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권원준 기자] 문무겸전(文武兼全) 호국간성(護國干城)의 도장 육군학생군사학교(충북 괴산군 소재·이하 학군교). 대한민국의 육군 장교를 길러내는 3대 요람 중 하나다. 간부교화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군종교구는 원기99년 육군3사관학교 승룡교당과 원기101년 육군사관학교 화랑대교당 봉불에 이어 문무대교당 신축을 위한 착공기원식을 거행하며 또 하나의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육군학생군사학교 강의실에서 김혜련 교무와 장교후보생들이 법회를 마치고 일원상 포즈를 취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육군학생군사학교 강의실에서 김혜련 교무와 장교후보생들이 법회를 마치고 일원상 포즈를 취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인재 양성의 핵심, 학생군사학교
학군교는 군종승인이 되던 2006년 원불교와 인연이 됐다. 괴산으로 이전하기 전 성남시에 자리할 때  원광대학교 학군단이 동·하계 군사훈련을 위해 이곳을 내왕했다. 군종교구는 교도 후보생들의 신앙생활을 독려하기 위해 법회와 위문을 진행했고 그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일반인들에게 학군교는 육군사관학교나 육군3사관학교에 비해 생소한 곳이다. 하지만 학군단(ROTC)을 비롯해 법무·의무·군종·학사·전문사관 등 특수장교들의 장교 교육과정을 전담해 육군 초급장교의 93%를 배출하니 그 중요성은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곳이다. 
 

군교화의 서원을 키운 김혜련 교무
간사시절부터 군교화의 서원을 키운 김 교무. 그 꿈은 원기105년 학군교 교무로 발령을 받으며 이뤄졌다. 당시 인사는 파격적이었다. 5급 여성 교역자를 군교화 전담 교무로 발령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주말 법당으로 사용하는 강의실을 제외하고는 교당이 마련된 것도, 교화를 이어갈 재원이 넉넉한 상황도 아니었다. 척박한 환경이지만 교단이 김 교무를 발령한 이유는 1년에 1만여 명의 장교가 배출되는 학군교의 파급력을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가 처음 학교에 갔을 때, 많은 분이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단의 역사를 살펴보면 초기 교단의 선진님들은 언제나 어린 나이에 낯선 땅에서도 당차게 개척교화를 해나가셨기 때문에 그 모습을 생각하면 저도 무섭지 않았고, 오랫동안 군교화를 염원했기에 어떠한 어려운 일이 있어도 기쁨으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학생군사학교의 신앙수행을 이끌 문무대교당 착공식이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10월 18일 진행됐다.
학생군사학교의 신앙수행을 이끌 문무대교당 착공식이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10월 18일 진행됐다.

은혜 속에 피어난 문무대교당
학군교 내엔 아직 교당 간판을 건 건물은 없다. 이에 김 교무는 학교 전역을 교당으로 여기고 활동했다. 발령 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 할 수 없는 역경을 겪기도 했지만, 소리소문 없이 교화를 펼쳤다. 우선 학군교 내 원불교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시켰고 사무를 볼 공간과 원불교 군종병과 마크를 가슴에 당당히 부착하고 다니는 군종병들도 만들었다. 강의실 사용이 제한될 때 법회를 진행할 수 없었던 것도 해결했다. 2년여의 짧은 세월이지만 무수히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이 모든 것은 법신불 사은의 은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김 교무. 

올해 초, 그는 학군교 학교장이 원광대에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든 그 자리에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학교장을 만나기 전 원광대 박윤철 총장을 찾아가 어떻게 교화를 하고 있는지, 녹록지 않은 교화환경에서도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며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는지를 이야기했다. 결국 박 총장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김 교무도 눈물을 흘렸다. “그때 총장님은 ‘이제 혜련 교무가 교화 현장에서 외롭게 싸우게 두지 않을게’라고 말씀하셨죠. 그 말씀으로 그동안의 설움이 눈 녹듯 녹아내렸습니다.” 그렇게 스승님, 군종교구장, 군종교무들, 부모님, 도반들, 이웃 종교 성직자, 학교 간부, 후보생들, 용사들까지 모두가 김 교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줬다.

