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진 교학대 서원관 교무

송우진 교무
송우진 교무

 

영겁다생 만나기 어려운 이 회상 동지
“영겁 다생에 만나기 어려운 이 회상의 동지님들! 나날이 때때로 신근의 뿌리가 더욱 내리고 두터워지도록, 나날이 때때로 공심이 더욱 두루 커지도록, 나날이 때때로 공부심이 더욱 살아나도록, 나날이 때때로 자비심이 더욱 크게 살아나도록, 영겁 다생에 만나기 어려운 이 회상의 동지님들! 다시 법신불과 대종사님과 삼세 제불 제성 전에 대서원을 올리고 대정진을 하며, 대불공을 올려 대불과를 얻으며, 대자유를 얻어 대합력하는 영세의 잊지 못할 동지가 되기를 일심으로 기원하는 바입니다.”

서원관의 아침공사 설명기도는 공심편 37장에 나온 대산종사님 기원문으로 시작합니다. 기도를 올리고 나면 때때로 어떤 인연으로 서원관에 와서 지도교무를 하게 됐는지, 어떤 인연으로 출가를 하게 됐는지, 어떻게 원불교를 만나 입교하고 성불제중의 대업을 함께하게 됐는지 생각해 보곤 합니다. 그건 인생의 수많은 선택이 쌓이고 쌓여 지금 이 순간에 다다른 것이겠지요. 참으로 생각하면 위태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교도님들께서는 어떤 인연으로 이 회상에 입교하게 되셨나요? 언제 누구를 만나 영생을 바꿀 선택을  해 이 회상에 참예하게 되셨나요? 한 분마다 긴 사연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아버지의 인연으로 원불교를 만났습니다. 아버지의 직장 동료가 원불교를 믿고 있었고 그 인연으로 입교해 저는 자연스럽게 교당에 나가 어린이법회를 보게 됐습니다. 되돌아보면 아버지가 그 직장에 입사하고 원불교를 믿기로 결정한 것이 제 인생을 바꾼 변곡점이었습니다. 우연 같은 인연이지만 그 결정이 제 오늘을 만든 출발이 된 것입니다. 신기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아슬아슬한 선택의 시기를 지나서 인연의 순간 대종사님을 만나게 됐고 이곳에서 정신개벽의 대불사에 합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영겁다생에 만나기 어려운 귀한 이 회상의 동지님들 아닙니까.


함께 공부하니 할 수 있다
저는 그렇게 수많은 인연이 닿고 닿아서 서원관에 오게 됐습니다. 서원관에 지도교무로 발령을 받아 교단의 미래를 만나게 된다는 기쁨, 무럭무럭 자라나는 예비교무들을 돌보는 기쁨을 누리고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공부하고 훈련하는 재미를 누리며 살 수 있는 것이 큰 기쁨입니다. 새벽 좌선, 기도, 야회 강평, 서원교과, 교서의 공부모임들, 염불, 겨울훈련, 여름훈련 등 지도교무로서 예비교무와 문답하며 정진할 수 있는 것 모두 함께하기에 누릴 수 있는 큰 행운입니다.

그중 금요일 오전은 서원교과 시간입니다. 1교시는 종법사님과 선진님들의 훈증을 받으며 신심과 서원을 키우는 시간입니다. 종법사님 앞에서 당당히 스스로 연마한 교법에 대해 질문하는 예비교무들을 보면 저절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2교시는 정신수양반, 경전공부반, 청소년 교화반, 일기공부반 각 분반별로 관심분야에 따라 공부를 하게 됩니다. 저는 일기공부반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일기법에 대해 연마하고 회화를 통해 각자 적어온 일기를 발표하고 들으며, 웃고 공감하고 서로 감정을 해주며 일기공부로 신앙과 수행을 진작시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하지만 혼자서는 못 하는, 동지들이 있기에 할 수 있는 공부이자 훈련입니다. 


만날 수 없지만 함께 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서 전무출신 훈련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만나지 못해 집중도가 어떨까 걱정했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줌으로 하는 단별회화와 각종 강의는 편안하고 좋아서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시대의 교화에 대한 교구장님의 특강과 교무님의 교화사례 발표 속에는 이 시대에 어떻게 만나고 교화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노력과 실행이 있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줌으로 진행하는 교구 어린이 연합법회, 선방, 염불방, 감사일기방, 기초교리 공부방, 기도방, 경전 사경방 등 오히려 만나서 할 때보다 다양하게 소그룹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공부하려는 뜻이 있어도 혼자서 공부하는 것은 어렵지만 온라인에서 만남으로 교무님이 챙겨주고 동지들이 함께 하니 더 가깝고 활기차게 공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새 교화법이 탄생하고 같이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나고 이젠 뜻만 있다면 시공을 초월해서 동지들과 기쁘게 공부할 수 있겠다는 감상이 들었습니다.


함께 공부하면 좋은 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잘 알려진 속담이 있습니다. 모든 일을 할 때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뜻이지요. 함께 공부하고 훈련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가기가 바쁘기에 아무리 교리공부를 하고 싶어도 혼자서 하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교당에서 열리는 공부모임에 참석하거나 뜻 맞는 동지들과 함께 한다면 훨씬 쉽게 할 수 있지요. 백지장이 아니라 무거운 돌도 함께라면 적은 힘으로 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부모임을 하다 보면 서로에게 배울 수 있습니다. 각자 아는 바와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에 회화를 하다 보면 서로 지견이 교환되어 1+1=2 가 되는 것이 아니라 1+1 이 5가 되기도 하고 10이 되기도 합니다. 하나의 교리가 각자의 삶 속에서 풍성하게 해석되어 산경전으로 생생 약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서로 산경전을 보고 배울 수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파란고해의 바다를 함께
영겁다생에 만나기 어려운 동지님들을 만났음에 감사합니다. 새 시대의 주세회상에 참예했음에 깊이 감사합니다. 우리 일원세계 건설이라는 서원이 같은 소중한 동지님들을 만났을 때 열심히 부지런히 공부합시다. 물질이 개벽되어 쉴 새 없이 정신의 세력을 위협하는 이 세상에서 서로 의지해 함께 공부하고 훈련하며 이 파란고해의 바다를 건너갑시다. 혼자서 작은 뗏목으로 어찌 태평양을 건너가겠습니까. 건넌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우리는 순경, 역경, 공경의 어떤 경계가 오더라도 삼독심의 마군이 공격해 오더라도 두렵지 않을 최신형 항공모함을 타고 파란고해의 바다를 건너가고 있는 것입니다.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직접 만든 새 회상의 반야용선에 우리는 특별한 인연으로 함께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절대 이 최신형의 항공모함에서 뛰어내리지 말고 각자 역할을 다하며 쉬지 말고 급히 말고 이 회상에 있으면 결국 모든 마군을 쳐부수고 반드시 부처를 이룰 수 있음을 믿고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중생의 삶에서 부처의 삶으로 건너갑시다.

영겁다생에 만나기 어려운 이 회상의 동지님들! 이 회상에 함께한 귀한 동지님들 모두와 서로 손잡고 한 뼘씩 한 뼘씩 광대무량한 낙원을 향해 함께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시를 소개해 드리며 마칩니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2021년 9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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