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백천기술직업학교 신축기공식에 앞서 김명덕 교무와 출가를 서원한 라오스 학생들이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삼동백천기술직업학교 신축기공식에 앞서 김명덕 교무와 출가를 서원한 라오스 학생들이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원불교신문=권원준 기자] 해외총부 출범을 필두로 첫 해외 종법사가 탄생한 원기106년은 원불교 세계화의 한 획을 그은 역사적인 해다. 불법연구회 시절인 원기16년부터 90여 년 동안 해외교화를 위한 한결같은 정성이 만든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136명의 전무출신들은 전 세계 23개국의 68개 교당과 39개 기관에서 무아봉공을 실천하며 이정표를 세워나가고 있다. 이중 지난 10여 년간의 정성으로 탄탄한 결실을 맺은 곳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남서쪽으로 3000㎞ 떨어진 부처님의 나라, 라오스다. 


삼동인터내셔널 출범
김명덕 교무는 15년 전, 삼동인터내셔널 창립 및 교화 계획서를 가지고 종법원에 갔을 때를 잊을 수 없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당시 경산종법사는 “대산종사의 4대 사업 중 세계 봉공 활동을 삼동인터내셔널을 통해 진행했으면 한다”며 “그 사업을 동남아 국가 중 부처님을 본사로 모신 불교국가 중심으로 시작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삼동회는 이 말씀과 함께 정산종사의 ‘세계는 하나 인류는 한 가족’ 삼동윤리 정신을 바탕으로 2008년 NGO 단체 ‘삼동인터내셔널(김도영 이사장)’을 출범한다. 삼동인터내셔널은 동남아 4개국을 중심으로 빈곤, 무지, 질병 등을 이겨내기 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미얀마에선 장학사업을, 네팔·몽골·라오스에서는 현지법인을 설립해 교육기관 및 도서관 지원, 의료자원봉사를 펼치며 삼동윤리를 실현하고 있다. 


라오스 교화의 시작
따가운 햇볕 아래 건축 불사의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11월 1일 개강식을 앞둔 ‘삼동백천기술직업학교(김명덕 이사장·이하 직업학교)’. 교사 연수를 시작으로 개교를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직업학교는 라오스교당(김명덕 교령, 백시우 주임교무서리)의 부속기관으로 라오스 교화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라오스 교당의 시작은 화산교당으로 비롯됐다. 화산교당이 교단 100주년을 기념해 5000만원의 성금을 후원하며 라오스교당의 연원이 된 것이다. 라오스 교화는 재가교도를 중심으로 진행되다 원기102년 김 교무가 삼동인터내셔널 이사장 임기를 마치고 라오스교당 주임교무로 부임하며 본격적인 역사가 이뤄졌다. 당시 좌산상사가 이곳을 다녀가며 삼성 인도차이나 법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해 라오스 교화에 힘을 실어 주었다. 또 삼동회, KOICA, 백천문화재단 등이 후원하며 5곳의 학교와, 2곳의 도서관을 짓거나 개보수하는 등 교육시설 지원과 장학지원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전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 한계가 존재했다. 5년간 학교만 지어주다 보니 인프라는 늘어났지만 교육의 질과 열의가 적어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지 못한 것이다. 이에 김 교무는 학교를 직접 운영하는 것을 생각했다. 학교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교육, 시설, 운영 등의 시범학교가 되고자 한 것이다. 
 

김명덕 교무와 백시우 교무가 삼동백천기술직업학교 홍보를 마치고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명덕 교무와 백시우 교무가 삼동백천기술직업학교 홍보를 마치고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동백천기술직업학교
“좌산상사님은 ‘어려운 나라는 기술교육을 해야 가난을 극복하고 국가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일반교육보다 기술·보건계 학교를 지어줘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이에 기술직업학교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진행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들이 버티고 있었다. 공산국가이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학교 지을 땅을 주고 법인을 허가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또 경제적인 뒷받침,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며 뚫어야 할 난관이 한둘이 아니었다. 

먼저 현지법인 허가를 위해 5년간 현지에서 활동한 경험과 돈독히 맺어왔던 인연과의 소통을 통해 2년 동안 법인을 내는 일에 전념했다. 그 결과 4천 4백여 평의 터에 연건평 700평을 허가받았다. 법당, 실습실, 기숙사, 본관 등 10동의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인의 지분도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49대51의 비율이 아닌 90대10의 비율로 만들며 영구적 법인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단단한 주춧돌을 세웠다. 또 한편으론 학교를 세우기 위해 지역조사, 직업 선호도 조사 등의 기초작업을 충실히 이어갔다. 

경제적으로는 7년간 후원했던 백천문화재단이 지난해 5월 체결한 ‘라오스 씨엥쾅주 폰사반 삼동백천기술직업학교 건립 약정식’을 시작으로 후원에 앞장서며 급물살을 탔다. “원기99년 조명하 이사장(백천재단)을 만나게 됐습니다. 해외 활동을 잘하는 단체를 도와주고 싶다는 말씀이 인연이 돼 백천문화재단에서 우리를 7여 년 도와주게 됐죠. 회장님이 86세 신데 ‘이번엔 동남아에 학교를 세우고 싶다. 짓는데 절반은 도와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룡상사원, 운봉상사원, 정토회관, 화산교당, 효도마을, 삼동회, 심정수 교무(좌동교당), 백현명 교도회장(좌동교당), 좌동교당 교도, 고 홍일철님과 그의 동생 홍봉선 교도일가(남산교당), 김우성 교도(광안교당) 등이 조력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삼동백천기술직업학교 개강을 앞두고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교사연수가 진행됐다.
삼동백천기술직업학교 개강을 앞두고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교사연수가 진행됐다.

동남아 교화의 거점
앞으로의 라오스 교화는 라오스교당을 중심으로 삼동인터내셔널 라오스 지부와 직업학교, 폰사반세종학당이 연계해 폰사반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현지인 교화 및 동남아 인재발굴에 주력할 예정이다. 

백시우 교무는 “직업학교의 기술교육을 통해 현지인들의 취업과 창업 기회를 열어주는 생활밀착형 교육사업에 집중할 것이다. 폰사반세종학당을 통해선 지역주민과 젊은이들이 고용허가제 한국어 능력 시험(EPS-TOPIK)에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 한국에서 고소득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라오스교당의 교화전략은 네 가지다. 첫째는 삼동인터내셔널, 직업학교, 폰사반세종학당의 활동을 묶어내는 역할을 통해 각각의 움직임이 부처님 사업으로 자연스레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국제 명상센터(훈련원) 설립으로 교법의 세계화에 이바지해 동남아 불교와 교단의 창구역할을 하는 것이다. 셋째는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오스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향후 동남아 교화의 거점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최근 주 정부는 교당 인근의 시엥쾅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승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이 일이 완료되면 두 번째, 세 번째 계획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직업학교에 개설될 한국어과 내에 전무출신양성 과정을 두어 장기적으로 동남아시아 출신의 전무출신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직업학교 개강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 김명덕 교무는 잠시 한국에 머물고 있다. 이 기간 원광보건대학교·원광디지털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한국에서 처리할 마지막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직업학교의 희망도 함께 전하고 있다. “삼동백천직업기술학교는 세계교화 거점이 되고 인재육성을 위한 밑거름이 되며 삼동인터내셔널 교화·교육·자선 사업의 인도차이나 전진기지가 될 것입니다.” 오늘도 세계교화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가는 활불의 현장 라오스. 원대한 포부가 실현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삼동백천기술직업학교 본관.
삼동백천기술직업학교 본관.

[2021년 10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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