지난해 12월 국방부와 4대 종교 방송사들이 축제를 열었다. 코로나 시국에 군교화의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온라인 군종퀴즈쇼’. 학군교 교화에도 큰 힘이 됐다. 교리를 전혀 모르는 용사들이었지만 용기와 패기를 앞세워 퀴즈쇼 참가 신청을 했다. 오직 만점과 우승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팀명도 지었다. 이름하여 ‘불법서클’.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우울하고 처져있는 시간이었지만 하나의 목표를 가진 불법서클은 남다른 열정을 불태웠다. “평일엔 교리를 설명해 놓은 A4 20장 정도의 분량을 달달 외웠습니다. 주말에는 온종일 외웠던 내용을 저와 함께 공부했죠.” 퀴즈쇼 당일 생방송에 참여할 공간이 없을 때 군종법사가 법당을 내어줬고 그곳에서 정전, 대종경, 성가, 독경, 원불교 상식 등 난이도 있는 문제들을 무난히 풀어내며 목표했던 만점을 맞으며 우승까지 차지했다. 우승 후 용사들은 자랑스럽게도 “학군교에 교당이 지어지길 소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염원이 교당건축의 씨앗을 심는 계기가 됐다.
 

오랫동안 군교화를 염원했기에 
어떠한 어려운 일이 있어도

기쁨으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훈련과정의 마지막 종교행사는 입교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훈련과정의 마지막 종교행사는 입교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불연을 맺는 교화의 장
원불교 가정에서 나고 자란 김 교무는 ‘너무 쉽게 입교를 시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입교를 통해 법연을 맺어주는 과정이 너무나 중요하지만, 쉽게 입교하면 그만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군교에서도 스스로가 열의를 가지고 종교행사에 참석하며 적극적인 의지로 입교를 원하는 장병들에게만 입교의 기회를 줬다. 

한번은 입교식 당일 한 법무사관 후보생이 따로 찾아왔다. 지난주 근무로 인해 종교행사에 참석하지 못했고 입교를 할 수 없었다는 후보생이었다. “30여 년간 이웃 종교를 신앙했지만 늘 불만이 있었고 학군교에서 원불교를 접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종교를 찾은 느낌이라며 꼭 입교해 원불교의 교리를 공부하고 싶다는 후보생이었습니다.” 다음 주면 법무사관 후보생들이 학군교에서의 훈련을 마무리하고 육군종합행정학교로 이동하는 상황이었기에 김 교무는 그 후보생을 위해 특별한 입교식을 준비해 치러 줬다. 그 소중한 인연은 진하게 이어졌다. 자대배치를 교당이 있는 35사단(충경교당)으로 받으며 현재 그곳에서도 교도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온 학사사관 후보생들. 어색하고 낯선 군 생활도 금세 익숙해진다. 그리고 16주 동안의 훈련은 그들을 군인으로 만든다. 학군교에서 16주를 생활하는 학사사관 후보생들은 가장 오랜 기간 학군교에 머무르는 후보생이다. 그래서 종교활동도 가장 많은 횟수인 16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16번의 종교행사를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건 쉽지 않다. 특히 주말 일과가 자율로 운영되는 상황에선 더욱더 그렇다. 그런데도 주말마다 다수의 후보생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강의실을 찾는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우비를 챙겨입고 매주 종교행사에 참석하는 후보생들이 너무나 고맙고 신기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결국, 그 후보생들은 임관하기 전 마지막 종교행사 때 자신들의 의지로 입교식을 함으로써 교도가 되어 임관했습니다.” 이렇게 인연이 된 청년들은 자대배치를 받고 나서도 안부를 묻고 후보생 시절 배운 마음공부와 명상이 지금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남자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군에서의 생활을 잊지 못합니다. 설령 그들이 당장 교당을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마음속 깊이 내가 군에서 원불교를 열심히 다녔고, 입교도 했으며, 그때 배운 마음공부로 지금도 삶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과정이 있으면 언젠가라도 어느 곳에서라도 다시 우리의 법연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18일 소중한 인연들이 함께 기다리던 문무대교당의 착공기원식이 진행됐다. 학군교 교화를 시작하고 15년간 꿈꿨던 순간이 눈앞에 다가왔다. 교당건축은 150여 명이 법회를 볼 수 있도록 지상 2층, 330㎡ 정도의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교당 봉불이 이뤄지고 본격적으로 교화를 하게 되면 다양한 시간대에 소규모의 활동들을 계획해 최대한 많은 장병과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 꿈이 최종 실현되는 그 날을 위해 재가출가 교도들의 응원과 지지가 가장 필요한 순간이다.
 

명절에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교도용사들을 위해 손수 음식재료를 준비해 명절음식을 하고 있다.
명절에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교도용사들을 위해 손수 음식재료를 준비해 명절음식을 하고 있다.
훈련으로 늘 긴장된 생활을 하는 후보생들에게 잠시나마 긴장을 놓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김 교무.
훈련으로 늘 긴장된 생활을 하는 후보생들에게 잠시나마 긴장을 놓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김 교무.

[2021년 11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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