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교도 / 전주교당
정지원 교도 / 전주교당

[원불교신문=정지원 교도] 드디어 첫차가 생겼다. 일찍 퇴근하고 청년법회를 보기 위해 교당에 주차하고 법회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고, 받아보니 내 차를 문 콕 했다고 한다. 당연히 경계로 다가 왔다. 마음이 어지러웠고 걱정과 화가 났다. 

얼마 안 된 새 차인데 하며 주차장으로 내려가다가 거울에 비친 나를 보았다. ‘아 나는 오늘 교당에 마음공부 하려고 왔지.’ 내려가는 동안 마음을 가라앉혔다. ‘내가 이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연락 안 하고 도망가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전화해준 사람이 고마웠다.

내려가 보니 한 청년이 전전긍긍하며 서 있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나는 처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하나 하다가 “많이 놀라셨죠?”라고 말했다. 그분은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은 표정이었다. 그리곤 이내 “네 죄송합니다. 실수로 문을 너무 세게 열었습니다”라고 했다. 내 차에는 콕 하고 자국이 나 있었다. 

오늘은 회사도 일찍 마치고 교당도 오는 좋은 날인데 이런 일로 하루를 안 좋게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분도 솔직하게 사과하고, 연락해준 점도 고마웠다. 차에 자국이 남았지만 화를 내고 기분이 나빠진다면 두고두고 기억에 자국이 남을 것 같았다.

“많이 놀라셨을 것 같고 오늘 저는 좋은 날인데 서로 기분 나쁘게 보내면 서로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네요. 다행히 차가 크게 상하지 않았으니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분은 계속해서 배상하겠다고 했지만 크게 상하지 않은 차 때문에 서로 돈과 시간을 바꾸는 것도, 고의도 아니고 사과하는 데 배상까지 하는 것도, 다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니 내 마음도 차분해졌다. 그리고 다시 교당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그분은 여기도 종교 같은 곳이냐고 물었다. 아마 원불교를 모르는 분인 것 같았다. “네 마음공부 하는 곳입니다”라고 하니 조금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돌아와 법회를 보고 집으로 가려고 하니 장문의 문자가 왔다. 자신이 실수한 점을 이해해줘서 고맙다며 이 근처에 자주 왔는데 교당을 처음 봤고 좋은 공부하는 곳 같다고 했다. 그분은 내 차에 문 콕을 했지만 그분 마음에 원불교와 마음공부가 콕 하고 기억에 남았을 것 같다.

‘마음공부 잘합시다’ 혹은 ‘마음을 잘 씁시다’라는 말은 원불교에 다니면서 흔하게 또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생활하다 보면 마음에 콕 하고 자국이 남는 날들이 있다. 친구 사이에 회사에서 혹은 가족끼리도 그런 날이 있다. 내 마음은 그런 게 아닌데 오해를 사는 일도 있고, 화가나 어쩔 줄 모르는 날도 있다. 교당에 다니면서 그런 마음이 경계라고 배웠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쉽진 않지만 그럴 때 내 마음을 먼저 돌아보고 생각하게 된 점이다.

교우회를 통해 입교하고 법연이 닿은 교우들이 있다. 법회를 나오는 것은 오직 그들의 선택이다. 어떤 점이 그들 마음에 콕 닿았을까? 하루하루 생활을 하며 문 콕 같은 자국이 생겼을 것 같다. 그럴 때 대종사님의 가르침을 자신의 삶에 대조하며 어떠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난 아마 내 차에 난 자국을 보면 기분이 나쁘기보단 ‘아 마음을 잘 쓴 날이다’라고 생각할 것 같다. 교당에서 같이 공부하는 도반들도 마음에 콕 하는 자국이 생겼을 때 어떻게 마음을 쓰느냐에 따라 안 좋은 날로 혹은 좋은 날로 기억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왜 교당에 오는지, 무엇을 공부하는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좋은 날로 만들어 보자. 많은 공부가 된 날이었다.

/전주교당

[2021년 8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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