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스스로 이겨내게 해주는 한의학적 생활건강법

김종진(종열) 교무
김종진(종열) 교무

 

화를 잘 내면 소양인인가 하고 얼핏 생각하게 된다. 체질 판별 설문지에도 그런 문항이 쓰이곤 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로 주위에 화를 잘 내지 않는 소양인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한 소양인을 이해하려면 그 심성을 더 깊이 살펴봐야 함을 알 수 있다. 소양인 분노의 뿌리는 좀 더 깊은 곳에 있어 그냥 ‘화낸다’고 표현하면 맞지 않는다. 


세상의 인간관계를 힘의 균형으로 나눠보면 동등한 관계와 강자·약자의 관계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소양인은 이 중 강약의 관계에서 강자가 약자를 억압함을 잘 살펴보는 힘이 있다. 이제마는 소양인은 아주 큰 노성(努性)이 있는데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서로 업신여기는 것을 보고 분노함’이라 했다. 여기서 ‘세상 사람들이 서로’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3자 사이의 업신여김에 분노한다는 것이다. 이 분노는 악을 부끄러워하는 마음(羞惡之心), 즉 인의예지 중 의(義)의 뿌리다. 업신여김은 강자가 약자를 힘없다고 업신여기는 것이다. 


강자는 약자를 잘 보호해야 서로 발전한다. 세상 모든 사람은 언젠가 약자였다. 자신이 자력이 없어 약할 때 보살핌을 받아 자라나게 되는 것을 부모은이라 할 때, 우리 모두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양한 강자들로부터 부모은을 입고 성장했다. 세상 모든 강자들은 약자를 억압할 것이 아니라, 부모은으로 길러주는 것이 부모은에 보답하는 도리다. 그런데 반대로 약자를 업신여길 때 의분을 발하는 것이 소양인 노성의 본의다.


태양인의 애성(哀性)은 ‘세상 사람들이 서로 속이는 것을 보고 슬퍼함’이라 했다. 이 슬픔은 측은지심(惻隱之心), 즉 인(仁)의 단서다. 업신여기고 억압하는 것은 주로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것이지만, 속이는 것은 힘이 동등한 관계에서 흔히 일어난다. 태양인은 이러한 속이는 관계를 자신의 이해와 무관하게 잘 살펴보는 힘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서로 정당하게 돕고 사는지, 또는 어떠한 방법으로 상대를 속여서 이익을 얻는지를 살펴보면 시대 흐름을 알 수 있다. 시대 흐름 속에서 볼 줄 알기 때문에 태양인은 대세판단이 빠르다. 


요즘 세상은 그야말로 눈부시게 개벽되고 있다. 물질문명만 개벽되는 것이 아니다. 한때 같은 사람을 노예 취급했던 시기가 그리 멀지 않으나, 이제는 절대 약자가 없는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따라서 상호 존중이 이뤄지고 점점 확대되고 있다. 힘으로 갈등을 해결하던 방식이 점차 대화와 타협의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인지가 밝아지면서 빼앗아야 이익이라는 생각에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더 좋은 길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경쟁보다는 자신의 성장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도 관계를 소홀히 한다기보다는 자신의 내적 충만과 성장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태양인과 소양인은 함께 부정적인 인간관계를 극복하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태양인은 자리이타로 서로 도와야 할 동포은이 어떻게 왜곡되어 서로 속이고 사는지, 그 속임이 시대를 따라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는지에 대해 깊이 살펴본다. 배우고 익혀서 그런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그런 관점을 강하게 갖고 태어난 것이다. 반면 소양인은 무자력자 보호로 이뤄지는 부모은이 어떻게 왜곡되는지, 그 결과 어떻게 불의를 낳는지에 대해 깊이 살펴본다. 그래서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사회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노성은 공적인 영역에서 일어나는 것이어서 가볍게 화가 발동되지도 않는다. 


태양인과 소양인은 그저 화를 잘 내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감정변화가 급격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기쁨도 슬픔도 모두 급격하다. 양체질이기 때문이다. 양인들은 추진력이 강하다. 세상의 부정적인 면을 보고 그걸 고치려는 본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 힘이 의학계의 혁신에도 필요하다. 한의학은 지금 주류 의학이 아니다. 하지만 현대의학도 지금 한계를 보이고 있다. 양약의 성분은 약이면서 독이라 오래 쓰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세균성 질병에 효과적이었던 항생제와 같은 약이, 대부분의 만성병과 바이러스성 질병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약은 분명 이러한 질병들에 더 효과적인 면이 있다. 현재 의학의 부정적인 면을 정확히 살펴보고 바로잡아나갈 힘이 필요하다. 소음인인 필자는 그 길을 세심하게 기획할 수 있다. 여기에 태양인의 대세 판단과 소양인의 추진력이 더해진다면 한류 의학(K-Medicine)을 띄울 드림팀이 탄생할 것이다. 음인과 양인은 서로 다르기에 함께 살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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