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공부·특신급 10계문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계문을 공부하는 마음 
법신불 사은이시여! 특신급 수계자로서 내 몸이 사은의 공물임을 알아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제생의세를 위해 오롯이 아껴 쓰기를 서원하옵나이다. 나태에 빠지지 않고, 진리에 맥을 대고 에너지를 얻으며 매일 깨어있는 마음으로 살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연고없이 때 아닌 때 잠자지 말라 하신 이유
각산 신도형 종사님은 계문의 대의를 ‘성불제중하고 제생의세 하는 데 필요 없이 정한 시간 외에는 잠을 자지 말며, 새로운 힘을 기르기 위해 잠을 알맞게 잘 필요가 있다. 만약 잠이 많아지면 심신이 나태해지고, 시간을 낭비하게 되며, 공부와 사업에 성취를 못 하게 된다’라고 하셨습니다.


잠은 중요한 사적 권리이지만, 잠에는 건강과 자기관리 측면에서 적당함이 필요합니다. 잠이 부족하면 활동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건강을 해칠 것이며, 너무 많으면 나태해지고 생활 리듬이 깨질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특신급으로서는 성불제중 제생의세의 서원을 생각하면서 시간을 소중히 써야 한다는 점에서 이 계문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대종경』에는 가난하고 어려운 가운데 수행과 봉공을 위해 잠을 참아가며 공부하셨던 일화가 나옵니다. 오는 잠을 참고 좌선을 하는 제자들(수행품 13장), 식당 일이 고되어 얼굴이 빠진 제자(교단품 8장), 초기 교단 제자들의 고생(신성품 8장)에 대한 말씀도 있지요.


잠이 충분하면 물론 더 좋겠지만, 수행과 제생의세를 위해서라면 편안한 삶을 참을 수도 있음을 우리 선진님들은 보여주셨습니다. 

 

 

나의 잠, 그리고 피로사회
이 계문을 받들고 나의 수면시간을 생각해 봤습니다. 나는 직장인이라 연고없이 낮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저는 저녁 10~11시쯤 잠들어서 아침 6~7시쯤 일어납니다. 하루 여덟 시간 정도 잠자니 적당한 듯합니다. 다만 새벽에 수행을 못하는데, 제 신앙생활에서 늘 숙제입니다.


때로 피곤하고 출근하기 싫을 때도 많습니다. 내가 돈만 많으면 사표 내고 집에서 잠이나 실컷 잤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그러니 계문준수에는 아무래도 직장을 다니는 게 도움이 됩니다.


사실 제 삶을 보면 참 지치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공부, 취업, 회사적응, 승진, 학업, 육아, 교당생활…. 늘 시간이 부족하고, 해야 할 일들 때문에 마음이 조급했습니다. 시간낭비는 커녕 밤을 새워 힘들게 몰아쳐서 일하기도 하고, 일을 제때 못 마치면 자책을 했습니다.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어느 정도는 공통적인 현상인지 모릅니다. 치열한 경쟁과 평가 속에서 근면만이 미덕이고 푹 잠들지 못하게 하는 피로사회. 우리들에게는 좀 더 잠과 휴식, 정확히 말하면 진정한 수양이 좀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내가 하는 일의 목적과 결과에 대해 분명한 신념이 있는지, 그냥 남들을 따라 무작정 달려나가는 것인지….


우리 원불교는 주어진 시간을 허송세월하지 말고 귀하게 보내라고 합니다. 대단히 실용주의적인 관점입니다. 정기일기법에서는 24시간 중 가치 있는 시간과 허망하게 보낸 시간을 대조해 잠시라도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무엇이라도 목적을 가지고 하는 사람은 성과가 있을 것이나, 무료도인은 성과가 없을 것이라 합니다(수행품 11장). 공부인의 분명한 목적지는 불지입니다. 나는 이 세상의 주인이기도 하지만, 사은의 공물이기도 합니다. 사은님께서 주신 이 시간과 이 몸을 성불제중 제생의세라는 목적을 위해 값있게 쓰는 것이 바로 공부인의 시간사용 표준입니다. 확실히 서원이 선 사람은 자는 것도, 쉬는 것도, 먹는 것도, 노는 것도 서원을 위한 행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결국 내 시간, 몸, 마음을 어디에 쓸 것인가
사람이 컨디션이 좋고 행복하려면, 푹 자고,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좋은 것만 먹고 입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나 일을 적당히 건강하게 즐기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의 행복과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마음에는 사랑과 헌신이 빠져 있습니다. 


특신급 이상에게는 반드시 누군가를 위한 아픔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둠 속에 있는 이들을 위해 남몰래 기도하고, 힘닿는 데까지 돕고, 또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서원, 이를 위해 시간과 수고를 기꺼이 내놓는 희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많이 반성이 됩니다. 저는 참 편안히 잘살고 있습니다. 요즘은 남편이 많이 좋아져서 제 눈치를 보고 제 말대로 하는 시늉을 해 주는데 그게 참 편안하더라구요. 가정의 안락함에 싸여서 다 잊고, 잘 먹고, 푹 자고 나 몰라라 하는 생활에 성불제중도 제생의세도 다 녹아버리기 딱 좋겠더라구요. 


일부러 자신을 혹사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과 가정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키고 가꾸는 것이 다 사은의 선물입니다. 그러니 나의 행복도 건강도 진리를 위해 쓰리라는 서원만 잊지 말고 감사히 수용하면 될 것입니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이 원래 내 것이 아님을 알고, 내 시간과 에너지를 또한 공물로 돌려써야겠습니다.

 


내 삶을 돌아봅시다

1. 대종사께서 연고없이 때 아닌 때 잠자지 말라는 계문을 주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2. 나는 시간 사용을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3. 만약 깨어있지 못하고 졸며 허송하는 시간이 많다면 어떻게 고쳐나가겠습니까?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정전』 수행편 제6장 일기법 - 정기 일기법
1. 당일의 작업 시간 수를 기재시키는 뜻은 주야 24시간 동안 가치 있게 보낸 시간과 허망하게 보낸 시간을 대조하여, 허송한 시간이 있고 보면 뒷날에는 그렇지 않도록  주의하여 잠시라도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지 말자는 것이요.

『예전』 통례편 제2장 평거 - 평거시의 주의
1. 기침(起寢)과 취침을 일정한 시간으로 하며, 식사와 청결과 집무와 휴양 등을 각각 적당한 시간으로 하여, 일상 행사를 규율 있게 할 것이요.

『대종경』 인과품 17장
어리석은 사람은 제가 복 지을 때를 당하여서는 짓기를 게을리하고 잠을 자나 인과의 원칙상 복을 받을 수 없다 하셨습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