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

모래상자체험 상자꾸미기.
모래상자체험 상자꾸미기.

 

이영조(영애)  상담연구원
이영조(영애) 상담연구원

 

 

‘상담에 이런 것도 있어요?’ ‘선생님 또 하고 싶어요.’ ‘와~ 신기하다!’ ‘내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어서 좋아요.’ ‘또 오세요.’ ‘더 하고 싶어요.’ ‘맨날 오세요.’ 심심풀이ASM으로 청소년들을 만나온지 여러 해, ASM인성교육을 체험한 친구들이 아쉽다며 표현을 한다. 모래와 상징들(소품), 워크북과 자료들을 챙겨 학교로 향하자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준비물 보따리도 꽤 크고 많다. 학교에 도착하여 상담 시작 전에 소품을 나열하고 서둘러 모래를 상자에 담아 하나하나 모래상자를 준비하자면 바쁘다. 함께 하는 시간 호응도 좋고, 재미있다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소품을 들여다보고 정해진 시간 동안 자기작품을 꾸며 내는 아이들을 바라보노라면 끙끙대며 끌고 왔던 노고가 일순 녹는다.

 

 

모래상자 체험
지방의 지역아동센타에서 ASM인성교육을 통해 만났던 다문화가정 아동이다. 소품들을 보고 눈이 동그래진 아동은 키도 크고 인상도 좋았다. 그러나 상담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딘지 주눅 든 듯 커다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회피한다. 워크북을 가지고 글씨를 쓰거나, 읽을 때는 어려워하고 표정이 어두웠다. 이유를 알고 있던 복지사 선생님이 상담사의 질문에 따른 아동의 답을 워크북에 적어 주고 설명도 거들어 줬다.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남매가 함께 참여했는데 둘 다 아직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까닭이었다. 그러나 모래상자 체험에는 신이 나서 웃으면서 꾸미기를 하고 상담사에게 설명도 하며 즐겁게 참여했다. 그동안 두 남매를 보아왔지만 두 아동의 웃는 모습을 처음 본다고 신기해하던 복지사 선생님이 생각이 난다. 비언어적 상담기법인 모래상자치료가 이럴 때 요긴한 상담기재로 활용됐음을 느끼며 그 아동의 웃는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모래상자 체험을 하는 집단원 중에 유독 주변으로 모래를 흘리고, 흐트러뜨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처음 시작하기 전 흩어지지 않게 주의하라는 설명은 하지만, 자신의 내면의 분노, 공격, 답답함, 억울한 감정이 올라오면 자신도 모르게 꾸미기 중에 주변으로 모래가 많이 흩어지게 된다. 모래상자는 드러나지 않는 무의식을 상자 안에 드러내며 상담사와 내담자가 모자일체성으로 만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신기한 상담기재임을 느끼곤 한다. 이런 아동들의 사례는 대개 양육자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의 양육적인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는 경우라 하겠다. 아동은 정서적으로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주변사람들을 귀찮게 하기도 하고 신경을 자극하고 거스르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때 아차! 내가 내 아이에게 뭔가 소흘함이 있었나? 자신을 살펴볼 일이다. 그러고 나서는 먼저 부모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존감을 찾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회복하는 등의 노력과 함께 자녀와의 소통에 힘쓰고, 부모의 노력만으로 안 될 때는 상담을 의뢰하는 방법 등을 찾아볼 수 있겠다. 

 

 

심심풀이, 마음으로 마음을 푼다
심심풀이는 원불교 청소년국의 청소년 인성교육 마음공부 프로그램의 사업 명칭이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자살, 왕따, 인터넷중독 등의 청소년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7대 종단에서 각 종교의 인성교육 특성을 살려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했다. 이에 원불교에서도 2013년부터 청소년 인성교육 마음공부 ‘심심풀이’로 전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청소년마음공부 집단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는 모래상자체험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마음에 갊아 있는 참된 자아를 발견하고 그 마음을 통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역량을 익힘으로써 교단과 사회, 국가, 세계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건강한 청소년들을 길러내고자 노력해 왔다. 

