 이제마는 중병은 애로희락의 감정이 이기적으로 발현되어 깊어지면 생기는 것임을 상세히 밝히고, 중병이라도 ‘석가모니 수도하듯이’ 마음을 다스리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의사의 ‘사’자는 변호사, 회계사 같은 선비 ‘사(士)’가 아니라 스승 ‘사(師)’이다. 


타력의학으로 병이 잘 나으면 인정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우리 주위에는 낫지 않는 병들이 너무나 많다. 아니 오히려 낫는 병보다 낫지 않는 병들이 더 많다. 외과 부문에서 수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많은 위기 상황이 해결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발전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환자들이 의존하는 약으로 낫는 병은 매우 드물다.

이는 한의사의 편협한 견해가 아니다. 국내 최고의 의과대학을 나온 의대 교수는 당뇨병에 걸리자 자신의 연구실에서 의자를 치웠다. 컴퓨터 앞에 서서 작업하기 위해서다. 점심도 웬만한 거리는 걸어가서 먹는다. 당뇨약은 효과도 크지 않고 몸에 부작용을 남기니 자가 치료가 제일이라는 것이다. 많은 세계적 의사들이 이와 같이 주장하고 행동한다.


혈압약과 당뇨약은 분명 혈압과 혈당을 낮추지 않느냐고 의아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낫는다’는 개념은 ‘병이 걸리기 이전 상태로 되돌린다’는 뜻이다. ‘치료가 끝나면 약을 끊고도 건강해진다’는 뜻이다. 혈압약, 당뇨약이 그러한가?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은 ‘관리’라고는 할지언정, ‘치료’라고는 할 수 없다. 지금 쓰고 있는 많은 약이 대부분 그렇다. 


물론 단기적으로 쓰는 효과적인 약들이 있다. ‘스테로이드’ 제제가 대표적이다. 심한 관절통의 경우 잠시 제한적으로 쓰면 통증이 결정적으로 호전된다. 그러나 스테로이드 제제가 훨씬 광범위하게 쓰이는 피부병은 대개 단기적 사용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장기 사용하게 되고 심각한 부작용을 남기고 만다.


결국 만성 피부병이나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병들은 환자 본인의 생활 관리가 근본적 치료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병을 낫게 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몸이다. 약은 그 과정에서 조금 도와주거나 때론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먼저 병이 나게 만든 내 몸의 원인을 찾아서 제거해야 한다. 그것이 의사와 환자가 함께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 노력과 회복의 정도에 따라 약을 줄여가는 것이다.
고혈압은 많은 경우 체중을 줄이면 내려간다. 그것만으로 안 된다면 기름기 많은 음식의 비율을 줄여간다.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전환하면 더욱 좋다. 기름기는 혈액을 끈끈하게 만들고, 혈관벽에 쌓여 혈관의 탄력을 약화시켜서 심장이 더욱 강한 혈압으로 펌프질하도록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음식 습관을 바꾸면 평생 혈압약을 먹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만성 피부병들도 대개 음식과 연관되어 있다. 완전 채식으로 아토피가 나은 사례가 많다. 다만 체질에 따라 음식법의 방법이 다르므로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것이 좋다. 지독한 피부병은 스트레스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그것을 일으키는 외적 경계를 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만일 환경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내적으로 마음공부를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마음공부와 음식과 운동, 누구나 아는 치료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실행하지는 못한다. 손쉽게 약물에 의존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타력에 의존하는 그 길에는 확실히 치료법이 없다. 현대의학의 약들이 이 병들을 결코 치료해줄 수 없다는, 약은 임시방편이라는, 반드시 자신의 생활관리로 치료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치료의 길이 보인다. 그 자세로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다면 대부분의 만성병은 치료할 수 있다. 의사는 도와줄 뿐, 병은 내가 치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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