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명 편집국장
윤관명 편집국장

[원불교신문=윤관명] 원활한 소통은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같은 출발점이라는 것은 정보의 균등이다. 서로가 가진 정보의 양과 질이 다르다는 것은 마주 보고 앉아 상대의 어깨너머에 있는 풍경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잘 설명해도 내가 보는 풍경과 상대가 보는 풍경이 다르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할수록 상대방은 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고개를 돌려 같은 풍경을 보는 일이다. 같은 풍경을 보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다. 여기서 말하는 풍경이란 바로 정보다.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보의 격차를 줄일수록 소통은 원활해 진다. 

새전서 폐기 사태로 시작된 수위단원 총사퇴 그리고 정수위단원 보궐선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교단 구성원 간의 갈등 상황이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장기화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의 원인은 결국 소통의 오류에 있다고 생각된다. 서로 다른 입장과 시각을 가지고 서로를 설득하려는 노력은 합리적인 논의보다 불신과 감정싸움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교단의 정책과 사업을 준비하고 추진하는 행정 지도부는 오랜 연마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교단 행정부는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행정부가 발표한 정책들을 실행해야 하는 출가교역자들과 재가교도들은 갑작스럽고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입장의 차이는 교단 행정에서 발생하는 정보가 원활하게 현장까지 흐르지 못하고 어딘가에서  누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점검해봐야 한다. 
원불교는 교화단이라는 시스템으로 교화하고 통치한다. 최상위 교화단인 수위단으로부터 항단, 각단으로 이어져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가동되는 교화단은 어느 종교 조직의 시스템보다 효과적인 네트워크다. 그러나 교화단이 잘 활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교단 중요의안들을 수위단회 결의 전에 각단, 항단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수렴하기를 바란다. 이것은 정보공유의 효과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교단정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며, 교단의 인재를 양성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아는 만큼 관심을 가질 것이며, 관심을 갖는 사람이 주인이 된다. 교단의 지도자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교단에 관심을 갖고 고민한 사람이 교단의 지도인이 될 수 있도록 대중들과 소통해야 한다. 현재 교단 곳곳에서 인재가 없다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재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교단의 정보를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하고 함께 논의하는 과정 속에서 인재는 길러진다. 우리 안에 미래의 종법사가 있고, 수위단원이 있다. 이제는 교단의 중대사를 대중과 함께 논의하자. 

[2021년 9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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