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선 교도 / 은혜혼인상담소
김경선 교도 / 은혜혼인상담소

[원불교신문=김경선 교도] “건너 말 한소리가 메아리 되어 큰 은혜가 되고.” 하늘이 높아지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결혼적령기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올해는 우리 아이를 혼인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바빠진다.

서울교구 봉공회가 원기72년 일원가족 만들기를 위한 은혜혼인상담소를 열고 운영해온 지 35년이 됐다. 가족 간 종교갈등 해소와 원활한 소통과 화합으로 모두 함께 낙원세계를 건설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봉공사업의 일환이었다. 오랫동안 선진님들의 끊임없는 봉공으로 수백쌍(420여쌍)을 성사시켜 다문화 가족들의 합동혼례식을 후원하는 등 많은 봉공활동을 했다는 후일담을 들으며 그분들의 노고와 사례들을 반조해 본다.
 
30여 년의 상담직을 퇴임하며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숙고 끝에 봉공회 혼인상담소에 자원하게 됐다. 교구 임원이 되어 혼인상담 봉사를 해온 세월이 어느덧 10년이 되었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는 그동안 얼마나 큰 탑을 쌓았나 하는 상념에 잠긴다. 월요일마다 교구에 나가 혼인상담을 하며 있었던 많은 일들….
 
전북의 교도 아드님과 경남의 교도 따님의 혼인이 성사됐을 때 경남 진주까지 가서 결혼식에 참석하고 축하하며 나의 자녀는 아니었지만 정말 흐뭇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몇 년 후 그 어머님이 전화해서 “교도님과 사돈이 되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두 아이가 아들딸 낳아 손잡고 교당에 열심히 다니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고 흐뭇합니다. 우리 둘째 아이도 교도님 따님과 혼인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덕담 말씀을 전했을 때 더욱 큰 보람을 느꼈다.
 
어느 월요일에 혼인상담 중 전화 한 통이 울렸다. 봉공회장이 전화를 받았는데 전북에 사는 교도에게 걸려온 재촉 전화였다. 교사인 딸의 결혼이 얼른 성사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와 그곳은 지방이라 쉽지 않다는 대화가 오가는 중 “전남에 총각 선생님이 있기는 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마침 나의 건너 말소리를 들은 교도님이 전북과 전남은 지척이라 좋다고 찬성해 만남을 주선한 지 100일 만에 결혼식을 하게 됐던 일이 있었다. 인연이란 어렵기도 하지만 이렇듯이 건너 말 한소리에 이뤄지기도 한다. 그 아름다운 한 쌍은 아들딸 쌍둥이를 낳아 친정어머니의 조력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때의 인연으로 당시 종법사셨던 경산상사님의 “은혜혼인상담소” 친필현판이 조성되기도 했다.
 
요즘에는 비교도들이 자녀를 위한 신청서를 내기도 한다. 주변에 있는 원불교 교도들이 너무 좋은 것 같아서 원불교도 인연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신청서를 받을 때는 더욱 보람을 느끼고 원불교 교도들이 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럴 때는 혼인상담소가 교화에 일환이 될 수 있다고 생각돼 전국에 있는 재가출가 교도들의 적극적인 합력을 부탁드리고 싶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혼례의 주체가 많이 변해 부모의 개입이 쉽지 않지만 자녀의 혼인에 있어 부모가 반 중매인이 돼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타자녀, 내자녀 모두를 위해 건너 말 한소리가 메아리 되어 큰 은혜가 되고 인연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일원가족 만들기에 동참자가 되고 조력자가 되어 주길 바란다.
 
서울교구 은혜혼인상담소는 매주 월요일마다 원용희(강동교당)·김덕지(한강교당)·김경선(가락교당) 교도가 성심을 다해 기밀을 유지하며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 봉공하고 있다. 낙원세계의 종자가 되는 행복한 일원가정이 많이 탄생하길 간절히 염원한다.

/은혜혼인상담소

[2021년 10월 0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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