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9월 12일이면 미국종법사 추대식이 거행된다. 원불교 교단사에 길이 남을 경사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여파로 행사는 최소화해 진행한다. 전산종법사를 비롯한 재가출가 교도들도 멀리서 미국총부의 출범과 미국종법사 탄생을 심축할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갑작스럽게 실시하는 수위단원 선거로 인해 실무적 지원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딛고 행사가 원만히 거행되어 세계 교화의 못자리가 되기를 염원한다. 역사적인 미국종법사 추대식에 즈음해서 몇 가지 마음을 챙겨보자.

첫째, 선진들의 은혜에 감사하자. 원기48년 미국인 Ralph. L. Gogin 씨가 내한해 법명을 받은 이후, 원기52년 8월 전팔근 교무와 정유성 교무가 미주 순교무 발령을 받고 유학하면서 시작된 미국 교화는 필설로는 옮길 수 없는 무아봉공, 혈심혈성의 역사였다. 경제적 토대 마련을 위해 접시닦이와 택시운전을 마다하지 않은 개척교화는 온갖 역경난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꽃을 피웠다. 지난한 해외교화의 씨를 뿌린 재가출가 선진들과 이름 없는 보필지사의 거룩한 뜻은 영원히 유전될 것이다. 이들에게 공도자 숭배의 보은 도리를 다하는 것은 후진의 도리다.

둘째, 개척자의 삶을 본받자. 우리 교단은 이제 100년을 갓 넘은 신생 교단이다. 지금도 교단은 개척기의 한가운데 있다. 아직도 ‘소태산’이 누구인지 모르거나 ‘은혜’의 소식이나 ‘마음공부’의 가르침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동안 교단이 적극적인 교화 활동으로 성장했지만 아직도 교법을 전해야 할 세상은 넓기만 하다. 언어와 문화장벽을 넘어 일찍이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개척교화에 신명을 바친 분들의 개척정신을 오롯이 본받아 다시 한 번 교화의 바람을 일으키자.

셋째, 교단 창립정신을 계승하자. 정산종사는 ‘도량에 산다 하여 다 도인이며, 출가를 하였다 하여 다 참다운 전무출신이리요. 우리가 대종사와 선진들의 피땀으로 이루신 이 사업의 근본을 한 때라도 잊어서는 아니 되나니, 영산에서 숯을 팔고 삼동에 언을 막던 일, 변산에 내왕하시면서 강밥으로 끼니를 때우시고 돗자리 행상으로 노자를 장만하던 일, 익산 총부 건설 당시에 농사 짓고 엿을 곱던 일 등, 이 회상의 창립사를 생각한다면 흙 한줌 기둥 하나가 다 대종사와 선진들의 피땀의 결정체라, 언제나 검소하고 낭비하지 말며, 소(小)로써 대(大)를 이루신 근실한 창립정신을 대대로 잊지 말고 이어 나아가야 할 것이니라’고 당부한 바를 잊지 말자. 

우리 교단은 아직도 개척 중이고 창립 중이다. 미국원불교의 출범을 진심으로 경축하며 우리 모두가 새 주세회상의 창립자라는 자부심 속에서 하루하루를 개척의 보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자.

[2021년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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