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원기106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달력은 12월 한 장만 남았고 원불교 교도들은 마지막 달의 첫날을 명절대재로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대재 의식을 정성스럽게 거행하면서 한 해 동안 입은 법신불 사은의 무한한 은혜에 감사하고 소태산 대종사와 역대 선진 열위를 비롯해 선조들을 기리며 보은의 다짐을 한다. 

명절대재는 일면 추석 명절이나 추수감사절과 비슷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은혜’에 대한 감사를 신앙의 강령으로 삼고 있는 교리가 재(齋)라는 종교적 의례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법신불 사은의 은혜 없이는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 미약한 존재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우리를 둘러싼 우주만유를 향해 머리 숙여 깊이 감사하라고 한다. 우리의 과거가 없었다면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없는 것이니 경건하게 예의를 갖추라고 한다. 삼세가 하나이니 지나간 과거에 겸손하게 예를 갖출 때 미래도 밝게 빛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듯하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아등바등하기보다는 한 해를 돌아보면서 챙기지 못한 소중한 은혜를 감사로 챙겨야 할 때이다. 

12월은 감사와 더불어 참회가 짝하는 시간이다. 사람이 최령한 존재인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잘못을 돌아볼 수 있고 그 잘못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통해서 우리는 알고 지은 잘못만이 아니라 모르고 지은 잘못도 많음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참회의 시작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데 있으니 참회의 시간은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고 새로운 깨달음에 다가가는 깊은 수행의 시간이다. 

‘대범, 참회라 하는 것은 옛 생활을 버리고 새 생활을 개척하는 초보이며, 악도를 놓고 선도에 들어오는 초문’이라고 했으니 개인이나 단체나 새로운 길을 찾으려면 치열한 참회가 필요하다. 요즘 자주 언급되는 교단 혁신도 결국은 교단의 참회와 다른 말이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발견해야 새로운 길도 찾을 수 있다. 혁신에 대한 갈망이 간절할수록 우리 삶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참회부터 해야 한다. 

정산종사는 산의 지맥이 뻗어 내려오다가 그 본산을 돌아다보는 형국을 표현한 회룡고조(回龍顧祖)를 풀이하면서 근본과 중앙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앞으로만 내달리는 삶의 위태로움을 경계한 듯하다. 허겁지겁 내달리기만 하는 현대문명의 가쁜 숨을 차분하게 골라줘야 할 우리가 혹시 그 본분을 망각하고 시류에 휩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추원보본(追遠報本)의 명절대재에 즈음하여 잠시 멈추고 본원을 돌아보고 본심을 돌아보며 우리의 지난날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시간을 갖자. 깊은 참회로 비워낸 자리는 법신불 사은께서 무량한 은혜와 새 삶으로 채워줄 것이다.

[2021년 1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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