 

 

ASM(Art & Sun & Mind)
ASM은 (사)삼동청소년회 희망숲인성교육센터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며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가 주관하여 진행하는 청소년마음공부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둥근마음상담연구센타에서 연구 개발한 집단 프로그램용 교재 심심풀이ASM워크북으로 교육받고 심심풀이ASM 지도자연수과정을 이수해 자격을 갖춘 상담사가 의뢰된 학교에 집단상담을 나가게 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집단원을 학교 요청에 맞춰 많게는 20여 명까지도 함께 했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집단인원이 축소돼 5~6명 정도로 제한했다. 이러한 축소는 상담에는 훨씬 알맞은 규모가 되어 집단원이 함께 화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조화됐다. 집단상담은 집단마다 6회기씩 진행해 오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은 2016,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청소년 인성교육 최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STAR 마음공부
2021년에 바뀐 워크북에서는 STAR마음공부로 심심풀이 프로그램을 정리했다. STAR란 Stop, Thinking, Action, Review의 첫 글자를 모은 것이다. 내 마음을 멈춰보고(Stop) 아하! 이거구나 알아차리고(Thinking) 이렇게 해볼래요(Action) 하며 내가 달라졌어요(Review)를 체험하는 과정이다. 상담과정 중에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서 대다수의 아동은 자신의 장점을 모르고 기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록해 보라 하면 장점이 없다고 답한다. 상담사가 아동의 장점을 찾아주며 격려하면 빙그레 웃는다. 고마운 일, 고마운 사람에 대해 워크북에 기록하고 발표도 하는데, 전혀 감사에 대한 이해도 없고, 고마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동들에게 사은(四恩)을 풀어 천지(자연), 부모, 동포, 법률에 대한 은혜에 대해 함께 배우고 은혜를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STAR마음공부 6회기에는 모래상자체험 3회기를 포함하는데 모래상자체험에 나타나는 집단구성원들은 각기 다른 내면의 마음을 상자꾸미기에 표현한다. 사실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턱없이 부족한 6회기 상담으로 마무리하자면 참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은혜상담적 접근으로 치유
모래상자체험은 무의식의 정화작업으로 알아차린 내면의 부정적 마음들을 감사일기 등 개발된 은혜상담적 접근으로 치유하는 과정이라 하겠다. 때로는 양육적인 심각한 결핍, 불안, 우울, 방치, 방임, 인터넷중독, ADHD, 인정욕구가 많은 아동, 에너지가 넘치는 아동 등, 다양한 무의식의 내용에 따른 꾸미기가 나타난다. 이 경우 담당 선생님과 의논해 지역 상담센터로 연계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도 한다. 6회기로 구조화된 ASM심심풀이 인성교육은 모두가 행복하고 즐겁게 참여하고 있으며 9년째 둥근마음상담연구센타에서 연구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여러 해 동안 ASM인성교육에 참여하다보니 도시지역 청소년보다 지방의 너른 들판에서 자연을 접하고 사는 청소년들이 너그럽고 해맑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같은 결핍을 보이는 상자꾸미기에서도 훨씬 더 친구에게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본다. 4세 즈음부터 아이들이 상담실을 찾기 시작한다. 유아기에는 언어지연, 자폐, 발달지연 소통의 문제, 산만, 공격성 등의 어린이가 찾아오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학령기 아동의 교우관계에서 사회성 발달이 어렵게 되어, 친구를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여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공부를 멀리하고, 인터넷게임, 유튜브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3·4학년이 되면 초기 사춘기가 시작되며 여러 문제를 파생시키며 아동은 힘들어한다. 중·고교의 청소년기를 거치며 사춘기의 정점에 이르게 된다. 이런 성장기의 진통 속에 자라는 아이들을 돕고자 ASM심심풀이 STAR마음공부는 마련됐다. 오늘도 연구원 모두는 코로나19의 거리두기를 넘어서 더 많은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긍정적인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정성을 길어 올리며 그 포근한 고향에서 만나기를 기도한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