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정산종사법어』 원리편 56장에서는 “복 중에는 인연 복이 제일이요 인연 중에는 불연이 제일이니라. 오복의 뿌리는 인연 복이니 부지런히 선근자와 친근하라”라고 했다.

불초소생(不肖所生)이라는 말이 있다. ‘자식이 어버이를 본받지 못할 정도로 못났다’는 뜻으로 대체로 자신을 낮출 때 쓰는 말이다. ‘불초’라는 말은 맹자(孟子) 만장편(萬章篇)의 “단주(丹朱)는 불초하고, 순(舜)의 아들 역시 불초하다. 순이 요를 도운 것과 우(禹)가 순을 도운 것은 오래됐으며, 백성들에게 오랫동안 은혜를 베풀었다”라는 구절에서 유래한다. 임금의 아들이 부모를 닮지 못하면 백성을 위해 왕위를 다른 인연에게 물려줘서 태평세상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요임금과 순임금 같은 훌륭한 아버지 옆에서 그 도와 덕, 인성과 품행을 닮지 못한 것일까? 몸만 가까이 있었을 뿐 그 삶을 배우거나 익히고자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나 의견이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려 다니는 것을 ‘유유상종’이라고 한다. 서로 닮아서 가까워지는 수도 있고 혹은 서로 어울리다보니 가까워지는 수도 있는데, 오래 어울리면 서로 생각이나 행동이 닮아가게 된다. 오래 함께한 부부는 얼굴도 닮아간다 하지 않던가. 그래서 누군가를 닮고자 한다면 그와 비슷한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는 것이 좋다.

소태산 대종사는 우리에게 일원상을 닮아가서 일원의 위력을 얻으라고 했다. 이는 다른 말로 원래 우리에게 부처님과 같은 지혜덕상(智慧德相)과 원각묘심(圓覺妙心)이 갖춰져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 그 마음 그대로 살아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눈앞에 황금색 일원상만 덩그러니 있을 뿐, 그것이 내 마음 속 부처를 표현한 것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대종사는 부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모두가 은혜이므로, 부처님처럼 늘 감사와 보은의 생활을 반복하다보면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부처님을 닮아갈 수 있는 더 쉬운 길을 가르쳐 주셨다. 이것이 바로 ‘사은(四恩)’ 신앙이다.

일원상 진리가 나와 만물 속에 깃들어 있으니, 늘 만물과 모든 일을 대할 때 부처님처럼 보은과 감사 생활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불공 가운데 가장 큰 불공이 되기 때문이다.

정산종사는 인연 중에 불연이 가장 크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앞서 닦아 온 선근자를 가까이 하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변에서 불연 깊은 선근자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의외로 쉽다. 대종사의 말씀처럼 일상을 통해 은혜와 감사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부처에 가장 가까운 선근자다. 그런 사람과 자주 어울려야 한다. 그래야 나 자신도 큰 힘 들이지 않고 부처를 닮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마치 천리마 엉덩이에 붙은 파리처럼 말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1년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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