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원불교 새전서 사태’의 수습이 난관을 겪고 있다. 관련자들이 고의로 벌인 일은 아니지만 그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형국이 됐다. 수위단원 총사퇴 후 3년 임기의 수위단원 선거라는 특단의 수습방안도 후보추천과정의 문제로 빛이 바랬다. 혼란스런 교단적 난경을 벗어나기 위해선 우리의 마음가짐부터 챙겨야 한다.

먼저 섣부른 대응책을 경계하자. 설익은 수습방안들이 사태를 키워왔다. 취사의 기준이 될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치밀하게 준비된 방안들이 교단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다듬어진 뒤에 제시되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잖은가. 지난 수개월 동안 벌어진 사태의 본질과 전반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는 법치교단의 전통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원불교 헌규에는 교조 소태산 대종사의 창교 정신이 담겨있고 교단의 역사와 가치, 전통이 숨 쉬고 있다.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범이자 약속이다. 어떤 이유로도 법치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 특히 법치교단 수호에 앞장서야 할 전무출신들과 총부 기관들이 제 역할을 했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또한 어떤 주장을 하기에 앞서 “젊은 교무들이 정의감으로 행동해야 살아 있는 교단이 되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니라. 자기의 뜻을 충분히 밝히고 법치 교단이 되도록 대안을 내놓되, 부모 자녀의 심경으로 일을 대하고 처리하면 그 일이 바르게 되고 후회가 없으리라”는 대산종사의 말씀을 유념해야 한다. 

더불어 무너질 대로 무너진 전무출신 기강을 세우는 노력도 필요하다. 예컨대, 전무출신 온라인 게시판 글의 외부 유출, 선후진간 기본적 예의 실종, 명예 훼손, 업무상 비밀 유지 의무 위반 등의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선거 기간에 금지된 행위가 일어나기도 한다. 심각한 기강 해이 현상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이소성대(以小成大)는 천리의 원칙’이라고 단언했다. 여기서의 ‘작음’은 물리적 작음만이 아니다. 커다란 목적을 위해서 사소한 반칙과 편법을 행해도 된다는 생각이나 태도는 인과를 신앙하는 이들의 삶의 태도가 될 수 없다.

소태산 대종사는 취사의 대중을 묻는 제자에게 “첫째는 자기의 본래 서원(誓願)을 생각하는 것이요, 둘째는 스승이 가르치는 본의를 생각하는 것이요, 셋째는 당시의 형편을 살펴서 한 편에 치우침이 없는가를 생각하라”고 설했다. 바른 취사를 위한 숙고의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2021년 9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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