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권도갑 원로교무

금산 권도갑 원로교무
금산 권도갑 원로교무

[원불교신문=류현진 기자] 행복한 가족캠프로 마음공부의 사회화에 앞장서고 있는 금산 권도갑 원로교무(金山 權道甲·73세). 그의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총부 전경
부산이 고향인 권 원로교무는 고등학교 3학년 쯤(원기52년) 친구를 따라 교구 체육대회에 참석하며 원불교와 인연을 맺게 된다. “초등학교 동창인 미산 장도영 교무가 당시 초량교당 학생회장이었어. 체육대회 선수가 필요하다고 해서 갔다가 하루종일 뛰고 교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이 인연이 됐지.” 입교 후 그는 초량교당 청년회를 재창립하고, 부산 청년연합회 창립에 동참해 초대 연합회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교당에 새로 부임한 이타원 이정무 종사가 어느 날 그에게 “자네 꼭 전무출신 해야 할 사람이네”라는 말을 건넸다. 그 말을 들은 권 원로교무는 ‘나도 교무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된다. “군대를 제대하면서 출가의 뜻을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크게 반대하셨어. 직장생활을 2년간 하던 중에 자꾸만 눈앞에 총부가 아른거려서 결국 출장을 간다고 하며 총부로 와버렸어. 며칠 후 형님께 전화가 왔는데 부모님이 사흘을 울고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그날부터 큰 불효자가 돼서 6개월을 땅만 보고 다녔었지.”

통만법명일심을 화두로 삼아
그는 교학 대학 2학년에 편입해 공부를 시작했다. ‘통만법명일심(通萬法明一心).’ 어느 날 교사 시간에 접하게 된 수양연구요론의 첫 페이지에 표어가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시 대산종법사님이 학생들에게 수행자의 호주머니에는 항상 화두가 하나씩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 처음 입문해 어떤 것을 화두로 삼을지 몰라서 고심하고 있었는데, 교단 최초의 교서 앞에 올린 법문이라면 무슨 심오한 뜻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그 후 그는 통만법명일심 하면 대원정각을 얻는다는 『대종경』 성리품 5장 법문을 읽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주위에서 수많은 경전과 법문을 잘 듣고 연마하면 한마음을 밝힐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는 열심히 교전을 공부하고 법문 듣는 데 집중했다.

첫 부임지인 돈암교당에서 설교할 때마다 그는 스스로 증득하지 않고 법문을 전하고 있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던 중 대학원에 진학해 불교학을 공부하며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원시불교 경전에서 내 앞에 ‘모든 현실’이 ‘만법’이라고 했어. 수행품 23장에서 ‘모든 경전을 읽기 전에 먼저 현실로 나타나 있는 큰 경전을 잘 읽도록 부탁하노라’ 하신 말씀이 제대로 이해됐지. 인도품 35장에서도 말씀하셨듯이 통만법명일심은 현실을 거울삼아 자신을 살피는 길을 정확히 밝혀 주고 있어서 내가 정리한 온삶 마음일기의 바탕이 됐어.”

마음공부에 자신이 붙은 그는 인천에 부평교당을 개척한다. “교화에 큰 경험을 쌓으려면 개척 교화를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염원을 품으니까 인연들이 나타났어.” 돈암교당 김재전 청년회장이 졸업 후 인천에서 치과를 개업하며 창립의 주인이 됐다. 김성각 외 청년들 몇 사람이 모여서 시작했는데 교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금산 권도갑 원로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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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로 행복한 가족 캠프 열어
부평교당의 기반을 다져놓고 그는 동산훈련원, 원광대학교 대학법당 교무를 거쳐 도봉교당 주임교무로 부임한다. “그곳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요 마음공부방을 개설해 마음공부의 사회화를 시작했어.” 

교당 생활 6년을 마감한 그는 휴양 년을 맞아 『우리시대의 마음공부』 책을 출간한다. 그것이 그의 교역 생활에 새 출발점이 된다. 당시 MBC 김주하 아나운서가 그의 책을 서점에서 보고 감동해 9시 뉴스에 권 원로교무와 그의 책을 소개했다. “서울 열음사에서 책을 출판해 주었는데 전국 교보문고 순회 특강을 했어. 열음사 편집장이 이런 행사는 일회성으로 끝나니 마음공부로 캠프를 운영하면 어떠냐고 제의해서 우이동 봉도수련원에서 1박2일 부부 캠프를 시작했어.” 30여 명이 참가한 첫 캠프가 끝났을 때 참가자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이렇게 시작된 가족캠프가 16년 동안 매달 빠지지 않고 진행돼 4천여 명의 사람들이 참여하다가 지난해 코로나로 멈추게 됐다.

