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은선 기자] 사랑의달팽이의 시작은 2000년 2명의 어린이에게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지원하면서부터다.  이후 2007년, 청각장애인의 재활과 사회적응을 지원하는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토록 한다는 취지로 사답법인 사랑의달팽이가 발족한다.

청각장애인, 사회적 고립에 취약
사랑의달팽이는 청각장애인에게 소리를 찾아주고 이들이 사회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특히 소리를 찾아주는 일은 1차적인 목표며, 궁극적인 목표는 청각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참된 소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사랑의달팽이에 따르면 현재 국내 청각장애인은 전체 장애인 중 두 번째로 많은 39만 명 정도지만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청각장애인들을 접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즉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각장애인이 많다는 말이다.

조영운 사무국장(사랑의달팽이)은 “청각장애가 있더라도 겉으론 표가 잘 안 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또 수화가 가능한 사람하고만 대화를 하고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결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청각장애는 유전확률 높다”며 “청각장애인은 사회적 고립 부분에서 볼 때 다른 장애보다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사랑의달팽이는 바로 이러한 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단체로 정체성은 사랑의달팽이 심볼에도 잘 표현돼 있다. 하트와 달팽이관이 형상화된 로고에서 하트는 고리 모양으로 연결된 형태이며, 소리가 소통의 고리가 돼 청각장애인과 후원자가 함께 마음을 나눈다는 의미를 지닌다. 즉 사랑의달팽이가 전하는 사랑은 소리를 매개체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연결되고 소통하는 세상에서 완성됨을 상징한다.
 

조영운 사랑의달팽이 사무국장.
조영운 사랑의달팽이 사무국장.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사랑의달팽이의 주요 활동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소리 찾기 지원사업’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청각장애인에게 인공달팽이관 수술비와 언어재활치료비를 지원한다. 또 난청검사와 보청기 지원도 함께 진행 중이다.

다음으로 소리를 듣게 된 ‘청각장애인의 사회적응을 돕는 일’이다. 수술 후 통합교육을 받게 되는 아이들은 듣기가 조금 불편하거나 귀에 이상한 장치를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놀림이나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의료적 부문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사랑의달팽이는 청각장애 유소년으로 이뤄진 클라리넷앙상블을 운영하며 이들의 자신감 회복을 돕고 있으며, 통합교육을 받는 청각장애 청소년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2003년 창단된 클라리넷앙상블은 수술받은 아이들이 밝게 떠들며 노는 모습을 본 사랑의달팽이 창립자의 ‘말도 어눌하게 하는 어린아이들이 학교에서 얼마나 힘들게 생활할까?’라는 생각에서부터 비롯됐다.

이어서 ‘대중의 인식 변화를 위한 사회 인식 교육 사업’이다. 사랑의달팽이는 초중고등학생 및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청각장애 이해 교육’을 진행한다. 또 귀의 날 기념행사 및 클라리넷앙상블 정기연주회 등 다양한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조 사무국장은 “사람은 누구나 어느 한순간, 삶의 어느 한 시점에는 장애인이 된다. 늙어 죽기 전에는 건강한 사람도 잠시 장애인이 된다”며 “장애인을 따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한 것 같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성장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장애인을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선진화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사랑의달팽이는 청각장애 유소년으로 이뤄진 클라리넷앙상블을 운영한다.
사랑의달팽이는 청각장애 유소년으로 이뤄진 클라리넷앙상블을 운영한다.

인공달팽이관 수술, 경제적 부담 커
인공달팽이관 수술은 귓속 달팽이관에 인공적으로 전기장치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세포에 전기자극을 줘 소리를 인지하도록 돕는 장치로 귓속에 있는 내부장치와 머리에 자석으로 연결된 수신기 역할을 하는 외부장치가 있다.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받으면 청각장애인도 소리를 듣고 말할 수 있게 되지만 수술을 했다고 비장애인처럼 바로 소리를 듣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속적으로 언어재활치료를 받아야 소리를 인지하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인공달팽이관은 단일 임플란트 중에 아주 비싼 의료장치다. 한쪽 귀 세트에만 2000만원 정도다.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해 본인부담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혜택을 받기 위해선 일정 조건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면 양쪽 귀가 모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준이 70데시벨 이상인 경우 수술 시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런 점은 청각장애인 가정에겐 높은 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쪽 귀는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는 수준이더라도 다른 쪽 귀가 들을 수 있는 기준이 65데시벨이라고 하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건강보험 적용의 한계는 또 있다. 성인의 경우 한쪽 귀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양쪽을 수술한 경우와 한쪽만 했을 때 재활의 정도에서 차이가 크게 난다는 점에서 청각장애인들에게는 큰 애로사항이 될 수 있다. 사랑의달팽이는 전문의의 의학적인 소견만 있다면 소리를 찾는데 제한이 없는 정부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조 사무국장은 “단순히 수술만 해 듣고, 말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씩 언어재활치료를 꾸준히 받게 된다. 이 비용만 연간 3백만원 이상이다”고 말했다.
 

청각장애 이해교육.
청각장애 이해교육.

여러 방법으로 청각장애인 도울 수 있어
시민들이 사랑의달팽이의 청각장애인 지원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먼저 ‘소리모아 캠페인’을 통해서다. 사랑의달팽이는 인공달팽이관 수술로 소리를 찾게 된 청각장애인이 다양한 환경음을 들을 수 있도록 이 캠페인을 진행한다. 대중이 소리 영상을 촬영해 전달하면 그 영상을 활용해 소리교재를 제작해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일정 금액을 후원하는 방식으로도 청각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다. 이를테면 한 달에 2만원을 기부하는 40명의 후원자가 모이면 매년 한 명의 아이가 소리를 찾을 수 있다. 또 사랑의달팽이가 이번 연말 서울 성수동에 오픈할 예정인 달팽이카페(가칭)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청각장애인들에겐 큰 힘이 된다. 달팽이카페는 청각장애인 청년들을 고용해 취업을 위한 준비 단계가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12월 4일 저녁 7시30분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열리는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 정기연주회도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그 의미는 더 커진다.

아기 울음소리를 듣지 못해 밤에 젖을 물릴 수 없는 어머니 이야기, 집에 불이나도 경보음을 못들어 늦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 듣지 못하는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 “엄마”라는 소리를 처음 듣고 기뻐했던 아이 엄마 등. ‘소리는 가족,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말하는 사랑의달팽이. 

경제적인 이유로 소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없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참된 소통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이들의 활동을 응원한다.
 

[2021년 1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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