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을 이끌어갈 수위단원 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6년 임기 중 3년이 채 안된 시기에 시행하는 선거인만큼 관심도 비상하고 기대도 높다. 교헌에 명시된 수위단원의 자격요건은 두 가지인데 ‘나이’라는 형식적 요건을 제외하면 ‘정사(正師) 이상’이라는 실질적 요건이 하나 남는다. 요컨대 수위단원들에게 최소한 정식법강항마위 이상의 심법을 요구하고 있으며, 동시에 출가위 심법을 지향할 것도 요구한다 하겠다. 『정전』 법위등급 내용에 바탕해서 수위단원에 기대하는 바를 밝혀본다.

첫째, 정법의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 소태산은 『정전』에서 법강항마위를 ‘육근을 응용하여 법마상전을 하되 법이 백전백승하며, 우리 경전의 뜻을 일일이 해석하고 대소 유무의 이치에 걸림이 없으며, 생·로·병·사에 해탈을 얻은 사람의 위’라고 했다. 어떠한 역경 난경에도 법다운 심신작용으로 정법의 수호자로서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품이 넓어야 한다. 소태산은 출가위를 ‘원근친소와 자타의 국한을 벗어나서 일체 생령을 위하여 천신만고와 함지사지를 당하여도 여한이 없는 사람의 위’라고 했다. 무엇보다 자타의 국한을 벗어나야 한다. 누구의 편을 든다든지, 한편에 치우친다면 출가위 심법은 아닐 것이다. 교단이 커지면서 교당과 교당, 기관과 기관, 세대와 세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분별과 경계가 생겨나고 있다. 이 장벽들이 교단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수위단원들은 “아집(我執)·법집(法執)·소국집(小局執)·능집(能執)을 지어 그 속에 머무르면 출가위는 될 수 없느니라”는 대산종사의 말씀을 유념하며 시방일가 사생일신의 너른 심법으로 큰 살림을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새로운 가치 기준을 세워 참 문명 세상을 열어가야 한다. 소태산은 출가위 조항에서 ‘대소유무의 이치를 따라 인간의 시비이해를 건설’하라고 했다. 극심한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세상을 위해 진리에 바탕한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할 때 수위단원들이 비로소 소태산이 꿈 꾼 참 문명 세계 건설에 앞장 설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소태산과 9인 선진들만으로도 우리 회상은 주세 회상이었고 세상에서 가장 큰 교단이었다. 그들의 마음이 그만큼 컸고, 교법 역시 호대했기 때문이다. 원불교를 원불교답게 하고 교조 소태산의 구세 경륜을 제대로 받들어 세상에 펼치려면 그에 걸맞은 마음가짐, 심법이 필수적이다. 비단 수위단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출가위 심법 이상을 지향해야 마땅하다. 

“크고 어려운 경계를 당해야 그 사람됨을 알 수 있나니 교단도 큰일을 겪은 뒤라야 출가위 이상 도인들이 많이 솟아나리라. 그러므로 우리는 교단을 위해 생명을 바치고 혹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더라도 여한 없는 심법을 연마하여 큰 실력을 갖춰야 하느니라”는 대산종사의 말씀이 새롭다.

[2021년 10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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