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훈 교무 / 목동교당
양자훈 교무 / 목동교당

[원불교신문=양자훈 교무] 연예인의 가치는 대중의 인기를 통해 판가름이 난다. 그렇다면 교무의 가치는 무엇을 통해 판가름이 날까. 

원기106년 1월 1일 목동교당이란 새로운 터전에서 교화를 시작하게 됐다. 다가오는 모든 것들이 새롭고 설렜다. 처음인 청년 법회, 처음인 일반 법회, 처음인 열반기념제 등. 실습교무라는 타이틀을 가진 손님이었던 때는 몰랐던 감각들이 느껴졌다. 

그렇게 부교무 라이프가 시작됐다. 새 마음, 새 몸, 새 사람인 부교무가 교당에 발령을 받으면 대게 프레쉬맨에 대한 기대를 받게 된다. 새로운 사람인만큼, 젊은 사람인만큼, 잘하지 않을까. 묘하게 기대되는 부교무의 덕목들이 나를 부담스럽게 했다. 그 부담감을 안고 떨리는 마음으로 어린이, 학생들에게 전화를 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화기 속의 일정한 신호음을 들으며 내가 갈 길이 굉장히 멀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그날 10명 중 2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낯선 사람을 보면 사탕을 줘도 따라가면 안 된다고 부모님들에게 교육을 잘 받은 것인지, 낯선 새로운 교무에게 아이들은 마음을 잘 열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없었고, 아이들을 만날 수도 없는 새롭지 않은 뻔한 부교무가 됐다. 주위의 그 누구도 나에게 압박을 가하거나 재촉하지 않았지만, 숨을 쉴 때마다 아이들과 조금씩 멀어져 가는 자신을 보면서 인기 없는 연예인의 마음이 이럴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이들의 인기를 끌고, 관심을 끌고, 교당에 나오게 하고,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시작부터 막힌 느낌이라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았다. 

기프티콘을 보내봐도 요즘 아이들은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귀찮아하거나, 소히 말하는 읽씹을 당하기 일쑤였다.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원대한 꿈을 품고 첫 날갯짓을 하려던 새 한 마리는 자신의 날개가 바람을 견디기에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첫 비행에서 느끼고 말았다. 창공은 저 너머의 세계였고, 새는 조금은 낮게 날아야 할 필요를 느꼈다. 

‘수많은 나이 차이는 허들이 너무 높으니, 그보다 더 나이 차가 나는 청소년의 끝자락 청년들을 공략해 보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허들을 낮춰 청년들에게 더 공을 들이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코로나의 영향, 나의 역량 부족, 재미없고 인기 없는 아저씨는 그나마 동년배인 청년들에게 희망을 품고 그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교화를 하며 두 가지의 큰 고민이 들었다. 청년들을 어떻게 재밌게 해줄 것인가, 어떻게 해야 교법을 전할 수 있을 것인가. 법회를 구성하고 교화에 있어서 중요한 두 고민이었지만 그 균형의 추는 기울어 버렸고, 나는 어떻게 하면 청년들에게 인기가 있을까하는 고민들을 주로 하며 살았던 것 같다. 
인기를 추구하고, 교화의 방향성이 사람을 모으는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스스로의 자존감은 어느샌가 추락하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끼는데 까지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교무의 가치는 인기에 있지 않았다. 급하고 서둘렀던 모든 일들이 사실은 집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사춘기 소년처럼 내 마음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기다리지 못하고 마음만 앞서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목동교당

[2021년 1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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