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 백 명에 달하는 전무출신들이 정든 임지를 떠나 새로운 임지로 향할 것이다. 교화 발전과 업무 일관성을 위해 임기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정해진 임기를 마치고 미련 없이 자리를 옮김으로써 신선한 변화를 기대하는 현행 인사의 장점도 큰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교화환경의 변화와 교구자치제의 진전 등에 따라 인사이동의 폭이 작아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기존 정도의 전환배치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전무출신들의 인사이동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살리는 전후임자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어떠해야 할 것인가.

첫째, 무아봉공의 마음을 다시 챙기자. 자칫하면 열정과 정성을 쏟았던 교당과 기관에 대한 주착심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빈 마음으로 전후임의 도를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일원상 법어에서 ‘이 원상의 진리를 각하면 시방삼계가 다 오가의 소유인 줄을 알’라고 진리의 소식을 설했다. 모두가 나의 소유인 줄을 알아서 오히려 내 것이 없는 진정한 무소유의 경지를 설파하고 있다. 이 소식을 체화해야 비로소 무아봉공이 가능하다. 전후임 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면 아마도 누군가의 마음과 삶이 ‘무아’가 덜 된 탓이지 않을까 돌아볼 일이다.

둘째, 서로 감사하자. 후임자가 보기엔 물려받는 기관의 현황이 부족해 보일지 몰라도 그것이 전임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교도와 이름 없는 주인들이 일군 노력의 결정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새로운 각오로 사업을 계승하는 후임자가 있기에 제생의세의 법륜을 멈추지 않을 수 있으니 전임자에게 후임자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하고 감사한 동업자이다. 그래서 일찍이 좌산상사는 법문 ‘전후임의 도’에서 ‘전임은 본인이 이루어 놓은 사업을 이어줄 후임이 있어서 감사하고, 후임은 내가 일할 터전을 마련해 준 전임이 있어서 감사하여 서로서로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라고 설했다. 

셋째, 발전의 계기로 삼자. 전임자는 남은 기간에 최선을 다해서 이임자의 도를 다해야 한다. 최소한의 행정적 인계만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인연 관계는 물론 세세한 업무까지 기록으로 남기고 설명해서 업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후임자가 새로운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인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주위의 말과 스스로의 주견에 흔들리기 쉬운 인사철, 스승님이 부촉하신 법문을 마음에 담아 법답게 거래하는 성숙한 심법을 발휘하자. ‘전·후임 간에 도가 있으면 서로서로 도움이 되고 은혜가 되어 교화 발전으로 이어지나, 전·후임 간에 도가 없으면 교역자를 교역자가 괴롭히는 것이 되고 교화상 큰 피해로 작용한다.’

[2021년 12월 0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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