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성 사단법인 트루 사무총장이 플라스틱 장난감으로 만든 재활용 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준성 사단법인 트루 사무총장이 플라스틱 장난감으로 만든 재활용 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불교신문=이은선 기자] 사단법인 트루(TRU·Toy Recycle Union)는 플라스틱 장난감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20년 이상 장난감·유아용품을 재활용해 온 사회적기업 ‘금자동이’의 기술에 고장난 장난감 조각으로 업사이클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장난감학교 쓸모’의 경험이 더해져 지난해 탄생했다.


트루의 주인은 ‘시민’
장난감학교 쓸모는 1998년 설립한 금자동이의 환경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별도의 법인으로 독립했으며 현재는 트루가 이 두 곳의 활동을 통합·운영해 오고 있다. 사회적기업에서 사단법인으로 변신을 꾀한 것으로 그 이유 중 한 가지가 ‘주인’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박준성 사무총장(사단법인 트루)은 “기업이었던 경우엔 개인의 소유였다. 사단법인이 된 지금은 주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트루의 주인은 회원들이나 트루의 활동에 동참하는 사람, 즉 시민이다”며 “장난감 재활용 등 하는 일은 같지만 사단법인이 되면서 시민들은 장난감을 기부한 뒤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으며 트루가 진행하는 모금활동에 동참하는 방식으로도 환경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사업을 20년 이상 지속해 오면서 기업이라는 그릇으로는 담아내지 못하는 부분을 비영리단체로 풀어낸 셈이다.

트루가 주로 하는 일은 업체나 가정으로부터 기부받은 플라스틱 장난감이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일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트루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국내에서 버려진 장난감은 대부분 소각·매립되는 상황을 대하는 트루의 소신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
트루에 따르면 플라스틱 폐기물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이다. 이 중 장난감의 경우 재활용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지는 제품으로, 장난감 이외도 소형 가전, 헤어드라이기, 탁상시계, 라디오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때문에 플라스틱 장난감이 버려지면 소형 복합 플라스틱 폐기물로 분류되고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참고로 재활용까지 생각해 두고 만들어지는 대형 가전인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등은 어떨까. 생산업체에서 재활용 비용까지 책임지게 하는 제도가 있어 비교적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장난감 업체는 작고 영세한 곳이 많아 환경문제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는 게 트루의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트루에 도착한 장난감 중 50%는 검품 과정을 거쳐 장난감으로 재사용했다. 그리고 40%는 분해 과정을 거쳐 새로운 장난감 등으로 탄생시키거나 물질 재활용 재생 플라스틱 원료로 썼다. 그리고 나머지 10%는 접착제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등의 이유로 분해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폐기했다. 처리방식의 비율에 변화를 준 올해는 분해 비율을 높였다. 재사용 비율은 30%로 줄였으며 분해하는 비율은 60%로 높였고 페기율은 그대로 10%다.
 

플라스틱 장난감 조각으로 만든 작품. 작품명은 ‘하하하’.
플라스틱 장난감 조각으로 만든 작품. 작품명은 ‘하하하’.

힘든 일을 ‘놀이’로 전환
재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장난감을 재활용하려면 일일이 분해해야 한다. 장난감에는 플라스틱 외에도 나사, 모터, 전자기판 등 다양한 것들이 들어있다. 작고 복잡하다 보니 분해해서 1㎏ 정도 플라스틱을 추출해 내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30분 정도이며 일반적으로 이 정도 무게일 경우 흔히 고물상이라고 부르는 곳에선 50원 정도로 거래된다. 규모가 작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곳에서 한 시간 정도 분해 생산하면 100원, 하루에 많으면 1000원 정도 벌 수 있는 것으로 장난감을 분해하는 작업은 쉽게 말해 ‘힘들고 돈이 안 되는 일’이다.

트루의 전신인 금자동이는 장난감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어떻게 해결을 할까’ 고민을 했고, 분해된 플라스틱 조각으로 장난감과 작품을 만드는 장난감학교 쓸모를 만들었다. 10년 동안 40만 명 정도가 참여하는 등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참여한 사람들도 다양했다. 5세 아동부터 90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이 프로그램을 즐겼고, 대기업 사업 연수와 청소년 진로 프로그램 등으로 활용됐다. 장난감을 분해하는 일을 ‘놀이’라는 것으로 여기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쓰레기가 될 뻔한 플라스틱의 가치를 높인 것이다.

박 사무총장은 “프로그램 진행 시 분해된 장난감 조각을 본 아이들은 마치 하나의 장난감을 보듯 설레는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았다”며 “글루건을 붙여 자신이 원하는 작품과 장난감을 만드는데, 아이들이 좋아했다. 정해진 모양이나 규칙이 있는 제품을 받아 오다가 장난감학교 쓸모에선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게 되다 보니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박준성 사단법인 트루 사무총장.
박준성 사단법인 트루 사무총장.

진보하는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
업 플라스틱 프로젝트도 트루가 장난감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장난감을 분해해 우선 장난감학교 쓸모의 재료를 만들고 그 외 부피가 큰 것들을 재질별, 색상별로 구분해 작은 조각으로 만든다. 가치를 높인 재활용 소재, 즉 업사이클링 소재로 예술가 등에게 공급한다. 

박 사무총장은 ”기계에 넣고 열과 압력을 가해 합판처럼 만들어 고급스러운 인조대리석 같은 업 플라스틱 보드 생산을 만드는 것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테리어에 활용되거나 가구 등의 소재로 쓰일 수 있다”며 “깨끗하고 완전한 재생원료가 있어야 하는데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국내에선 트루가 유일한 곳이라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루가 플라스틱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또 있다. 장난감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트루 장난감 종합 선문 세트 프로젝트다. 버려질 뻔한 장난감들을 정성껏 포장해 필요한 아이들에게 보내는 건 환경도 살리고 행복을 선물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트루는 업체에서 보낸 장난감을 연령별, 성별, 계절별로 나누어 트루 장난감 종합 선물세트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 트루의 장난감 선물이 전달된 곳은 국내에선 탈북여성단체, 미혼모협회 등이다. 지난해 장난감을 기부한 미혼모협회에는 5천만원 상당의 400상자가 전달됐다. 때론 외국으로도 보내진다. 박 사무총장은 “장난감을 모로코 사하라 지방 아이들에게 보낸 적도 있다. 활동가들이 들고 나갈 수 있는 만큼을 가지고 가서 그들이 준비한 연필, 노트와 함께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트루가 업체로부터 기부받은 장난감만 17만 개. 플라스틱 문제는 시민의식 결여와 같은 문제로 치부하기엔 너무 복잡하다고 말하는 박 사무총장. 사회 혁신 그룹과 같은 곳에서 혁신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로 트루의 장난감학교 쓸모와 업 플라스틱 프로젝트가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게 20년 이상 장난감 플라스틱을 연구해 온 그의 진단이다.
 

트루 CI
트루 CI

[2021년 10월 0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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