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교도
이성희 교도

[원불교신문=이성희 교도] 고등학교 3학년에게 11월이란 수능이 다가옴을 암시하기도 한다. 매일 아침 친구들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플래너 작성을 한다. 나는 대학 입시보다 출가 서원이 단단해지도록 아침기도를 하러 간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원불교 원창학원이다. 그래서 교무님이 있고, 아침기도를 한다. 중학교도 원창학원을 다녔기에 아침기도가 있었다.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아침기도를 나간 것은 아니었다. 그 때는 출가 서원에 대한 마음이 그리 크지 않았나 싶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학교 교무님을 만나러 갔었다. 교무님이 아침기도에 나와 같이 기도를 하자고 했다. 처음에는 내가 등교하는 시간과 아침기도 시작 시간이 맞아 ‘갈까?’라는 마음이 들며 몇 번 아침기도에 참여했다. 하지만 아침에 학교에 가면 밀린 숙제를 하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에 아침기도에 잘 나가지 않게 됐다. 

그러다 중학교 때 원불교 동아리 ‘보은회’를 하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같이 아침기도를 가자고 했다. ‘다시 아침기도에 가도 될까?’ 하는 고민을 했다. 걱정을 하며 기도에 갔을 때, 교무님이 웃으며 반겨줬다.

아침기도에 늦게 가게 되면 방석에 자리가 없었다. 방석을 가지고 자리에 앉으면 기도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되도록 늦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아침기도 시간보다 일찍 가게 됐다.

일찍 가면 법당에는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다. 그래서 친구랑 방석과 기도문을 정리했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교무님 방에 놀러갔다. 언젠가부터는 아침에 차를 다려 줬다. 차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침기도에 자주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 신성회 훈련을 시작으로 작게 가지고 있던 출가 서원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출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후 내가 진짜로 출가를 하고 싶은지 생각을 하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됐다. 2학년이 됐을 때, 출가 서원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아침기도에 나가는 횟수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2학년 겨울 방학식 날에도 아침기도에 나갔다. 그날 학교 법당 교무님은 아침기도에 나오는 학생들에게 선물을 줬다. 받고 난 후 이런 생각을 했다. “그냥 아침기도를 올린 건데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좋다.” 그 후로부터 아침기도에 가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침기도에 꾸준히 나갈 때에도 늦게 갈 때가 있고, 몸이 좋지 않아 가지 못한 날이 있었다. 그럴 때면 아침기도에 참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찜찜함이 들고 하루의 시작을 못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아침기도를 못 간 날에는 점심시간에 법당을 찾아 간단하게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1학년, 2학년 때에는 같이 갈 친구가 학교에 왔는지 확인을 했다. 친구가 늦게 오거나 못 간다고 하면 나도 이상한 변명을 대며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친구가 있나 없나 확인이 먼저가 아니라 아침기도에 늦었나 안 늦었나를 확인한다. 이제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친구들에게 아침기도를 나간다고 말을 한다. 요즈음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에 친구들은 농담 반 진심 반으로 이렇게 말을 한다. “성희야 기도할 때 나 수능 만점 받으라고 해줘.” 그 말을 듣고 난 성장했다고 느꼈다. 예전에는 그런 말을 들으면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냥 ‘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라고만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시험을 잘 준비할 마음을 가지게 해주세요’라며 기도를 올린다. 이제는 아침기도가 익숙해진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 내일도 아침기도를 하러 갈 것이다.

/정토회교당

[2021년 11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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