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은 우여곡절 끝에 새 수위단원들을 선출하고 수위단회를 새로 구성했다. 교정 감찰 양원의 주요 인사도 새로 했다. 총부가 새롭게 조직됨에 따라 총부를 향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교단 혁신에 관한 요구가 간절한 만큼 총부의 부담 역시 큰 듯하다. 교단 제3대를 마감하고 제4대를 준비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총부의 지혜로운 방향 설정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일찍이 대산종사는 교단 체제에 대해 “중앙총부를 중심으로 교단의 체제가 확립되어야 교단 만대가 밝을 것이라, 근본이 서야 도가 살아나나니 근본에 바탕하여 힘써 행해야 하느니라(本立而道生 務本力行). 교단의 근본은 대종사가 밝혀 준 일원의 교법이니 공부를 위주로 하여 교화가 따르도록 하고(工夫爲主敎化從), 교화를 위주로 하여 사업이 따르도록 하며(敎化爲主事業從), 사업을 위주로 하여 인류가 따르도록 하고(事業爲主人類從), 인류를 위주로 하여 사생이 따르도록 하라(人類爲主四生從)”고 설한 바 있다. 현 시기 총부 운영에 큰 지침이 되는 법문이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은 ‘공부위주’라는 말씀이다. 총부 구성원들은 큰 기대에 급하게 응답하기보다는 ‘공부’에 공을 들여서 근본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동안 총부가 공부보다 교화를 강조하고, 교화보다 사업을 앞세우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혹여 총부가 행정타운화 되면서 인류의 정신개벽을 주도하는 주세교단 전법성지라는 정체성을 약화시키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총부의 진정한 권위는 행정적 권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총부 공동체 구성원들이 교법에 맥을 대고 속 깊은 마음공부에 적공하고 각자의 보은 분야에 필요한 전문적 지식을 학습하고 무아봉공 할 때 비로소 총부의 진정한 권위는 살아날 것이다.

이런 총부를 만들 수 있는 실천 방안을 생각해보자. 총부 직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종법사를 모시고 한 시간만이라도 교리 공부나 문답 감정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법 있는 총부가 될 것인가. 각 부서별로 관련 서적을 읽고 전문가의 강의를 듣거나 관련 정책 세미나를 주기적으로 연다면 어떨까. 교법적 확신에 전문성을 강화해 각 부서의 정책 완성도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총부의 새 출발이 강박적 목표 설정이 아니라 속 깊은 마음공부와 전문성 제고에서 시작되기를 염원한다. 마음공부가 빠진 일은 보은행이 아니라 노동에 불과하고 공부 없이 잘 되는 일도 없다. 공부를 잘하면 일의 성과도 따라오게 마련이다. ‘교단의 근본은 대종사가 밝혀 준 일원의 교법’이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공부에 모범을 보이는 총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공부로 찾아가는 길은 결코 돌아가는 길이 아니다. 가장 안전하고 빠른 지름길이다. 교정원을 학습조직화 하겠다는 신임 교정원장의 구상이 반갑다.

[2021년 11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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