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태 교무
류성태 교무

[원불교신문=류성태 교무] 산업사회에서는 부동산이 부의 가치를 측정하는 바로미터였다면, 현대는 지적 재산권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부의 미래』에서 앨빈 토플러는 오늘날 ‘지식경제’로 이전해 가는 많은 나라에서는 전통적인 역할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며 이를 읽어내는 지혜를 강조했다.

지식경제로 이동해가는 현대의 특성은 바로 과학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있다. ‘과학(science)’이란 말은 라틴어의 ‘지식(scientia)’에서 온 개념이기 때문이다.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지식 가치에 의한 지식경제의 확산된다는 뜻이다. 과학철학자 케미니는 ‘과학’이란 과학적 방법으로 얻어진 모든 ‘지식’이라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현대인으로서 지식읽기의 중요성이 나타난다. 21세기를 과학문명의 시대라고 한다면 지식의 확산이 가치화되는 속성을 지니는 것이다. 인간은 지적 욕구를 통해서 편의성을 도모하는 것으로, 인간의 지식에 대한 무한 욕구는 인문학, 의학, 과학 등으로 분출된다.

현대적 지성들은 무지(無知)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지식의 축적과 확산을 지향하는 것으로, 지식을 섭렵하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법정스님이 “나는 서점에 들를 때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그 많은 지식과 정보 자료에 압도당한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지식 확산과 정보가치가,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문명을 향도해나감을 직시하고 있는 셈이다. 

종교계에서도 지식의 중요성을 인지한다. 인도의 베다성전 전체를 제사부와 ‘지식부’로 크게 나눈다. 이 가운데 지식부는 우주 만유에 관한 철학적 고찰을 설명하는 부분으로서 주로 우파니샤드가 여기에 해당한다. 인도의 베다철학에서 말하는 ‘지식’ 가치의 중요성이 인도불교에도 계승되어 무명(無明) 타파를 깨달음의 출발로 여기고 있다.

지식의 가치가 상승하던 19세기, 소태산은 불법연구회를 창립한 후 베다철학의 지식부와 같은 ‘인재양성소 기성조합단’을 만들었다. 남녀의 재능 있는 인재를 뽑아서 지식을 각득하게 한 후 본회 사업계에서 활동하는 인물을 양성토록 한 것이다. 그것이 육영부에서 교육부로 변화해, 오늘날 지식의 가치를 창출하는 교립대학을 세워 인재양성을 도모했다.

원불교인의 지식읽기는 「지자본위」 정신에 잘 나타난다. 호학(好學)의 지식 섭렵을 통해서 지혜를 활용하고, 깨달음에 이르도록 한 것이다. 대명천지의 세상에 ‘학문’을 홀대함은 물론 지식읽기에 소홀히 한다면 과학문명을 향도할 지성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식읽기에 인색하거나 무관심할 경우 그 집단은 이성적 판단이 부족한 집단이요 합리적 사유를 할 수도 없게 된다. 지식은 우리에게 감성 위주의 사유를 이성적으로 유도하며 그리하여 합리적 사유를 통해 발전의 길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원광대학교

[2021년 10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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