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상 원로교무
정인화 교무
안수연 교무

시대문제에 진리적 해석 분명해야

김일상 원로교무
김일상 원로교무

먼저 우여곡절 끝에 수위단원으로 피선된 것에 축하를 보낸다. 수위단원에 피선되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지만, 대중의 바람이 크기 때문에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부담 없는 일이 어디 있는가. 오히려 부담을 보람으로 만들어야 인생이나 조직이 발전할 일이다.

기위 신문사의 요청이 있었던 만큼 축하와 함께 바라는 바를 나열하려 한다. 수위단원을 역임한 바 있던 나도 몰라서 못 하기도 했고, 알면서도 행하지 못한 사항들이기 때문에 교단이 발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술한다.

헌규에 밝은 수위단원이었으면. 다른 것은 차치하고, 종법사의 피선자격 하나만 생각해보자. 종법사 피선 자격이 현행 법위로 계속될 때, 자격이 부족한 종사위를 양산할 수밖에 없어 법위의 존엄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수위단회는 원불교의 최고 결의기관인 만큼 법이 정한 바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법치교단이 된다. 법이 교법에 맞지 않고 현재적이지 않은 것은 개정 신설해야 한다. 헌규에 밝은 수위단원이었으면 한다.

인사를 공명정대하게 하는 수위단원이었으면. 재가출가 교역자가 즐겁게 교역에 임하도록 하는 이상적 인사는 지자본위와 공도자 숭배가 기본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은 인사가 되면, 구성원의 사기가 저하되고 조직 또한 침체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수위단원은 같은 수위단원에게 직접 지시를 받거나 표결에 영향을 주는 직책은 갖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교정 감찰의 수장이 직접 입법하는 일에 있거나, 교정 감찰의 수장을 상관으로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대의를 잃지 않는 수위단원이었으면. 아무리 어려워도 도가 있고 법이 있어야 미래가 있다. 수위단원은 매 안건을 결의해야 한다. 그때 합리적으로, 상식적으로, 대의에 어긋나지 않게 결의하는 도인이었으면 한다. 혹시라도 원근친소에 끌려 결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자면 소통을 잘해야 한다. 수위단원은 항단장이거나 중앙의 일을 맡는 만큼 저단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정확하게 파악해 논의하고 해결해내야 한다. 나아가 제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소통이 필요하다.

시대문제에 대해 교리해석을 해내는 수위단원이었으면.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세상은 생물과 같아서 저마다의 이해 문제로 늘 문제가 일어난다. 그 문제에 대한 진리적 해석이 분명해야 사회가 방향을 잃지 않는다. 소태산 대종사의 교법이 우리들만의 잔치에 쓰여서는 결코 안 될 일이므로, 원불교를 보편화시키기 위해 시대문제를 교리적으로 해석해내는 수위단원이었으면 한다.

너무 무겁게 요청했다. 그런데 수위단원에게는 이보다 더 많은 사항이 요구된다.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소통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앞에 열거한 모든 것이 수위단원이 결의해야 할 사항과 밀착되어 있음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교령


세상의 눈이 법신불의 마음

정인화 교무
정인화 교무

특별할 게 하나도 없다. 욕심과 비밀도 없다. 독립운동 하던 시절의 비밀 결사가 아닌 상식과 보편이 지배하는 원불교여야 살아나고 마침내 그 동력으로 제2의 종교혁명, 영적 르네상스를 열어갈 수 있다. 지금부터 3년은 지나온 시간의 정리이자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기회이다.

수위단원은 원불교의 대표이다. 교단의 정신적 줏대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법신불 사은 앞에 온전한 신앙을 갖춘 사람, 대종사가 보기에 잘했다고 인정받을 만한 신앙인, 역사 앞에 떳떳한 사람, 회상 앞에 당당한 사람,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사람, 윤리를 갖춘 인간, 어디에 내어놓아도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교도들을 두려워했으면. 교도들이 입이 없어서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교도들은 통치나 교육의 대상이 아니다. 단지, 말을 아끼고 있는 거다. 침묵이 깊을수록 아픔과 애정도 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 무지하던 독선과 독재의 시대에는 지도자가 구성원들을 가르치고 계도하는 일이 먹혔으나 지금은 아니다. 세상이 달라졌다. 교도들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섬길 수 없다면 수위단원의 자격이 없다.