“지금 우리사회에 가장 아픔이 많은 곳이 가정이야. 여기에 종교가 무관심해서는 안 될 것이야. 행복한 가족은 훈련원 없는 캠프를 지향하고 프로그램만 충실하게 준비하면 어디서나 적합한 장소가 나타나서 활용했지. 캠프 진행은 문향허 교무와 김효경 정토를 중심으로 여러 회원들이 진행했고, 일체의 운영은 양명희 정토와 즐겁게 공부하며 준비해 왔어.” 그의 아들 권성일 교무(신림교당)도 전무출신의 길을 함께 걷고 있다. 그 외에도 오형근, 이도근, 이혜진, 이법안, 양자훈 교무가 권 원로교무가 출가시킨 인연들이다.

요즘 그는 ‘나 살림 마음일기 앱’을 개발해 세상에 보급하고 있으며 일 분 명상운동으로 감사발전소를 가동하고, 핸드폰 첫 화면에 부모님 사진 모시는 효 사랑 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 줌과 카카오톡 일일 캠프를 통해 지도자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금산 권도갑 원로교무
금산 권도갑 원로교무

후진들에게 전하고픈 말
“나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는 이 질문을 부단히 자신에게 물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 언젠가 답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옛 선사들이 제자들에게 그렇게 안내했고 요즘은 뇌 과학에서도 밝혀낸 진실이야. 의심을 품고 있으면 스스로 답을 얻게 되고 안에서 기쁨이 차오르게 돼. 이는 누구도 가르쳐줄 수가 없어.” 그는 대종사가 ‘이 일을 어찌할꼬?’라 하신 것처럼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찾아서 그것에 온통 몰입하라고 강조한다. 그러면 교육이 살아나고 교화가 꽃필 것이라고. 또 이 물음을 외면하는 교육은 죽은 교육이고 죽은 교화가 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조용히 자신을 살펴봐. 소태산의 문하에 들어와서 나는 과연 무엇에 매달려서 살아왔는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았는가? 다행히 나는 이 물음에 답을 얻었어. 바로 마음공부야. 마음의 원리를 알아서 마음의 자유를 얻는 것. 정산종사님이 마음공부는 모든 공부의 근본이라 하셨기에 더욱 확신을 가졌어.” 

그는 인간관계의 근본은 부모와의 관계에 있다고 설명한다. 행복한 가족캠프 첫 시간에 이 문제에 대해 안내한다. “많은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곤 해. 이것이 해결되면 쉽게 사람들과의 갈등이 녹아나. 결론은 명백해. 살면서 일어나는 갈등의 원인은 언제나 내 안에 있어. 가족캠프가 일체유심조를 실증하고 있지.” 

그는 조용히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말한다. ‘지금 이 갈등은 내 안의 어떤 문제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가?’하고 계속 질문하면 답이 나온다고 조언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찾아. 나를 힘들게 하지 마. 스트레스 주지 마라. 너 때문이야.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누구도 나를 괴롭힐 수가 없어.”

대종사는 “천만가지 경전을 다 가르치고 천만가지 선을 다 장려하는 것이 급한 일이 아니라, 먼저 생멸 없는 진리와 인과보응의 진리를 믿고 깨닫게 해 주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다”고 밝혔다. 권 원로교무 역시 근본을 밝히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 나는 생멸이 없는데 이 몸의 나는 태어나서 죽어. 죽지 않는 것이 진짜 나인데 우리는 얼마나 죽어가는 나를 위해 정성을 쏟고 있을까?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을 다듬으며 무슨 옷을 입고 무얼 먹으며 어떤 집에서 살고 어느 학교에 다니며 어떤 직업과 어떤 계급장을 다는가에 목매달고 있어. 세상이 무너져도 지금 여기 현존하며 영원히 멸하지 않는 나에게는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그가 간절한 당부를 덧붙였다. “성리품 4장에서 큰 도는 원융하여 유와 무가 둘이 아니다 하셨어. 그렇다면 대소, 시비, 선악, 죄복, 생과 사 등의 제법(諸法)은 둘이 아닌 하나야. 이들을 나눠보는 것은 생각 속에서만 있는 허상이고 착각이지. 제법이 둘 아닌 대법임을 모르고 우리가 옳고(是) 그름(非)의 분별에 빠져서 온전한 참 나를 잃어버리고 산다면 그 삶은 늘 고달프고 고통스러울 것이야.”

[2021년 1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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