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라지만 ‘인사’는 흔히 ‘만사’에 밀리곤 한다. 인사를 잘해야 만사가 풀린다는 걸 알면서도 ‘만사’라는 현실적 상황을 핑계 삼아 제대로 된 ‘인사’를 못하고 만다. 특히 일반 사회 조직과 여건이 다른 교단 인사는 더 어려워 보인다. 선택지가 극히 제한된 가운데 열악한 업무환경을 감내하는 구성원들의 불만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이런 불만들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역자 인사의 전제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개인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인사를 ‘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 현재도 원티스 인사요청서에 이런 내용들을 기재하지만 인사대상자 개인의 서원과 다양한 사정, 바람 등을 온전히 표현하기는 어렵다. 일단은 요청서에 충분히 기록하도록 유도하고 교화단장, 교구장 등과의 면담을 통해 보완한 내용을 더해 공적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둘째, 인사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공개해서는 안 될 민감한 개인 정보를 제외하고는 모든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비밀도 아닌 것을 숨겨서 취사선택에 어려움을 줄 이유가 없다. 정보는 공유할수록 가치가 커지고 행정은 투명할수록 공정해진다.

셋째, 공정한 인사원칙을 세워야 한다. 우리에게 교단 구성원들의 총의가 반영된 인사원칙이 있는지 묻고 싶다. 현재 인사가 공적 결의기구를 거치는 합리적 인사의 외형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객관적 기준보다는 부정확한 세평에 의존하는 평판인사가 아닌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합리적 인사행정의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고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 

넷째, 보편타당한 인사 평정이 선행돼야 한다. 어떤 조직이든 추구하는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의 달성 정도는 평가로 가늠된다. 평가가 없는 조직은 목적의 상실을 불러오고 목적의 상실은 조직의 와해로 이어진다. 인사 평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이 어떤 목적을 위해서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교단 안에 편만한 ‘평가’에 대한 부정적 평가부터 극복해야 한다. 

다섯째, 사람을 성장시키는 인사가 돼야 한다. 인사의 목적은 결국 사람의 성장에 있어야 한다. 중생을 부처로 진급시키기 위해 교단이 존재하듯이 세상 곳곳 보은의 일터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는 출가교역자들을 위한 최상의 불공이 인사행정의 제일 목적이 돼야 한다. 이들이 성장하고 각자의 서원을 성취하도록 돕고 이끌어주는 인사행정이 이뤄져야 한다. 교단의 성장도 그 안에 있다.

인사행정의 변화는 교단 전반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그래서 더 어렵지만 차근차근 노력해서 좀 더 진화된 인사시스템 마련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2021년 11월 2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