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기자
류현진 기자

[원불교신문=류현진 기자] 이제 막 발심을 한 풋풋한 출가서원자가 지원 절차를 위해 중앙총부를 찾았다. 어떻게 출가서원을 세우게 됐냐는 질문에 은혜와 감사로 충만한 대답을 하는 그. 문득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10여 년 전 기자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를 타고 익산 총부에 와 심리검사를 하고, 면접을 보고 새도반이 되어 영산에 들어갔다. 

한 학기 동안은 정말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성불제중의 뜻으로 함께 가는 도반들이 모두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영산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출가만 하면 금방이라도 공부가 깊어질 듯 생각했던 착각에서 벗어나고, 녹록하지 않은 나의 업력과 마주하며 공부가 더딘 것에 괴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사랑스럽기만 하던 도반들의 모습에서도 하나, 둘씩 분별심이 일어나 밉고 싫기도, 시기심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때로는 나의 공부와 정성이 부족한 것에 슬펐고, 때로는 제대로 이끌어주고 지도해주는 스승이 없는 것 같아 원망심을 냈다. 한 소식 한 것처럼 공부가 깊어진 것 같아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또 경계를 만나 무너지면 아직도 멀고 멀었구나 하며 엎치락뒤치락 공부 길은 끝이 없다.

함께 서원을 품고 공부하던 도반 중에는 벌써 이 회상을 떠나버린 이들도 있고, 마음을 잡지 못해 방황하는 이도, 신심과 서원이 자리 잡으며 진실한 공부를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예비교무 때는 온실 속 화초 같은 환경 속에서 오직 서원만 바라보며 신심, 공심, 공부심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만 몰두했다면, 현장에 나와서는 조금 더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어린아이가 집안 사정을 모르고 있다가 철이 들며 함께 집안의 문제들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이 교단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도 눈뜨게 되며 또 다른 번뇌가 추가된다. 전무출신의 길이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하고, 이 길을 선택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며 과연 그런 것일까 의문을 품기도 한다. 

다가오는 10일이면 원기106년 출가서원식이 진행된다. 23명의 출가서원인이 대종사의 법음을 온누리에 전하기 위해 첫발을 내딛게 된다. 세상을 위하는 순수하고 소중한 마음을 간직한 초발심의 그 서원을 잘 지켜가길 기도한다. 여러 가지 역경 속에서 힘이 길러지고 공부가 깊어가는 것이겠지만, 주변에 크고 작은 상처로 아파하는 이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이들의 앞길이 걱정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자기 스스로가 행복한 교무가 되길, 그래서 주변도 행복으로 같이 물들일 수 있는 그런 교역자들이 되면 좋겠다.

지금 막 원불교를 만나서 호감을 가지게 된 사람도, 원불교와 깊은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도, 원불교가 싫다고 떠나는 사람도, 원불교를 매개로 해서 그들의 삶이 더욱 성숙해지고 행복해지길 기도한다.

[2021년 12월 0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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