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권원준 기자] 원기97년 기자에게 정수위단 선거권이 처음 부여됐다. 하지만 선거엔 참여치 못했다. 교당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또 2년 차 부교무였던 기자는 남녀 54명의 후보자를 판단하는 것이 벅찬 일이라 여겨 선거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원기103년 4급 교무가 돼 첫 투표를 했다. 그때를 곰곰이 생각했다. 6년이란 시차를 두고 선거를 했다는 것뿐, 그 내면은 첫 선거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선거를 앞둔 지금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선거와 후보자 관련 사항을 매체로 찾아보며 선후배 동지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원기84년 교헌이 개정되며 지금의 선거법이 확정됐다. 이듬해 개정법에 따라 선거가 진행됐다. 원기91년엔 4급 교무 이상과 일부 재가의원으로 제한됐던 선거권이 5급 교무와 더 많은 재가의원에게 부여됐다. 그러나 선거권 확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교단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부교무와 재가의원들이 ‘인기투표’, ‘깜깜이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선거권 확대 이후 3번째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이 사항은 5급 교무와 재가의원들만의 문제를 넘어 많은 유권자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다. 급수와 경력의 문제가 아닌 선거 과정의 문제로 말이다.

우리가 선출하는 수위단원은 교단의 얼이자 최상위 교화단의 구성원이다. 또 법이 정한 교단의 중요사항을 의결하는 권한과 함께 무한한 책임을 지닌 자리다. 이토록 중요한 선거를 치르는데 근무경력과 교단 내 수상 경력만 게시된 선거공보에 의지한 채 정책과 검증이 없는 선거를 하려니 꼭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의 「수위단원선거규정」의 대의를 지키는 가운데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영선거제 울타리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규정 내에 후보들에 관해 공부할 수 있는 보다 많은 공식적인 정보가 제공될 수는 없는 것인가.

예를 들어 수위단 선거를 넘어 후보자들에게 교역자의 한 사람으로 평상시 가지고 있던 교단 전반에 관한 사항, 사회 문제 등의 견해를 알 수 있는 공통질문을 제시해 그 답을 공보물에 첨부하거나 영상으로 제작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5년 전 5급 교무와 다수의 재가의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며 더 많은 재가출가가 함께하는 선거 제도로 발전시켰듯 현재 제기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며 보다 나은 선택의 장이 구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3년 후 다시 치러질 선거에서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지금부터 지혜를 모아 연구하고 준비해 나가자. 

[2021년 10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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