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오 목동교당 교도
윤광오 목동교당 교도

[원불교신문=권원준 기자] “‘왜 진작 공부하지 못했을까. 일찍 시작했더라면’. 공부를 시작하고 과거 잠 못 자며 번민하고 고뇌했던 그 원인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도 지금이라도 공부할 수 있어 감사하고 다행입니다.” 3년 전,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며 제2의 인생을 살기 시작한 윤광오 교도(悟山 尹光悟·63·목동교당). 행복의 씨앗이 되어 준 그의 정성스러운 마음공부 이야기를 담았다. 

원불교와의 인연 
그의 고향은 전북 정읍이다. 중학생일 때 교당을 다니는 이웃을 따라 교당에 갔던 것이 교당과의 첫 인연이다. 본격적인 인연은 원기70년 그의 어머니가 교당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는 처음부터 알뜰한 교도는 아니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교당에 내왕하는 것 외엔 딱히 교당을 다니는 이유가 없었다. 이근수 교도(화곡교당)와 같은 직장을 다닐 때 그나마 열심히 다녔다가 어머니가 열반하신 이후엔 그마저도 뜸해졌다. 1년동안 교당을 내왕하는 횟수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집착이 고통의 원인
건실한 가정을 꾸리고 공기업에 다니며 경제적·사회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했지만, 적잖은 세월 남모를 고통으로 방황했다. “22년 전 어머니가 열반하시고 그때부터 어머니께 이런저런 이유로 잘 못 했던 일들이 죄책감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 죄책감에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참외만 봐도 먹질 못하는 정도였죠.” 어머니의 열반으로 오랫동안 쌓여있던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 아내에 대한 원망, 자신에 대한 불만들이 폭발했다. 이를 주체하지 못해 9년 동안 매일 술을 마셨다. 2009년 회사를 퇴직하고 이런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홀로 타지에서 생활했다. 경남 함양에서 1년, 전북 부안에서 5년을 살았다. 5년 전엔 아내의 권유로 거처를 여주로 옮겼다. 그간 10여 년의 세월은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르며 자력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이 됐고 새로운 출발의 전환점이 됐다. “지나고 나니 ‘모든 일이 이해됐고 내가 받은 고통이 내 욕심에서 비롯됐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죠. 또 ‘남편인데, 아빤데’라는 상이 섭섭한 마음, 원망의 마음의 근원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이 마음을 놓으면 괜찮아질 거야 생각하니 그때부터 불만이 사라졌죠. 본격적으로 욕심과 집착을 놓는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그동안 화두였던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자. 교법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자. 착심을 떼는 사람이 되자.”

 

주변 사람들이 
제 마음 씀씀이에 

자연스레 감화되도록,

사위가 저를 롤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제가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몸소 실천하는 공부
오랜 방황 끝에 시작한 공부는 그를 새로운 삶으로 이끌었다. 4년 전 연말, 구체적인 공부계획을 세웠다. 원기104년의 시작과 함께 법문을 사경했다. 스승님들의 말씀을 하나하나 체 받기 위해 시작한 법문사경은 3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정전』, 『대종경』을 비롯해 『정산종사법어』, 『대산종사법어』, 올해는 『불조요경』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정성스레 뜻을 새기며 한 자 한 자 써 내려갔다. 사경공부는 스승님과 그를 잇는 다리, 삶의 방향로가 되어 주었다. 그가 늘 마음에 새기는 법문은 참회문이다. “제가 방황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동안의 과오를 반성하고 선업 짓기를 다짐하며 참회문을 독경하고 있습니다.”

사경과 함께 공들이는 것이 법회 출석이다. 원기104년부터 법회 무결석을 목표로 교당을 내왕했다. 결심한 첫해, 2번의 결석으로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법회를 비대면으로 봐야 하는 나날들이 아쉽지만 여러 교무의 설교를 들으며 힘을 얻을 수 있어 또 다른 은혜를 느끼고 있다. 

또 올해 1월부터는 기도와 독경정진, 정기일기와 상시일기 점검도 시작했다. “입교한 지 36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시작했네요.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아 더욱 마음을 내고 있습니다.” 조석심고 이후엔 일요예회 기도문을 활용해 기도하고 독경을 한다. 또 수시로 정기일기기재와 상시일기를 점검하며 죄복을 결산한다. 그의 유무념 조항 중 하나가 ‘헛된 시간 보내지 않기’이다. “그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았는데, 유무념 조항을 ‘헛된 시간 보내지 않기’로 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니 허송 시간이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습관만 되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비로소 희망이 싹트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홍기 교무(목동교당)는 “올해 화곡지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청정챌린지’ 유무념 공부를 가장 열심히 하고 계신다. 점검표를 100일을 기준으로 만들었는데 벌써 2번을 완료하고 3번째를 진행하고 있다. 그 공부심과 정성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교당에서 성리공부, 의두공부를 하며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그. 부부 교화단을 만들어 부부가 함께 공부하고 법회와 교화단을 통해 교리 연마한 부분을 나누는 등 모두가 함께 공부하는 분위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가족교화를 위해
그는 자신교화와 더불어 가족교화를 하겠다는 또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먼저 열반하신 어머니를 위해 지극 정성을 들이고 있다. “어머니께서 거진출진 5좌위에 계신 것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교단사업이나 ‘4축 2재’ 때가 되면 어머니의 공덕을 쌓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 때도 어머니를 위해 사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열반했을 때 어머니가 최소 자신과 동등한 위치는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고 있다. 또 사위, 형제들도 함께 마음공부하기를 바라고 있다. “누님들이 다 이웃종교를 다니고 있죠. 강요를 통해서가 아닌 제 마음 씀씀이를 보고 자연스레 감화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 저희 사위가 ‘장인어른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말할 만큼의 롤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더욱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인 거죠. 이제 시작인 것 같습니다.” 

그는 장애인 생활을 지원하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근육병 환자를 도우며 삶의 의미를 더욱 소중하게 찾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감사하고, 경제적 도움까지 받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또 남는 시간엔 틈틈이 공부까지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앞으로 힘닿을 때까지 공부하고 활동하고 싶습니다.”

[2021년 10월 25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