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실시품4장에는 원기9년 즈음 익산 총부를 건설했을 때의 가난했던 정황이 실감 나게 그려져 있다. 어려운 살림에 엿을 만들어 팔던 때의 일화가 흥미로우면서도 가슴 아리게 묘사되고 있다. 

대종사는 제자들에게 늘 “지금 세상은 인심이 고르지 못하니 대문 단속과 물품 간수를 철저히 하여 도난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만일 도난을 당하게 된다면 우리의 물품을 손실할 뿐만 아니라 또한 남에게 죄를 짓게 해 줌이 되나니 주의”하라는 당부를 하고 친히 자물쇠까지 챙겨줬다. 그런데도 제자들이 방심해 어느 날 밤에 엿과 엿목판을 다 도둑맞았다. 

대종사 입장에서는 화를 크게 내거나 심한 꾸중을 낼 만한 상황인데도 차분하게 훈계한다. “근심하지 말라. 어제 밤에 다녀간 사람이 그대들에게는 큰 선생이니, 그대들이 나를 제일 존중한 스승으로 믿고 있으나, 일전에 내가 말한 것만으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이제부터는 내가 말하지 아니하여도 크게 주의를 할 것이니, 어제 밤 약간의 물품 손실은 그 선생을 대접한 학비로 알라.”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인 엿과 엿목판을 모두 도둑맞았지만 대종사는 ‘근심하지 말라’며 제자들의 요란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도둑’을 ‘선생’으로 ‘금전적 손실’을 ‘학비’로 치환해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물건들이 아니라 마음공부와 깨달음임을 설한다. 제자들이 잃어버린 물건과 금전적 손실에 집착하는 순간 정작 그 경계에서 챙겨야 할 것들을 놓친다는 가르침을 준 것이다. 

다시 말해 소태산의 관점에서 보자면 제자들은 엿과 엿목판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마음을 잃고 주의심을 챙기지 못한 것이고, 말로만 스승을 따랐지 실제로는 가르침을 가볍게 여기고 다가오는 위험에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반년 가까이 끌었던 소위 ‘새전서 사태’가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수위단원 선출을 계기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재가출가 전 교도들의 마음에 입은 상처들이 크고 깊다. 치유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우리 모두 이번 경계를 겪으면서 과연 무엇을 잃어버리고 무엇을 얻었는지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 엿목판을 잃고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거나 또다시 엿목판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터이다. 

다행히도 이 경계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과 새로운 다짐들을 챙길 수 있다면 우리가 지불한 학비를 너무 아깝게 여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더이상 소중한 것들을 도둑맞지 말아야 한다. 바깥의 도둑도 없는데 말이다. 

‘근심하지 말라’는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에 부끄러움이 더해지지만 정신 차리고 스승님의 경책을 온전히 받아들이자. 근심을 키우기보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챙기자.

[2021년 10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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