불통에서 소통으로. 소통이 부족한 게 아니라 아예 없다고도 한다. 부부 사이나 부자지간에도 대화가 없으면 이혼하거나 싸우게 된다. 발전도 더디고 설령, 발전이 있어도 행복하지 않다. 수위단은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력하고 아름답게 동의하는 협의체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종단의 대표체인 거다. 종횡으로 얽힌 인맥과 관행으로 집단지성의 힘을 무너뜨리는 과를 범하지 말고 대내외적으로 활발히 대화하는 회상의 아크로폴리스가 되라.

수구가 아닌 보수가 되길. 역사적으로 보수의 힘은 개인이나 가정이나 사회에 안정과 발전을 가져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따뜻한 보수를 기본으로 품고 산다. 하지만 보수가 지나쳐서 독선과 아집에 빠지는 순간부터 보수는 변질되고 타락한 기득권, 곧 수구 세력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개혁이나 진보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건 아니다. 우리에겐 새의 양 날개처럼 균형과 조화가 절실하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며 산다. 완전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단지성과 영성이 필요하다. 의도적 잘못이나 과오가 아닌 실수에 대해 인정하고 성찰하고 품어주는 자세가 아니라면 더는 신앙공동체라 말할 수 없다. 수위단은 잘못과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더이상 경제적 손실이나 인격적 피해를 예상하고도 일을 집행하는 어리석음도 있어서는 안 된다. 왜냐면 이는 자칫 윤리적 상처와 영적 배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사명 앞에서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법신불 사은이 보고 계신다.

/강남교당


교헌과 규정 반드시 개정돼야

안수연 교무
안수연 교무

원기97년 신규 부교무시절 처음으로 수위단원 선거에 임하게 됐다. 그 당시 인기투표가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5급 교무는 선거권을 주지 말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최연소 유권자로서 선거에 대한 권리를 찾고자 <원불교신문>이 요청한 인터뷰에 응했었다. 그때의 나와 현재 지금의 내 모습을 본다면 그때만큼 교단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가 스스로 질문해 본다.

다시 열게 된 수위단원 선거의 진행 과정을 돌아보면 재가출가 교도들에게 많은 상심을 준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교단의 개혁과 혁신에 대해 재가출가 교도가 갈망하고 있다. 교단 제3대를 마감하고 제4대 결복교운을 열어가는 이 시점이 임계점으로 다가온 것은 아닐까. 우리의 결사로 새롭게 미래를 열어가길 고대하고 있다.

새로운 수위단원은 우선 제3대 제3회 후기 수위단 선거의 과정까지 온 이유를 재조명하고 총체적으로 진단해야 하겠다. 현재 회수된 전서는 어느 정도이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또한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가슴 아프지만 교법정신을 바탕으로 법치교단의 기강을 확립하고 개혁을 추진하길 바란다.

교단 개혁의 우선순위는 과거의 오래된 폐단을 반조하고 대중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관행대로 진행된다면 개혁의 동력은 떨어질 것이다. 개혁을 위해 중요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재가출가 교도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그 바람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다음으로 교헌과 규정이 반드시 개정됐으면 한다. 궁극적으로 교헌개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먼저 규정이라도 개정됐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수위단원선거규정은 선거철만 다가오면 개선되어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 다음에 하자는 말을 되돌이표처럼 반복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3년 뒤에는 반드시 개선된 선거가 이뤄지길 바란다.

이번에 선출된 정수위단원 18명은 첫 모임 후 투표로 봉도·호법 수위단원 16명을 선출했다. 현재 봉도·호법 수위단원이 된 당선자들을 보면 중요 분야에서 고루 선정되지 못한 듯하다. 일반적으로 원불교 사업을 소개할 때 교화·교육·자선을 이야기한다. 이번 봉도수위단원 당선자 중 교육계 분야와 훈련분야에 당선자가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앞으로는 중요 분야는 꼭 선발될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겠다.

마지막으로 새수위단원은 청소년들의 역량 강화와 진로, 인성 등 한국사회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미래교화의 활로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청소년국이 청소년부로 승격돼 조직개편과 인력 충원, 기타 제반 사항들을 함께 연마하고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여는 데 힘을 주길 바란다. 청소년교화가 살아나 교단과 사회가 함께 살아나는 데 앞장서길 기대한다.

/은덕문화원

[2021년 1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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