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윤관명] 지난달 26일 각국 언론들이 한국을 향해 “전 세계의 훌륭한 본보기”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유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를 도운 현지 조력자들과 그들의 가족 390명 전원을 카불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안전하게 구출한 일명 ‘미라클(miracle)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은) 아프칸 협력자들을 도울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며 약속을 지킨 한국정부을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또한 영국 BBC의 서울 주재 한 특파원은 SNS를 통해 “아프칸 난민이 아닌 특별 기여자로 입국하게 됐다”며 “정착지원금과 같은 높은 수준의 지원을 약속한 한국이 존경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아프칸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탈레반이 재점령해 정부와 관련된 사람들은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있다. 그 같은 탈레반의 위협 속에서 아프칸 현지인 390명을 무사히 이송한 이번 작전의 성공은 기적과도 같다는 평가다. 한국이 ‘미라클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이 무엇일까?

먼저 신의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목적과 책임감이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주재 한국대사관의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지난달 15일 카불에서 철수하면서 현지 직원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열흘 뒤 그는 약속대로 돌아왔다. 23일 직원들을 버스를 이용해 카불공항까지 이동하려는 작전 중에 탈레반의 저지로 14시간 이상을 버스 안에 갇혀 기다리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지만 김 공사참사관이 앞장서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 역시 아프칸 조력자들에 대한 신의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하나는 국내외 조직된 역할분담과 협력이 있어 가능했다. 이송 버스가 탈레반의 검문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아프칸 주재 미군과의 긴밀한 사전협조가 있었다.

또한 공군은 이번 작전에 KC - 330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와 C - 130J 수송기 2대 등 수송기 3대를 동원했다. 조종사, 정비요원, 공정통제사, 항공의무요원 등 작전에 투입된 요원은 60여 명에 달한다. 많은 인원을 수송하기 위해 공군은 수송기 내 좌석을 모두 탈거해 탑승공간을 최대화했다. 아울러 5세 미만 영유아들이 100명 이상 탑승하는 것을 고려해 분유·젖병·기저귀 등 유아용품을 준비하는 등 철두철미하게 계획된 작전이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타국에 난민 신청을 한 아프칸인은 약 28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주변국들은 자국의 치안과 경제적 문제로 아프칸 난민들을 적극 수용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현지에서 정부활동을 도운 직원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목숨을 건 작전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또한 아프칸 특별기여자들이 자가격리를 마치고 임시로 머물 수 있도록 숙소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선정하자 인근 주민들은 인도적 차원에서 흔쾌히 수락하고 이들을 환대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충북 진천을 향한 응원이 전국에서 밀려들었다. 진천쌀 등 지역 특산물을 파는 진천군의 온라인 쇼핑몰 ‘진천몰(jcmall.net)’이 주문 폭주로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리 정부 노력과 시민들의 태도에 전 세계가 감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국격과 국민 의식이 한층 높아졌음을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난민을 수용하는데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난민을 거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그 이유는 국가의 재정부담이 자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한 걱정이다. 그리고 난민이 늘면서 범죄가 늘어날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우리의 선입견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며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제 인류는 하나의 공동체임을 자각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그들과 같은 어려운 역사를 지나왔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1년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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