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기자
이은선 기자

[원불교신문=이은선 기자] “저는 기독교 신자인데 원불교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원불교는 좋은 일을 많이 하더라고요.” 얼마 전 경기도의 한 사업체에서 만난 취재원이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며 했던 말이다. “네, 제가 한 일은 아니지만 교도로서 그 부분은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굳이 ‘그 부분’이라고 꼭 짚어 말한 이유는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만한 교도들은 다 알 것이다. 최근 우리 교단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새 전서 사태로 인한 상처가 완전히 봉합되기도 전에 이번엔 교단의 얼이라 여겨지는 수위단원 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교단 스스로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로 교도로서 우리 교단이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런데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니 교단의 이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며 요란했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지난 9월 25일 중앙총부 앞, 전국에서 모인 일부 재가교도들은 ‘원불교 수위단원 보궐선거 규탄과 선거연기 사태에 따른 교단개혁 염원 기도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준비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에도 나서는 등 공정한 수위단원 선거를 요구하며 교단 개혁에 대한 소신을 내보였다. 특히 기도회에 참여한 원불교담론회, 원불교개혁연대, 원불교평화행동, 일원상연구회, 재가수행자회, 소태산의제자들, (예비)거진출진교화단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사와 징계를 담당할 교단개혁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것을 제안하며 개혁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27일, 임시 수위단회가 열렸고, 조정된 선거 일정이 발표됐다. 또 새롭게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에선 각단에서 추천된 5배수에서 3배수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을 다시 진행했다. 현장의 일을 제쳐두고 중앙총부로 모인 수위단원 선거관리위원들은 선거 준비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열심히 본분을 다하는 사람들에게서 교단의 희망을 느끼며 마음은 차분해졌지만 다시 한번 부끄러움을 느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를 먼저 생각하기 보다 이미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만 한숨을 내뱉던 스스로를 반성한다. 그렇다. 일단은 탄식보단 이번 수위단원 선거를 공정하게 잘 치르는 것이 우선이다. 

다만 각단에서 추천한 5배수와 후보추천위원회에 전달된 5배수 명단이 같지 않았던 명확한 배경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등 의혹은 여전하다. 수위단원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추천 과정에 대한 의혹에 대해 감찰원에 감찰을 요청했고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진실을 기다리는 대중의 마음을 헤아려 부디 재가출가를 아우르는 전체 교도를 대상으로  명명백백한 해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2021년 10월 0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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