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혜 교무
김일혜 교무

[원불교신문=김일혜 교무] 4년 전 군종교구로 부임하던 날이 지금도 생생하다. 낯선 환경과 새로운 인연과 만남이 어색할 텐데도 설렘으로 가득했다. 군종교구장이 당시 교구 교무들에게 늘 강조했던 말이 있었다. “개인이 행복해야 교단이 행복해진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교화를 할 수 있으며, 미래의 원불교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인가. 그 말씀은 내 삶에 큰 보감이 됐고 하루하루의 삶을 설레게 했다. 그렇게 군 교화를 시작했고 순간순간이 기쁨과 행복이었다. 그 중 특별히 설레고 행복했던 두 번의 순간 떠오른다.

첫 번째는 교구사무국에서 근무하며 문무대교당이 들어설 육군학생군사학교 하계 법회 지원을 나갔을 때다. 학군단 후보생들에게 간식으로 줄 캔 음료 200개, 컵밥 200개를 대전에서 새벽 5시에 수령해 아침 7시에 법회를 봤다. 법회도 법회지만 간식 준비가 당황스러웠다. 새벽 5시까지 컵밥 준비가 가능한 가게를 찾는 것부터 많은 양을 학군교의 법회를 진행하는 5층 강의실까지 옮기는 일은 한여름에는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간식을 보고 세상을 다 가진듯한 미소를 띤 군인들의 모습을 보면 모든 고생은 더운물에 눈 녹듯 사라졌다.

두 번째는 3년마다 실시되는 군종교구 교정지도를 다닐 때다. 이 시간은 위문과 격려의 시간이다. 전국 각지에 있는 교당을 2주에 걸쳐 집중적으로 교정지도를 다니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이 기간 역시 날 은혜롭게 했다. 4, 5급 교무가 주임교무로 살아가는 것이 부러움을 주기도 하지만 막상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그곳에서 주임교무로 책임과 의무를 다해 교화를 펼쳐 나가는 모습을 보면 감사한 마음만 담아오게 된다. 또 혼자라는 외로움 이겨내고 오직 군 교화라는 서원으로 슬기롭게 진행하는 교화의 과정은 나를 새롭게 성장시켜주는 시간이 됐다. 또 행복의 시간 속에 지난 4년간 군종교구에서 배운 점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가정 있는 교무에 대한 배려심이다. 출가 후 결혼으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교무들에게 애로사항이 많을 것이다. 예컨대 갑자기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연락은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럴 때마다 가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함은 가정에 안정을 줬고 그것은 상호 믿음의 견고함과 충성심으로 연결됐다. 이렇게 배려받고 있다는 믿음은 누구를 막론하고 조직에 애정을 다하게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군 교화는 우리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군 교화는 특수교화, 특정인만 하는 교화라 생각했다. 하지만 4년간의 세월 속에 누구나가 접근할 수 있는 교화 영역이란 것을 알았다. 우리 가족의 누군가는 의무복무를 하듯 우리 삶과 가까이에 군이 존재하고 있다. 청년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 그들에게 다가갈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교단의 염원으로 승인된 군종, 그리고 군 교화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으로 성장한다. 

세 번째는 자율과 책임이다. 군은 ‘자율과 책임’ 아래 운영되고 있다. 군종교구는 젊은 교무들로 구성되어있어서 교단의 관심이 많은 곳이다. 연륜과 법력은 부족할지라도 ‘자율과 책임’으로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실행하고 있고 필자 역시 자율과 책임을 몸에 익히게 됐다. 이동 후에도 은혜 입은 4년간 군종교구에서의 체험과 사랑을 잊지 않고 베풀어 활용할 것이다.

/군종교구

[2021년 12월 0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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