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스스로 이겨내게 해주는 한의학적 생활건강법

김종진(종열) 교무 /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김종진(종열) 교무 /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요즘 수희공덕(隨喜功德)이 우리 사회에 만발하고 있다. ‘돈쭐낸다’는 유행어가 쏟아지는 것이 바로 그 모습이 아닌가? ‘혼쭐낸다’는 말에서 ‘혼’을 ‘돈’으로 바꾼 이 단어가 출현한 자체가 이 시대 청년들의 의식 진화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척 흐뭇하다.

얼마 전 진천군민들이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보도가 나갔다. 그러자 전국에서 진천의 상품들에 대한 구매주문이 쏟아졌다. 진천 군민들이 돈쭐났다. 이런 예는 셀 수 없이 많다. 인천에서 기초생활비 수급자 딸에게 무료로 피자를 선물한 피자집에도 돈쭐 주문이 쏟아졌다. 선의를 베푼 피자집 주인은 뜻밖의 돈을 벌었다. 이렇게 돈쭐내는 주체는 돈이 많은 기성세대가 아니다. 이삼십대 젊은이들이다. 이 젊은 세대가 세상에 좋은 일이지만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 자기 돈을 쓰는 것이다.


수희공덕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남의 좋은 일을 보고 자기 일처럼 기쁘게 생각함’이란 뜻의 불교용어로 나온다. 이제마는 이것을 유교의 예(禮)와 연결시켰다. 태음인의 마음 특성을 설명하면서 예의 근본 마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태음인은 희성(喜性)이 강하고, 소음인은 낙성(樂性)이 강하다. 희성이란 세상 사람들이 서로 돕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것이고, 낙성이란 세상 사람들이 서로 보호하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이 구절이 쓰인 곳은 이제마 동의수세보원의 “사단론(四端論)”이다. 애로희락의 감정이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는 공적 영역에서 일어날 때 그것은 인간의 본래 성품인 인의예지와 연결된다고 봤다. 희성은 사양하는 마음(辭讓之心), 즉 ‘예(禮)’의 단서이고, 낙성은 약자의 상황과 특성에 맞고 안 맞음을 잘 구분해 보호하는 시비지심(是非之心), 즉 ‘지(智)’의 단서이다. 


여기서 왜 서로 돕는 것과 서로 보호하는 것을 대비시켰을까? 돕는 것은 힘이 동등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대표하고, 보호하는 것은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즉 희성은 동포은의 발현이고 낙성은 부모은의 발현이다. 


실제로 태음인은 서로 돕는 인간관계를 깊이 살피는 힘이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조직을 이끌어 나간다. 그래서 태음인은 예의범절이 반듯하고, 예의 없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하는 것이다. 예의가 반듯한 사람은 소양인도 있고 소음인도 있다. 소양인은 아주 사교적이면서 예의가 바르다. 관계에 능하기 때문이다. 소음인은 아주 공손하면서 예의가 바르다. 기질이 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격이나 행동의 단편적 특성으로 체질을 판별하면 틀리기 쉽다.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 돕는 기쁨이 태음인이 살아가는 근본적 힘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여러 가지 성격 특성들이 하나로 꿰어진다.


소음인은 보호하고 보호받는 인간관계에 능하다. 그래서 윗사람을 잘 받들고 아랫사람을 잘 기른다고 한다. 사람을 보호하는 데는 그 사람의 특성을 잘 살펴서 보호하는 데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로운 어머니가 자식을 잘 기른다’는 말이 그 뜻이다. 아기를 잘 보호하고 기르자니 성격이 섬세할 수밖에 없다. 꼼꼼한 사람은 소음, 태음, 소양에게 다 있다. 하지만 소음인의 꼼꼼함은 아주 세심한 꼼꼼함이다. 한 번 하기로 한 일은 철저히 챙기는 태음인의 꼼꼼함이나, 일은 꼼꼼하게 해도 사람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적은 소양인의 꼼꼼함과 다르다.


소음인과 태음인은 함께 음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래서 종종 구분이 안 될 때가 있다. 특히 체격이 큰 소음인이나 마른 체격의 태음인을 만나면 체질판별을 잘못하기 쉽다. 태음인은 대범하다, 꾸준하다, 욕심이 많다, 또는 소음인은 순하다, 소심하다, 여성적이다. 같은 성격 구분으로는 한계가 있다. 후천적 노력으로, 혹은 부모의 영향으로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보다 근본적인 성향을 봐야 한다. 그것이 희성과 낙성이다.


태음, 소음인의 이러한 성향은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어서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예와 지에 대해 민감한 감각과 관점을 가졌다는 뜻이다. 물론 각자 마음의 맑고 탁함(淸濁), 넓고 좁음(闊狹)이 따라 성품이 천태만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타고난 대로 인의예지가 잘 드러나는 사람이 있고, 그저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감정이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사람의 타고난 성품과 감정으로 드러나는 성격에 대한 깊은 통찰이 없이는 체질판별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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