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공부·특신급 10계문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계문을 공부하는 마음 
법신불 사은이시여! 특신급 수계자로서 모든 사업이나 생각이나 신앙이나 정성이 다른 세상에 흐르지 않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예 아닌 노래부르고 춤추는 자리에 좇아 놀기보다는, 성불제중 제생의세의 본분과 서원을 잊지 않고 살아가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예 아닌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자리에 좇아 놀지 말라 하신 이유
사실 나는 잘 놀 줄 모릅니다. 노래방이나 클럽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상쾌한 맥주 한잔도 잘할 줄 모릅니다. 공연이나 콘서트도 자주 다니지 않았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밤새도록 클럽에서 놀고 나오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하는데, 저는 안  그러더라구요. 회사에서 나이트에 한 번 따라갔는데 멀뚱멀뚱 서 있다 나왔습니다. 이건 제가 고상해서 그렇다기보다는 멋이 없어서 그럴 뿐, 사실 놀 때 화끈하게 잘 노는 사람도 멋진 것 같습니다. 잘 노는 사람과 차분한 사람 중 누가 더 낫다기보다는, 성격이 다양하구나 이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이 계문이 크게 어렵지 않지만, 활기차고 흥이 많고 예술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들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각산 신도형 종사님은 계문의 대의를 ‘스스로 심성이 방탕해지고 사회의 풍기가 문란해질 수 있는 장소에 가지 말라, 말초신경을 자극하거나 일시적 향락으로 세월을 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건전한 음악회에 참석하거나, 교양이 될 만한 영화, 연극, 음악회에 참석하는 것은 괜찮다 하셨습니다.
끌린다고 무조건 따라가지도 말고, 그렇다고 정서가 메마른 금욕주의자로 살지도 말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자리가 내 본분과 목적에 맞는 것인지 판단해 취사하라는 말씀입니다.

 

 

풍류를 즐기신 스승님들 
대종사님은 종종 대중과 더불어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등을 감상하셨습니다(실시품 41장). 정기훈련이 끝나면 깔깔대소회를 개최해 노래와 연극으로 대중들이 함께 즐기게도 하셨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종교처럼 금욕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일을 부지런히 하고, 분수에 맞게 의식주도 수용하며, 피로의 회복을 위해 때로는 소창도 하라 합니다(교의품 33장). 대종사 설법 때 박사시화, 문정규, 김남천 등이 백발을 휘날리며 춤을 췄다는 말씀도 나옵니다(전망품 29장). 


노래나 춤 예술은 정서에 큰 영향을 줍니다. 밝고 경쾌한 노래를 따라 부르면 내 기분도 상쾌해지고, 어두운 노래를 따라 부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그러니 노래나 춤을 즐길 때도 때에 따라 선택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정산종사님께서 ‘풍류로써 세상을 건지리라’하신 것처럼(유촉편 15장), 정서를 신심과 서원을 키우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특히 기독교는 음악의 에너지를 잘 활용해 신앙체험을 깊게 하는 것 같습니다. 기쁘고 신나는 노래로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어느새 내면에 신앙이 녹아듭니다. 현재 원불교 성가에도 좋은 노래가 많습니다만, 기독교 찬송가는 오랜 역사 속에 수많은 이들의 신앙고백이 담겨있어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원불교에서도 일원상 신앙 수행에 대한 깊은 체험을 자신의 이야기로 고백하는 노래가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막연한 부러움이 이제는 확신과 기도로 바뀌었습니다. 반드시 우리 대도정법은 풍류로써 세상을 건져낼 것입니다.

 

 

결국 에너지와 시간 사용의 문제 
노는 것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노는 데에 ‘예가 아니다’라는 것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무용하다는 뜻입니다. 그런 곳에 에너지를 쓰지 말라는 뜻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유명한 K-POP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전 세계 팬들이 중독성 있는 음악, 잘생긴 외모와 춤에 빠져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답니다. 유튜브 뮤직비디오, 공연과 예능 영상들이 얼마나 끌리던지, 틈틈이 열어보고 검색하고, 퇴근하고 어쩌다 나도 모르게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게 들여다보고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한두 달 사이에 7명 멤버의 이름, 별명, 성격, 고향, 사연들을 다 아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때는 전에 그렇게 간절하던 대종사님 생각도 온데간데 없더라구요. 사람의 마음이 잡으면 있어지고 놓으면 없어지는 것이구나 하는 게 알아졌습니다. 


BTS가 자랑스러운 예술인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는 것이고 나는 내 생활을 해야 할 것입니다. 거기에 내 마음과 정신을 빼앗겨 서원과 의무들을 잊어버리는 것은 특신급이 할 일이 아닙니다. 진리에 특별한 신심과 서원을 세운 특신급은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이 결코 사사로운 것이 아님을 알아서, 한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성불제중 제생의세에 써야겠습니다.

 

 

내 삶을 돌아봅시다

1. 예 아닌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자리에 좇아 놀지 말라 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2. 나는 예 아닌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자리에 좇아 노는 것을 즐깁니까?
3.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바꿔 가겠습니까?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정전』 수행편 - 솔성요론
주색낭유 하지 말고 그 시간에 진리를 연마할 것이요. 

『정전』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상시훈련법
노는 시간이 있고 보면 경전 법규 연습하기를 주의할 것이요.

『대종경』 교의품 33장 
원융한 불법으로 우리는 정당한 일을 부지런히 하고, 분수에 맞게 의식주도 수용하며, 피로의 회복을 위하여 때로는 소창도 하라 하셨습니다.

『대종경』 실시품 41장 
대종사님께서는 간혹 대중과 고악을 감상하시면서 춘향의 정절, 심청과 흥부의 효우의 장함을 칭찬하시고, 공도생활에 지조와 인화가 더욱 소중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정산종사법어』 유촉편 15장 
정산종사님은 병상에서 학인들의 성가를 들으시고 “풍류로써 세상을 건지리라”라고 하신 어릴 적 말씀을 전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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