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교당 외벽 타일 벽화 ‘전주의 봄’
약 800호 크기, 타일 약500장 소요
한옥마을 새로운 포토스팟으로 탄생
백산 양청문 명인의 서각도 함께 전시

이택구 화가
이택구 화가

[원불교신문=최지현 기자] “우리들은 태어나서 살아가고 죽어가는 인생의 여정 속에서 각자 ‘고향’을 하나씩 갖고 살게 됩니다. 그 고향은 우리가 태어난 어머니의 배 속일 수도 있고, 혹은 살아가면서 많은 추억을 함께한 따듯한 ‘집’일수도 있습니다.”
 
전라북도 관광의 중심지인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교동교당, 텅 비어있던 교동교당 건물 외벽이 새롭게 단장됐다. 그 사연인 즉슨, 이택구(법명 성진·교동교당) 화가의 작품 ‘전주의 봄’이 6개월 간의 작업 과정을 거쳐 교동교당 오른쪽 벽면에 설치된 것. 약 800호 크기의 ‘전주의 봄’은 전주 한옥마을 최초의 타일 벽화 작품이다. 7일, 교동교당에서 이택구 작가를 만났다.

모든 인류의 쉼은 집에서 시작
“모든 인류의 쉼은 집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집은 우리의 고향일 수도 있고, 때로는 만남 자체가 추억이자 고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교동교당 외벽에 설치된 ‘전주의 봄’의 부제는 마이 홈타운(My Hometown)입니다. 그림에서 따뜻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은 ‘희망’을 표현합니다. 전주 한옥마을에 오는 관광객들이 교동교당에 와서 제 작품을 보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주의 봄’은 20x20㎝ 사이즈의 타일 약 500장이 소요됐다. 초기 구상과는 달리 작품의 보존성, 연구성을 높이기 위해 타일로 작업 됐고, 원화를 850℃의 온도에서 구워서 타일 벽화로 탄생시켰다.  “초안은 오래전부터 구상했는데, 작업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중산 이세환 교도님이 교동교당 벽면에 작업을 완성해 보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주셨고, 고민하던 중에 교무님과 상의해서 새로운 구상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전주한옥마을과 어우러진 교동교당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고, 하루에 8시간 이상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다채로운 재료 활용
홍익대학교 미술학과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프랑스, 스위스 등 국내외 개인전 13회, 단체전 200여 회를 지내 온 베테랑 화가다. 그에게 다른 화가들과의 차별점에 대해 물었다.  “차이가 아닌 차별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다양한 재료 위에 그림을 그려왔다는 점입니다. 회화의 종류는 한국화, 서양화 등이 있는데, 현대에 와서 미술의 장르가 더욱 넓어졌습니다. 추상적인 작품을 좋아해서 약 10여년 동안 그런 작품들을 해오다가 90년대 중반부터 한옥과 집에 관심을 가지고 전국의 한옥마을을 전통 한지 위에 그려왔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은 2010년부터 그렸습니다.”

 그는 얼마 전 ‘2021년 전주 탄소예술’ 특별 기획전 작가에 선정됐다. 탄소예술 작품은 탄소에 대한 넓은 이해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은 신개념 예술이다. 
 “탄소작업은 탄소 섬유에 대한 이해와 아이디어가 중요합니다. 탄소예술은 종이가 아닌 탄소위에 모델링페스트(돌가루, 동물뼈), 나무실(수사), 젯소 바탕 위에 아크릴릭 등으로 만듭니다. 2018년 11월에는 탄소섬유와 예술의 만남을 모티브로 한 ‘카본아트’를 작업해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예술 작업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교동교당에 설치된 이택구 화가의 ‘전주의 봄’.
교동교당에 설치된 이택구 화가의 ‘전주의 봄’.

실경 아닌 진경을 담은 전주의 봄
이택구 작가는 작품을 실경이 아닌 진경으로 만들어서 작업한다. 모든 그림을 내 마음속의 자연으로 재해석 해야한다는 것이 작가의 철칙이다. 

 “전주의 봄 작업을 시작하기 앞서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오목대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더니 나무 때문에 교당이 잘 안보였고, 성심여고 꼭대기에도 올라가보곤 했지만 제가 원하던 구도가 나오지 않았죠. 2~3주동안 자전거를 타고 한옥마을 곳곳을 누비면서 아름다운 교동교당의 풍경을 담기위해 노력했습니다. 당산나무 아래에 박스를 놓고 올라가서 사진을 찍다가 박스에서 떨어지는 일도 있었지요. 실경도 중요하지만, 그 실경을 통해 내 마음속의 자연으로 만드는 진경이 더욱 중요합니다. 사진에서는 안 보이는 교당을 내 머릿속에서 조립하고 구도를 잡아야 합니다. 작품은 그렇게 진경이 됩니다.”

전주한옥마을과 교동교당을 찾는 이들이 ‘전주의 봄’을 감상하면서 추억이 깃든 ‘마음의 집’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는 이택구 작가. ‘전주의 봄’은 야간 조명까지 더해져 한옥마을을 찾는 이들의 새로운 포토스팟으로 탄생됐다. 

 “전주한옥마을에는 저 외에도 다양한 예술인들이 있습니다. 한지 장인 오남용, 서각 명인 양청문 등 10여 명이 자리를 잡고 있지요. 이번 ‘전주의 봄’ 서각 또한 백산 양청문 명인이 5일동안 가로 1003cm, 세로 36m의 크기로 작업했습니다. 예술인들이 온고을 전주에 터를 잡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탄탄한 복지조례가 만들어지고, 전북을 찾는 관광객들이 예술의 본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자 목표입니다.” 

집을 그리는 화가 이택구
‘집’을 그리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 그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집은 의식주를 해결하고 행복을 추구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종족번식을 하는 장소의 목적도 가지고 있습니다. 집의 의미와 목적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많이 변해왔고 달라지고 있습니다. 외관도 초가집에서 기와로 그리고 아파트로 거주 문화와 스타일이 바뀌었고, 앞으로도 변화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초가집이나 기와집에는 마당이 있었고, 마당에서는 결혼식이든 장례 등 집안의 대소사를 열었습니다. 마당에는 나무도 있었으며, 나무들은 사계절의 변화를 알려줬고 낮과 밤을 이야기 했지요. 그리고 그 안에서 웃고 울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집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향과도 같은 것입니다. 저에게는 ‘집’이 마음의 고향이자 소중한 소재입니다.”

 ‘집 그리는 화가’, ‘한옥마을에 살며 한옥마을을 그리는 작가’ 이택구, 끊임없이 도전하는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의 작품에서는 아늑하고 편안한 고향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2021년 11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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