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막힘이 없이 잘 통한다.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다. ‘소통’에는 이런 뜻이 담겨있다. “교단의 중요한 변화들은 반드시 대중과의 소통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제는 모든 일을 소통하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전서 폐기 사태 이후 전산종법사는 여러 번 ‘소통’에 대해 언급했다. 

새로 선출된 수위단원에게 바라는 일면도 ‘소통’이다. 수위단원들은 ‘저단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안을 정확하게 파악해 논의하고 해결해내야’하는 최상위 교화단이자 교단 최고 결의기관인 수위단회의 막중한 역할을 책임져야 한다. 끊임없이 대중에게 물어봐야 하고 검증하며 안목의 깊이를 더해야 한다. 반드시 ‘소통’이 필요한 까닭이다.

‘교단혁신특별위원회’ 준비위원회 또한 특위가 원만하게 출범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의견을 청취하고 여러 매체를 적극 활용해 ‘소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너무 많이 나갈까, 지지부진할까 염려하는 구성원들 의견을 두루 듣겠다는 말과 함께 주저하지 않고 질책을 피하지 않겠다는 말도 기억한다. 공히 재가교도들과의 소통에도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어쩌면 미래 교단 혁신의 최대 화두는 바로 ‘소통’이 아닐까, 교단적으로 올 여름 폭풍우 속을 헤쳐나오면서 개인적으로 담금질했던 단어도 ‘소통’이다. ‘소통’은 언로가 터질 때 가능하다. 재가출가 교도들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 소통은 시작된다. 다양한 경로로 의견이 접수되어져야 하고, 그러려면 커뮤니티 접근이 쉬워야 한다. 관련 부처의 성의 있는 답변도 소통의 기본이다.

각자의 안목과 식견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안목은 많이 보기만 하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욕심 없이 볼 때 만들어지는 것이고, 식견은 근본을 읽는 평정심, 자주 듣기만 하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심 없이 들을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욕심 없는 안목, 사심 없는 식견을 짚어낸 연암 박지원, 그의 말 그대로가 마음에 새겨진다. 

‘소통’에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 ‘진정성’을 말하고 싶다. 전직 수위단원은 ‘위기의식을 함께하며 격론을 벌였고, 그렇게 공의를 모은 결과는 결국 짧은 사과문, 호소문 등의 형태로 대중에게 전달’됐음을 안타까워했다. 그 짧은 글만으로는 대중에게 ‘진정성’이 전달될 수 없었다는 성찰이다. 진정성은 한두 번의 말과 글에 담겨질 리 없다. 공정하게 정보가 공유되고, 성실하게 과정이 설명될 때 다져진다.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 진정성은 살아나고, 그만큼 대중과의 소통은 막힘 없이 잘 통한다. 

‘모든 잎들이 꽃’이 되는 가을 나무에 시선 두게 되는 만추. 한고비 넘긴 우리에게 전해지는 천지의 은혜가 새삼 감사하다.

[2021년 11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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