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윤관명] 지난달 17일 공개된 한국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일주일만에 전세계 넷플릭스 프로그램 중 1위에 올랐다. 또한 서비스되는 83개국 모든 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내용은 세상에서 낙오자로 사는 456명이 456억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과정이다. 주인공인 성기훈은 456억보다 사람을 선택하는 바보같은(?) 인물이다.

마지막 편에서 오일남(001번)은 성기훈(456번)에게 묻는다. “아직도 사람을 믿나?” 그리고 기훈에게 마지막 게임을 제안한다. 눈내리는 도로에 쓰러져 있는 늙은 노숙자를 도와줄 사람이 나타날 것인가를 두고 일남은 이미 꺼져가는 자신의 목숨을 걸었고, 기훈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시계가 자정을 알리기 직전 한 행인이 경찰과 함께 노숙자를 구하러 왔다. 기훈이 이겼지만 일남은 이미 숨을 거뒀다. 일남이 게임의 결과를 봤는지 알 수 없지만 마지막 표정은 평안했다. 

‘오징어 게임’에 한국인이라면 어린 시절 누구나 즐겼을 놀이들이 나온다. 어린이 놀이터는 어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잔인한 싸움터로 변했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사는 아이들에게도 세상은 이미 ‘오징어게임’이 아닐까. 성적표로 평가받는 학교에서 친구는 경쟁자가 되어버렸고, 아파트 평수에 따라 친구를 선택해야 하는 현실을 보면 ‘오징어게임’은 가상이라기 보다 현실에 가깝다. 

드라마에서 전개되는 5가지 게임을 통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교훈(?)들을 배운다.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참가자 절반이 죽는다. 그들은 게임의 룰을 인지하지 못하고 공포를 느껴 도망치다 죽었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곳의 룰을 따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두 번째 게임은 ‘달고나 뽑기’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각자에게 주어진 달고나 모양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그것을 불평할 겨를이 없다. 내게 주어진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만 한다. 누가 대신 해결해 주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의 경험을 공유하면 주변 사람들은 해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상우(218번)는 게임이 뭔지 알면서도 기훈에게 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반면 기훈이 발견한 방법으로 여러 사람이 생존할 수 있었다. 

세 번째 게임은 ‘줄다리기’로 서로 협력해야 하는 유일한 게임이었다. 팀원을 모으면서 강하고 쓸모있는 사람은 초대하고 약하고 볼품없는 이는 거부했다. 허나 게임에서 힘보다 경험이 더 중요했다. 기훈이 속한 팀에는 여자와 노약자가 많았지만 일남의 지혜과 상우의 기지로 자신보다 강한 상대팀을 이길 수 있었다. 

네 번째 게임인 ‘구슬치기’는 2명의 짝이 서로 힘을 합하는 게임이라 생각했는데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 됐다. 이것은 직장 옆 동료와도 경쟁해야 하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여기서 상우는 자신을 믿었던 일남을 속이고 살아남는다. 사람 좋은 기훈도 결국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 일남을 속이고 만다. 그러나 일남은 그동안 자기를 챙겨준 기훈과 ‘깐부’를 맺고 자신의 마지막 구슬을 기훈에게 넘겨준다. 

마지막 게임은 ‘오징어게임’이다. 기훈은 게임에 이기기 위해 무참히 사람을 죽인 상우를 용서할 수 없었다. 기훈은 상우를 이기고 게임이 끝나려는 찰나에 456억을 포기하고 상우를 살리려 했지만 상우는 원치 않고 기훈은 최종 우승자가 됐다. 그러나 기훈은 455명의 목숨값으로 받은 돈을 쓸 수 없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일남은 기훈에게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돈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이 뭔지 아나?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거야”라고 말한다. 어쩌면 ‘오징어 게임’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재미’를 갈구하는 건, 사실 함께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친구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2021년 10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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